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5월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악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5월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악수하고 있다.

▲ 문: 조선인민군의 쿠르스크 해방작전 참전과 ‘한조수교’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 답: 2025년 4월 27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입장문을 내고 조선인민군의 쿠르스크 해방작전 참전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이번 입장문 발표는 쿠르스크 해방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된 것에 따른 조치로 보입니다. 이전까지 조러 양국은 조선인민군의 쿠르스크 참전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였습니다.

조선인민군의 쿠르스크 해방작전 참전을 둘러싼 논란은 그 진상이 드러나면서 일 단락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선인민군의 쿠르스크 투입을 전후하여 대한민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의 강, 전쟁의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자칫 잘못되었으면 쿠르스크에서 번진 한 점의 불씨로 한반도 전역이 불바다가 될 뻔했던 이번 사태는 ‘한조수교’의 절박성과 중요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24년은 격변의 한 해였습니다. 2024년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023년 12월 31일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정서 보도문’을 통해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으며, ‘이것이 오늘 북과 남의 관계를 보여주는 현주소’라고 선포하였습니다. 2024년 1월 15일 시정연설에서는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되어야 한다’라는 입장을 천명하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민족관계’인 ‘남북관계’가 없어진 조건에서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인 ‘한조관계’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조선이 2024년 벽두에 ‘민족관계’를 폐기하고 ‘적대관계’를 선포하게 된 원인은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점증시킨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있습니다. 더구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대우크라이나 특수군사작전’이 시작되자, 미국은 ‘미, 일, 한 3각 군사동맹’을 다그치는 한편, ‘아시아판 나토’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습니다. ‘아시아판 나토’는 유럽의 나토 국가들을 태평양에 끌어들여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동참시키는 통로가 되는 한편, 한국과 일본을 대서양에 끌어들여 대러시아 적대시 정책에 동원하는 통로도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판 나토’ 건설 책동은 조선과 러시아에 공히 실존적인 위협으로 되었습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비롯한 공격용 무기를 우회 제공하기 시작하였고, 나토 국가들의 해군 무력이 한반도를 작전 수역으로 두고 있는 태평양의 군항들에 출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시아판 나토’가 점차 실체화 되는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국가의 실존을 위협받는 조선과 러시아는 처지의 공통성으로 인해 더욱 밀착하게 되었습니다. ‘조러 커플링’의 주선자는 ‘미국’이었습니다.

2023년 9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아무르 주의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장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양 정상은 인류의 자주성과 진보, 평화로운 삶을 침탈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 강권과 전횡을 짓부시기 위한 공동전선’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더욱 긴밀히 하고 강력히 지지연대하면서 힘을 합쳐 ‘국가의 주권과 발전이익,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국제적 정의’를 수호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과 당면한 협조사항들을 허심탄회하게 토의하였고, 그 결과 ‘만족한 합의와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합니다. ‘아시아판 나토’에 대항하는 ‘조러동맹’ 탄생의 예고편이었습니다.

‘세계질서’에 있어 ‘아시아판 나토’와 ‘조러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시아판 나토’가 ‘일극패권질서’에 복무하는 반면, ‘조러동맹’은 ‘다극화 세계질서’에 복무합니다. ‘일극패권질서’가 미국 중심의 ‘제국주의 질서’인 반면, ‘다극화 세계질서’는 ‘반제자주 질서’입니다. ‘반제자주’는 조선로동당이 초지일관하게 치켜들었던 ‘세계혁명’의 기치입니다. 조선로동당의 뿌리는 1926년 10월에 결성된 ‘타도제국주의동맹’(ㅌ.ㄷ)에 있으며, 타도제국주의동맹의 최대강령은 ‘전 세계적 판도에서 모든 제국주의를 타도하는 것’이었습니다.

2023년 9월의 조러 정상회담에 전후하여 조선로동당은 ‘아시아판 나토’를 앞세워 군사공세를 강화하는 미국의 ‘일극패권질서’를 ‘다극화 세계질서’의 일환인 ‘조러동맹’으로 돌파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대 국익인 ‘국가의 자주권’을 수호하려는 전략방침을 수립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12월 말에 개최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제출할 ‘조선로동당의 노선과 정책’ 초안을 준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장장 80년에 걸친 당의 대남 노선을 총화하고, 방향을 전환하여 새로운 노선과 정책을 수립하는 노정은 수많은 검토와 토론 과정을 동반하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12월 말 김정일 총비서는 전원회의 첫째 의정의 결론에서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온 쓰라린 북남관계사를 랭철하게 분석한데 립각하여 대남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할데 대한 로선’을 제시하고, ‘현실을 랭철하게 보고 인정하면서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며 근본적으로 투쟁원칙과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새로운 노선은 한마디로 말하여 ‘다극화 세계질서’에 입각한 ‘반제자주 진영’의 힘으로 ‘국가의 주권과 조선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노선입니다. 이 새로운 노선은 불가피하게 ‘미국’ 중심의 ‘일극패권질서’에 영합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간주하게 합니다.

