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러면 무엇이 말씀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가장 일반적으로는 성경을 보고 말씀이라고 해. 그러면 성경에 있는 것은 다 말씀인가? 그렇지는 않잖아. 출애굽기에 보면 이런 말이 적혀있어. “너희는 히브리 여인이 아이 낳는 것을 도와줄 때에, 잘 살펴서, 낳은 아기가 아들이거든 죽이고. 딸이거든 살려 두어라”(출1:16) 이 말은 이집트왕이 아기가 태어날 때 아기를 받아주는 산파에게 했던 말이야. 성경에 적혀있다고 다 하나님의 말씀인 것은 아니지. 뭐, 이 정도는 초등학교 1학년들도 알 수 있는 내용이야.

말씀이라는 단어의 히브리어는 “다바르”라고 해. “다바르”라는 단어를 “말씀”이라고 번역을 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듯이 인간들의 언어를 뜻하는 말이 아니야. “다바르”라는 말을 “행동언어”라고 하는데, 하나님의 행동이 있었다는 뜻이야. 어떤 사람들은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해. 어쨌든 우리가 생각하듯이 음성이나 언어의 차원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움직임이 말씀이라는 뜻이야.

이 하나님의 움직임을 몸과 마음으로 경험을 하고, 위대한 신앙의 선배들은 몸으로 살았고, 또 언어로 기록을 해놓았지, 그것을 말씀이라고 해. 다시 말해서, 성경의 언어 속에 감추어있는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말씀(다바르)이라고 하는 것이지. 그래서 우리는 언어를 넘어서 있는 하나님의 움직임을 파악을 해야 해.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야.

사실, 우리가 그렇게 사용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지, 말씀이라는 단어만 잘 분석해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어. 말은 한자로 언(言)이고, 씀은 용(用)이잖아. 언어가 사용되는 것이 말씀이고, 언어가 나타나는 것이 말씀이라는 뜻이야. 단순한 소리는 의미가 없어. 말에 힘이 있으려면 몸에 나타나야 하는 거지. 선각자들은 언어 이전에 하나님의 말씀(행동)을 몸으로 살아냈어. 그리고 그 경험이 너무나 소중해서 언어로 기록한 것이 성경이야.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마음)을 읽어내는 거야. 지금부터는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가장 중심적인 것을 말씀이라고 하도록 하자. 하나님, 그러면 말씀이 생각이 나야 하고, 말씀하면 하나님이 생각나야 해.

자, 이제 신약성경으로 넘어가볼까? 마가복음 1장에 이런 말이 있어. “이것이 어찌된 일이냐? 권위 있는 새로운 가르침이다.”(막1:27) 이 말은 회당에서 예수님이 사람들을 가르치셨는데, 그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 한 말이야. 회당이라는 곳은 구약성경을 읽고, 그 성경을 해석해주는 일을 하는 곳이거든, 오늘날의 교회 비슷한 곳이야. 성경을 읽고, 가르치는 곳이지.

그런데 왜 예수님의 가르침을 새로운 가르침이라고 했을까? 구약성경에 없는 것을 가르쳤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어. 회당에서 구약성경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거든, 그런데 똑같은 성경을 가르쳤는데 율법학자들의 가르침에는 충격을 받지 못하고, 예수님의 가르침에는 충격을 받았을까?

구약성경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우리가 모세오경이라고 알고 있는 율법서, 그리고 예언서, 성문서로 구성이 되어 있지. 그 중에서도 유대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경은 율법서고, 그 다음이 예언서, 그리고 마지막이 성문서야. 잘 알다시피 성경은 아주 방대하지. 방대해서 평생을 가르쳐도 다 가르치지 못할 거야. 성경을 한번 통독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안의 있는 내용을 다 가르치려면 죽을 때까지 해도 시간이 부족할거야. 율법학자들은 성경을 그렇게 가르쳤을 가능성이 높아. 다시 말해, 율법학자들은 성경을 지식으로 가르쳤다는 거야.

현대의 교회 목사들도 마찬가지야. 모세가 어떻고, 아브라함이 어떻고, 이삭이 어떻고부터 시작해서. 예레미야가 어떻고, 이사야가 어떻고, 시편, 잠언은 어떻고, 등등, 우려먹을 것이 너무나 많아. 더군다나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어려워. 그러니 얼마나 좋겠니? 평생을 선생 노릇할 수 있으니 말이야. 사실 이런 일에는 목사들보다 신학자들이 더 밝아. 성경이론과 신학이론으로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성경을 어려운 것으로 만들고 가르친다는 거야. 율법학자들도 성경을 그렇게 가르쳤어. 평생을 우려먹으려고 작정을 한 거지.

