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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국가개조'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국가는 국민, 주권, 영토인데, 영토를 늘리자는 얘기가 아니라면 국민이나 국민에게 있는 주권을 개조하겠다는 것은 독재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세월호를 통해 드러난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서 박 대통령의 '국가개조'는 진행 중에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를 통해서 보듯이 그가 말하는 '국가개조'가 국가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성과를 남길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 이 글은 '씨알의 소리'에 함께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고창하는가 했더니 6.4지자체 선거 중엔 새누리당 일부에서 박근혜의 <국가개조>에 대(大)자를 더해 <국가대개조>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 4월 29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국무회의 석상이었다고 기억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피력한 직후 약간의 반론과 비판들이 나오는 듯 하던 것이 지자체 선거기간을 통해 오히려 광범위하게 인용되었고, 어쩌면 이후 박근혜 정권의 좌표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언급(?)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박 대통령은 4.29일 국무회의에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국민들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할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바로 그 자리에서 지금까지 널리 시빗거리가 되고 있는 그 적폐(積弊)라는 말, 겹겹이 쌓여온 적폐들이 결국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것이라면서 “집권초기에 이 같은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잘못된 문제들을 바로 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바로 잡아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나설 것이다.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국가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적이고 철저한 국민안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필자가 오늘 이 글 <박정희의 인간개조와 박근혜의 국가개조>를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두 가지 충격 때문이다.
하나는 박근혜의 그 <국가개조> 운운 때문이요, 다른 하나는 세월호 참사가 마치 자신만은 제외한 이제까지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의 부정, 불의, 부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하는 그의 대(大) 오만을 격탄 하고자 함에서이다.
필자는 박근혜의 <국가개조>를 들으면서, 군사반란으로 순(純) 민주정부를 전복하여 그 정권을 찬탈한 그 5.16의 박정희가 마치 섬광처럼 겹쳐 오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내게 그것은 일종의 종교체험과도 같은 것이었다.
인간개조? 국가개조? 오호(嗚呼), 그것은 국가주의, 독재주의, 반민주주의자들의 용어 아닌가? 필자는 이제 약간의 역사진화의 사실을 들어 박정희의 인간개조론과 박근혜의 국가개조론이 어떻게 얼마나 반역사적인 것인가를 논하려 한다.
역사의 좌표, 공존(共存)
▲ 문대골 목사. ⓒ에큐메니안 고수봉
역사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지향하는 살표(→)가 있다. 공존(共存)이라는 것이다. 지구사(史) 50억년, 생물사 30억년, 인류진화사 천오백만년, 외형으론 모든 진화들이 그저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라 여기겠지만, 또 그렇게 여겨질 수밖에 없겠지만, 역사의 뜻을 묻고, 뜻을 찾는 종교적 입장에 설 때, 그 역사의 진화를 결코 자연적이었던 것으로 치부(置簿)해 버릴 수는 없다. 이 우주와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존재들을 기독교는 하느님이 창조했다고 말하지만 그 창조란 손놀림(Handmading)이 아닌, 궁극적 실존의 의지 주입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풀이는 이미 신학적으로 입증 되어 있다. 철학으로도, 의학으로도, 생물학으로도, 고고학으로도 명증(明證)할 수 없는 어떤 절대의지가 우주의 배후에 부단히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인식에 잡히지 않는 시간시대 이전, 공간시대 이전을 우리가 상상할 수는 없으나 분명한 것은 그 절대의지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발생했고, 그 공간에 지구가 생겨난 것이 고고학에서는 대체적으로 50억 년 전쯤으로, 그리고 20역 년을 지나 그 지구에 생물들이 나타났고, 드디어 30역 년 끄트머리에서 인류가 생겨나 역시 1500만년여의 세월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진화,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말한다.
열대 원시림의 나무 위에 살던 고생인류가 기후와 환경의 대편동으로 지상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직립보행을 하게 되고, 사고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불의 발견, 도구의 사용, 손짓, 몸짓, 눈짓 등 표정으로 의사를 전달, 타자와의 관계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인류의 진화를 결정적으로 이끈 것이 손짓, 몸짓, 눈짓 등 각가지 표정, 표현을 통해 이루어낸 ‘타자의 발견’이었다.
이 타자의 발견, 타자와의 관계는 이후 인류로 하여금 절대의지에 의해 경영(?)되가는 우주의 관리자(지배자)가 되게 한다. 그리고 이 ‘타자와의 관계’의 신비는 인류를 더욱 고차원의 <말>하는 인격체로 진화시켜 간다.
결국 성서가 증거하는 창조역사는 이 말하는 생명 하나를 이루어 내기 위한 역사였던 것이다. 절대의지, 궁극적 실제는 이 말하는 인류를 출현하게 하므로, 그 제1차의 역(役)을 마감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말하는 인격체로까지 진화함으로 그 궁극적 실제의 절대의지를 구현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현존하는 인류로 그 의지의 완성까지 가능할 것인가를 단언할 수 없다하더라도 적어도 나만이 아닌 타자(他者)를 발견하고, 또 그 타자를 통해 참 나를 발견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자타(自他)를 연결하는 ‘말’하는 인격체에까지 이르렀다는 이 신비의 사실은 이후에도 부단히 계속되어질 그 절대의지의 역사진행을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도 그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서두에서 역사는 그 절대적인 살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지금도 역사는 오직 그 한곳을 지향한다. 공존(共存, Coexistence)이라는 것이다. 천하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은 존재해야 하는 어떤 이유들, 용도들,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 그 기능, 그 용도가 있어 거기 그렇게 존재한다. 그 기능, 그 용도들이 폐기될 때, 그 존재는 사멸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기능, 그 용도의 활용(活用)이 타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너 없이는 자존(自存)마저도 불가능한 것이다. 너와 나는 공동 운명아래 놓여있는 존재다. 때문에 분리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속에는 그 절대의지를 거부하는 원죄에 가까운 탐욕이 있다. 그 거룩한 ‘공존의 거부’가 그것이다. 이 공존거부의 마성(魔性)이 사람 속에 깉을 때, 그 마성은 그로 하여금 조금은, 혹은 전혀 <다른 나>의 유혹을 받게 한다. 그 고귀한 공존을 거부하게 한다는 말이다.