조선은 2024년 1월 ‘대한민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하여 ‘한조관계’에서 복잡성을 제거한 후, 6월 19일 평양에서 ‘조러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조러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하 ‘조러 조약’)을 체결합니다. 이 조약의 특징은 ‘각각 교전 중에 있는 두 나라가 공동의 적을 제압 굴복시키기 위한 군사동맹’이라는 데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조선은 대한민국과 교전 관계에 있습니다. 러시아와 조선의 적대국인 우크라이나와 대한민국의 뒷배는 ‘미국’입니다. 조선과 러시아는 ‘공동의 적’인 미국을 제압 굴복시켜야만 현재 진행 중인 교전 관계를 끝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처지의 공통성으로부터 조러 양국은 ‘군사동맹’을 맺게 된 것입니다.
 
‘조러 조약’에서 가장 핵심적인 조항은 ‘제4조’입니다. ‘제4조’의 내용은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입니다. 조약을 체결하고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2024년 8월 6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주를 침공합니다. ‘조러조약’은 이 조약의 발효일을 ‘제22조’에 규정해놓았습니다. ‘제22조’의 내용은 ‘이 조약은 비준을 받아야 하며 비준서가 교환된 날부터 효력을 가진다’입니다.

‘조러 조약’이 비준서 교환으로 발효된 날은 2024년 12월 4일입니다. 이 날 모스크바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규 외무성 부상과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이 만나 ‘비준서 교환 의정서’에 서명하였습니다. 따라서 조선인민군의 쿠르스크 전선 투입은 아무리 빨라야 12월 4일입니다. 실제로는 2025년 1~2월 경 전선에 투입되었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현지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4년 10월 18일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은 공식 발표를 통해 ‘북한 특수부대의 러시아 파병’을 확인하였고, 이어서 온갖 가짜뉴스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쿠르스크에 조선인민군이 투입되었으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여러 명이 포로가 되었다는 종류의 기사입니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대한민국 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주장이 대두하기 시작합니다. 말하자면 조선인민군이 쿠르스크로 갔으니 대한민국 국군도 쿠르스크로 따라가서 조선인민군과 싸우자는 주장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상대로 한 밑도 끝도 없는 가짜 뉴스와 참전 주장은 모두 미국과 국정원이 시발이 되어 퍼진 것들입니다.

2024년 10월 18일부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북한 러시아 파병’ 가짜뉴스와 ‘우크라이나 참전’ 주장은 대한민국 국정원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상대로 전개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국정원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내정 개입을 목적으로 하는 심리전을 전개하는 것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심리전이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하기 위한 심리전이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유도하기 위한 심리전이라는 데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란이 일어난 시간은 ‘조러 조약’ 발효일 하루 전인 12월 3일 밤이었습니다. 내란이 성공하였으면 쿠르스크에 파병된 조선인민군을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대한민국 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추진하였을 것이며, 입법부가 무력화된 계엄 하에서 즉각 파병이 이루어졌을 것이고, 쿠르스크 전선에서 대한민국 국군과 조선인민군이 교전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내란세력은 이를 빌미로 한반도 군사충돌을 유도하였을 것입니다. 내란세력이 2024년 10월 초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 자체가 즉시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특대형의 외환유치 기도였음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파병을 통한 한반도 전쟁 유치’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외환유치 기도가 내란 세력의 잔재들에 의해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정전협정이 국제법상 조선과 한국이 교전관계에 있음을 보증해주는 협정이기 때문입니다. 교전관계에 있으면서 교전행위만을 잠시 중단하는 것에 합의한 ‘정전협정’은 반드시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한조 평화협정’만이 잠재적 내란 세력의 외환유치 기도로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이전의 교전국들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체결한 평화협정을 공고히 하는 방도는 양국의 관계를 정상화하여 ‘수교’하는 것입니다. 역대로 전쟁이 끝난 뒤 교전국들은 다소의 시차를 두고 국제사회의 공인된 절차를 따라 ‘국교관계’를 맺어왔습니다. 문서로 맺은 ‘평화협정’은 ‘국교수립’을 통해 항구적인 평화관계로 공고해져야 합니다. ‘한조 평화협정’ 체결 뒤 수립될 ‘한조수교’는 ‘일극패권질서’가 무너지고 ‘다극화 세계질서’가 부상하는 세계질서 재편의 시기에 가장 과학적이며 유일한 ‘한반도 평화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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