그 가르침을 받는 사람들은 ‘아, 그렇구나!’ 라고 지식을 하나 더 배우는 것이지. 배우면 뭐해. 사람들은 또 금방 잊어버리잖아. 아무리 배워도 끝이 없는데 잊어먹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지. 목사와 율법학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러면 예수님은 어떻게 가르쳤을까? 마가복음 12장에 그 내용이 나와.

율법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다가와서, 그들이 변론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을 잘 하시는 것을 보고서, 예수께 물었다. ‘모든 계명 가운데서 가장 으뜸 되는 것은 어느 것입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곧 우리 하나님은 오직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 이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막12:28-31)

성경에 보면, 율법학자들은 대부분 예수님의 적이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야. 예수님께 와서 묻네. “모든 계명 중에서 가장 으뜸이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지. 예수님의 대답은, 줄여서 말하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야. 이 말을 예수님이 처음 한 말일까? 그렇지 않아, 구약성경에 다 있는 말이야. 하나님 사랑은 신명기에 있는 말이고(신6:4-5), 이웃사랑은 레위기에 있는 말이야(레19:18).

율법서, 모세오경에는 두 가지의 법전이 있는데 그 하나가 신명기법전이고, 다른 하나가 레위기법전이야. 신명기법전의 핵심이 하나님 사랑이고, 레위기법전의 핵심이 이웃사랑이야. 예수님은 이것을 정확하게 꿰뚫어보신 거지. 마태복음에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율법과 예언서의 본 뜻”(마22:40)이라고 했어. 누가복음에서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예수님은 율법학자에게 “그대로 행하여라. 그리하면 살 것이다”(눅10:28)라고 말씀하시지.

같은 성경을 읽으면서도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마음)을 정확하게 깨달으신 분이고, 율법학자들은 하나님의 말씀과 뜻,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성경을 읽은 거지. 그러니 가르치는 것이 다르지. 어떻게 달랐을까?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도록 가르쳤을 테고, 율법학자들은 성경의 지식을 전달했을 거야. 예수님은 성경은 쉬운 책이라고 가르친 것이고, 율법학자들은 성경은 어려운 책이라고 가르친 것이지. 바울은 “사랑은 율법의 완성”(롬13:10)이라고 했어. 율법의 완성이 사랑인데, 그것이 뭐가 어려워.

율법학자들이라고 사랑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아마도 가르쳤을 거야. 그런데 사랑하라는 말이 가르침의 중심부에 속하지 않고 언제나 주변부에 머물렀겠지. 사랑하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지식은 다른 사람을 향해서 ‘당신이 배워야 한다’고 말하면 되지만,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전에 언제나 ‘나는 사랑하고 있는가?’의 문제가 선행되거든. 그래서 사랑은 말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거리낌이야. 오빠도 매 주일 설교를 하는데, 사랑하라는 설교가 가장 힘들어. 왜? 사랑하라는 말은 항상 나를 지시하고 있거든. 성경해설이나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관심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별로 힘들지 않아. 책 몇 권 읽으면 보화가 그 안에 있는데 힘들 것이 있겠어. 땅 짚고 헤엄치기지. 사랑하는 것이 힘들지, 책 읽는 것이 힘들지는 않아.

자. 이 단원의 결론을 내자.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야. 성경을 읽는데 이런 결론이 나지 않으면 성경을 아주 잘못 읽는 거지. 성경은 아주 쉬운 책이야. 왜? 결론이 이미 나있는 책이거든.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세세히 알지 않아도 좋아. 성경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그 사람이 성경을 최고로 잘 읽은 거야.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는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 있어. 이제부터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성경을 읽으면 되는 거잖아.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말씀을 알고 성경 읽기를 시작한다는 거지. 그러니 성경이 얼마나 쉬워. 지식에 속한 것을 알고 모르고의 문제는 오십 보 백 보야.

더 많은 예를 들 수도 있지만, 그러면 핵심이 흐려질 것 같아. 여기까지만 하고 한숨 쉬었다 가기로 하자.

문동수 목사  litho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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