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보내는 신앙편지'는 경주 한맘교회 문동수 목사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에 담은 평신도들을 향한 신앙 에세이입니다. 평신도들이 고민하고 있는 신앙의 문제나 다양한 고민의 지점들에 대한 성찰을 기독교의 본질을 지향하며 매회 새로운 주제로 전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그 다음 문장을 한번 볼까?

“너희는 너희를 위하여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떠서 우상을 만들지 못한다. 너희는 그것들에게 절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중요한 단어들은 “너희를 위하여”, “본떠서”, “우상”이라는 단어야. 사람은 본을 뜨려면 먼저 생각을 해야 돼. 그래서 본뜨지 말라는 말은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말이고. 생각하는 것이 우상이라는 말이지. 이 말씀에 따르면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분이야. 생각하는 순간 우상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래. 인간은 언제나 생각이 문제야. 후후

이 모든 문장에 “너희를 위하여”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이 말은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노예들에게 한 말이야. 노예들의 입장에서 들으면 어떻게 되겠어. 아마 이렇게 되겠지. “나는 나를 위하여 그 어떤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는 순간 우상숭배다”. 나를 위해 하는 모든 생각이 우상 숭배가 된다는 뜻이야.

사람들은 참 이상해. 어떤 생각이든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한단 말이야.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잘 생각을 못해. 사실 제국주의도 그 중심을 파고 들어가 보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어. 모두가 저마다 자기 입장에서 욕심을 부리니, 힘과 권력이 최고인 사회가 구성되는 거야. 하나님께서 이런 금지명령을 내리는 이유는 너무도 당연해. 제국주의를 무너뜨리고 사랑의 나라를 세우시려는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지.

그럼 사랑의 나라에서는 하나님을 생각할 수 있느냐?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야. 문제는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 오빠가 보기에는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안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야. 하나님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기 어렵거든.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일부러 생각하려고 할 이유가 없지 않겠어!

▲ 출애굽기 3장에 묘사된 하나님과 모세의 만남

출애굽기 3장에 보면, 모세가 하나님의 이름을 불어보는 장면이 나와. 모세가 어떤 사람이야! 히브리백성을 이끌고 제국주의를 떠나서 사랑의 나라로 여행을 시작한 사람이잖아. 그런 모세가 하나님의 이름을 물어 왔어. 하나님이 뭐라고 대답하지? 하나님은 이렇게 대답해. “에흐에 아쉘 에흐에”. 이 말의 번역을 개역개정 성경에서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출3:14)라고 번역을 하고 표준새번역에서는 “나는 나다”라고 번역을 하지. 사실 이 말은 번역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문장이야. 그래서 이 외에도 다르게 번역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문장이야.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경우의 수로 번역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문장이 뜻하는 바는 “알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나는 난데, 네가 왜 내 이름을 묻느냐는 뜻이지.

▲ 여호와, 야훼의 히브리어. 오른쪽부터“에흐에 아쉘 에흐에”

히브리사람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꺼려했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호와, 야훼”라는 이름을 시시때때로 부르지만, 히브리사람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지. “여호와”라고 부르는 순간 하나님은 왜곡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러나 사실 부르고 안 부르고의 문제가 아니야. 야훼라는 말이 하나님의 이름이 아니거든. 앞에서도 말했지만, ‘너는 알 필요가 없어’라는 뜻이지. 알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부른다,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사실은 웃기는 이야기가 되지. 

사실, 하나님이라는 보통명사도 어쩔 수 없어서 쓰는 말이지, 하나님의 이름은 아니야. 상상할 수 없는 그 분, 생각조차도 해서는 안 되는 그분을 우리끼리 설명하기 위해 쓰는 단어일 뿐이야.

성경의 전통은 하나님의 모습을 보면 죽는다고 해. “그러나 내가 너에게 나의 얼굴은 보이지 않겠다. 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출33:20) 하나님께서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어. 그런데 봤다고 말하면 어떻게 되겠어. 둘 중 하나야. 우상이든지, 거짓말이든지......... 하나님은 절대로 상상할 수 있거나 볼 수 있는 분이 아니야. 절대 이것 잊으면 안 돼. 알았지. 

사람들은 ‘하나님을 볼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분이라면 어떻게 하나님을 믿을 수 있어?’, 이런 질문을 하지. 형상에 너무 익숙한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해. 현대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너무 짙기 때문이야.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잖아.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진리인 경우도 많이 있잖아. 마음도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랑도 눈에 보이지 않고, 행복도 눈에 보이지 않잖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잖아.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믿을 수 없다는 말은 참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거꾸로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첫 번째는 눈에 보이는 것을 신뢰하지 않으면 돼. 보이는 것은 전부 하나님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간단해 지는 거지. 그림이나 조각, 등 어떤 것이든 ‘하나님이 아니다’고 생각하면 간단하지. 그렇다고 해서 그림이나 조형물들을 모두 우상으로 볼 필요는 없어. 그런 것들은 우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면 되지. 실제로 중요한 문제는 “가치”의 문제야. 흔히, 하나님을 힘이나 권력, 돈 같은 것들로 생각하는데, 그런 것은 모두 하나님이 아니라는 뜻이지. 한마디로 우리가 세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하나님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간단해.

두 번째는 하나님의 형상을 볼 수 없지만, 그 분은 말씀으로 자신을 나타내셨지. 그분의 형상은 볼 수 없지만, 그분의 말씀은 있다는 거야. 그분의 말씀은 어디에 있지. 그리스도교에서는 성경에 그분의 말씀이 있다고 해. 그래서 성경을 읽는 것이기도 하구.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 해 볼까! 첫째,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제국주의를 무너뜨리고 사랑의 나라를 세우시는 분이야. 무조건 이것에 반하면 우상이야. 두 번째 하나님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분이야. 그분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하면 안 돼. 그러면 어떻게 하나님을 섬길 수가 있지. 하나는, 눈에 보이는 가치, 다시 말해 이 세상의 권력구조 안에 있는 가치는 무조건 숭배하지 않는 것이지. 이 세상의 권력구조 안에 있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하나님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형상은 그릴 수 없어도 그분의 말씀은 있으니까, 그 분의 말씀을 섬기는 거야. 이 짧은 문장이 그리스도교의 하나님을 규정하니까, 한시라도 잊지 말기를 바래. 

문동수 목사  litho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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