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열매의 별에 살고 있다. 이 별도 어찌보면 노란 빛깔로 반짝인다. 금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달리 여행자는 귤을 사랑한다. 귤이 없는 겨울나기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겨울 하루, 귤을 까먹으며 여행을 한다.

좌판을 연 인디오 여인은 추위에 얼굴을 죄다 가리고서 손님들을 본채만채한다. 어쩌자고 이 여인은 생계의 벼랑은 생각하지도 않고 수줍음 반 추위 반 '내놓인 채' 귤과 함께 숨어 있겠다는 걸까.

손님들은, 붙잡지 않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지나쳐 간다. 누가 있어 그녀의 귤과 말린 옥수수를 사줄 것인가. 내가 다가가 만지기 전까지 귤은 그저 지구밖의 어떤 미지의 행성처럼 낯설게 놓여 있을 뿐.

"여기 가만히 서서 말없이 있으라. Stand stable here and silent be..."
Auden의 시 <보라! 길손이여>가 입안에 달큰히 맴돈다...  대림절이다. 가만히 바라보며 가만히 앉고 싶다.
당신이 놓인 그 자리. 당신이 나앉은 바로 그 자리. 모두 지나쳐가도, 나는 당신에게 발길을 멈춘다.

임의진 목사  shodan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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