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이하 문화관) 건립 승인을 두고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회원들 간의 논쟁은 뜨거웠다.

▲ 찬반 발제 후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목회자들은 발제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사진제공: 기장총회)

지난 8월 16일, NCCK는 문화관 건립을 위해 기장 총회와 서대문 선교교육원 부지 임대를 위한 기초협약서를 작성한 바 있다.

기장은 서울 서대문의 약 1,130여 평의 부지를 문화관 건립을 위해 NCCK에 무상으로 임대하고, NCCK는 건축에 관한 제반 비용과 실무를 담당하여 문화관을 짓는다는 것이다. 건축 후 문화관에 대한 지분은 양측이 1:1로 등기하며, 임대 기간은 문화관이 존치할 때까지로 하는 내용이다.

해당 부지에는 기장 총회 선교교육원이 위치해 있으며, 이 건물은 1921년 캐나다 선교사의 사택으로 지어져 지금은 서울시 등록문화재 제133호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이 건물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근세 부흥식 건물로 식민지 시절 건축 양식을 띠고 있으며, 1975년 캐나다 연합교회에서 기장에 증여한 건물이다.

NCCK의 설명에 따르면, 선교교육원 건물의 보존을 위해 건물을 둘러싼 형태로 문화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한 공사비는 총 366억 가량이 소요되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약 109억 원을 지원받고, 나머지 약 256억 원은 회원 교단 및 개인과 기업 등에 모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장은 제98회 총회에서 협약서를 승인하기로 했지만 찬성과 반대 측의 논쟁 끝에 각 노회 대표와 공천위원 33인으로 구성된 문화관 건립에 대한 특별위원회를 두고 연구와 조사를 거쳐 실행위원회에 보고 하도록 했다.

이에 14일 오후1시 수유리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실에서는 ‘문화관 건립 연구를 위한 2차 공청회’가 진행됐다. 이미 1차 공청회는 지난 10일 대전장로교회에서 열렸으며, 이번 공청회는 서울과 수도권 회원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공청회는 기장총회 총무 배태진 목사의 경과보고와 NCCK 일치협력국장 김태현 목사의 사업 설명이 끝난 후, 찬성과 반대 측에서 각각 두 명의 목회자가 발제를 맡아 입장을 밝혔다.

▲ 찬성 측 발제를 맡은 김현배 목사(전 총회장)와 송건성 목사(충남노회). (사진제공: 기장 총회)

찬성 측 발제를 맡은 송건성 목사는 “기장의 선교교육원 부지를 10%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하다시피 해왔다.”며 “한국교회와 기장의 선교를 위해 새롭게 활용되어야 하며, 20년 후 신앙의 후배들에게 큰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선교해온 기장의 위상이 날로 추락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박물관을 통해 기장이 새롭게 평가되고 한국교회의 중심에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건물의 임대 사업을 통해 발생되는 수익이 기장의 선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자 반대 측 주장을 펼친 박상필 목사는 “제98회 총회에서는 국고보조금이 183억이었지만 지금은 109억으로 축소된 상태”라며 “NCCK가 자체적으로 250억원을 모금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교단의 모금 동의서 한 장 없는 상태에서 건립을 승인해 달라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선교교육원 건물과 토지를 헌납한 고 오애숙 선교사(Mrs. Alice V. Irwin)의 유족들도 반대의 뜻을 전했다.”며 “개발논리로 짓고 보자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선교를 위해 건물을 지어야 한다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그는 “협약서의 당사자인 나홍균 전 총회장이 문화관 건립에 관한 진행과정과 동의 한 바도 없다.”며 공문서 위조와 원천 무효를 주장하기도 했다.

▲ 반대 측 발제를 맡은 박상필 목사(인천노회)와 서재일 목사(전 총회장). (사진제공: 기장 총회)

발제자들의 갑론을박은 계속됐다. 전 총회장 출신으로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에 선 김현배 목사와 서재일 목사는 한국교회 위기 속에서 기장의 활로가 문화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차이가 뚜렷했다.

김현배 목사는 “교인 감소, 교회의 폐쇄, 농촌교회의 열악한 상황 등 한국교회의 심각한 위기 속에서 NCCK의 제안은 후배들을 위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며 “문화관은 한국교회와 기장의 선교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에 서재일 목사는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안건을 날치기로 통과하려 든다.”며 “지난 날 재산관리에 실패해 많은 땅들을 빼앗겼다. 기장을 위한 거점 마련을 위해 활용해야 하는데, 왜 소유권을 포기하려 하는 것인가?”라고 응수했다.

발제가 끝난 후, 질의 및 응답에서는 반대 측 목회자들의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박물관 건축을 반대하지 않지만, ‘무상으로 땅을 임대하는 것’과 ‘높은 수익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다. 또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제98회 총회에서 전격적으로 헌의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 기장총회는 16일 특별위원회를 거쳐 23일 실행위에서 최종 승인에 대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제공: 기장총회)

한편 기장 총회는 문화관 건립에 대한 특별위원회를 오는 16일에 열고, 공청회를 통해 조사된 내용을 실행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를 보고 받은 기장 총회 실행위원회는 특별위 보고를 기반으로 NCCK가 제안한 문화관 건립 사업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실행위원회는 오는 23일 오전11시 대전장로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수봉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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