공존은 어떤 경우도 차별(차이까지도)을 거부한다. 선후, 고하, 대소, 강약, 빈부, 상하 따위를 일체 거부한다. 그러나 사람 속에 깊이 숨어있는 이 마성은 너보다 조금은 더 큰 나, 많은 나, 강한 나, 앞선 나를 기리게 한다. 그래서 초래되는 것은 분열이요, 분쟁이다. 유혈과 살육이 빚어지고, 약육강식이 상도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의 오메가일 수는 없다. 역사의 도상에 이상(異常)한 힘을 가진 돌연변이들이 나타나 당대(當代)를 장악해 공존을 지향하는 역사의 거침돌이 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지존의 의지는 그 같은 반역을 좌시하지 않는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국가라는 것이었다.
태초의 국가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기구가 아니라 전체에 의해 공인된 공존의 공동체였다. ‘공존을 위해 공존권이 위임된 실체’라는 사실에서 말이다. 그래서 국가란 그 국가를 구성해 낸 전 구성원의 안전한 보호를 존립이유, 존립목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이 같은 국가라는 것의 출현과 함께 민(民)이라는 개념, 민이라는 집단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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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함석헌(咸錫憲)은 이 ‘민주주의’를 일러 ‘종교’라 했다.(함석헌 전집 3, p184) 함석헌이 민주주의를 종교라 했을 때, 그것은 천래(天來)의 것이었음을 뜻한 것이다. 절대의지, 곧 궁극적 실제의 원산물(原産物)이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종교다’라고 한 함석헌의 말을 천만번 새김질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인류가 영구히 수호해 가야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인간개조’(人間改造)론
그런데 한국의 현대사 속에 문제의 두 대통령이 있다. 박정희와 박근혜 현 대통령이다. 이들 두 대통령에겐 민족성(民族性)의 부재와 오만(傲慢)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정희가 주창했던 ‘인간개조’, 박근혜가 주창한 ‘국가개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인간개조? 국가개조? 무엄의 극치다.
대한민국(民國)이라니? 민의 나라라는 말이다. 민으로 이루어진 나라, 민이 이룬 나라라는 말이다. 국(國)의 주권은 전적으로 민의 것이다. 인간의 그 인(人)은 국(國)을 이룬 민 이전부터 존재했다. 국을 이룬 것은 민이고, 그 민(民)을 이룬 것이 인(人)이다. 그 인과 민의 합성어가 곧 인민(人民)이다.
인간은 실로 위대한 존재다. 인간까지도 그 인간을 지켜내기 위해 존재한다. 하물며 국가임에랴. 한국현대사에 인민(人民)의 피가 아니고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이 있다. 박정희의 5.16군사반란에 이어진 군사광란(軍事狂亂)의 정치이다. 그 박정희의 군사반란은 공존을 오메가 포인트로 지향하는 역사의 자리에서 볼 때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박정희와 그 일단들이 ‘백척간두에 선 국가’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며 군병영을 탈출해 나올 때, 믿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궁극적 실제의 역사(役事)가 있어 유혈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실로 천은을 입은 것이었지만 박정희와 그의 무리들이 믿었던 것은 오직 하나, 칼이었다.
박정희와 그의 무리들이 칼을 뽑아 들었을 때, 그것은 이미 사람이기를 포기한 것이었다. 칼은 죽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서는 물론 모든 고등종교의 경전들은 예외없이 사람이 하늘임을 증언한다. 5.16은 바로 그 하늘을 거부한 것이다.
칼과 군대로 입법, 사법, 행정 모두를 하나로 말아 쥔 박정희의 제일성(第一聲)이 <인간개조>라는 것이었다. 역사의 자리에서 볼 때 박정희의 인간개조 운운은 실로 천벌 맞을 소리였다. 좋은 편으로 해석을 해봐도, 비방을 위한 비방의 편에서 해석을 해도 박정희의 인간개조란 사람으로서는 너무 나가버린 소리였다.
“도대체 인간개조란 말이 아니 된 소리다. 키를 열두 자로 한단 말인가? 눈을 세알로 한단 말인가? 밥이 아닌 바람을 먹고 살게 한단 말인가? 터럭을 더 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덜 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인간개조하겠다는 너는 누구냐?” 박정희는 스스로 신이 되려한 것이다.
사상가요, 종교가로 당시 널리 민중의 숭앙을 받던 함석헌은 박정희의 쿠데타 세력이 열창하던 ‘인간개조’론에 다음과 같은 질타의 고성을 발했다.
“...또 한가지 이번 혁명으로 새로 나온 말이 있다. ‘인간을 개조해야 한다’는 말이다. ... 옳은 말이다. 인간이 달라져야 한다. 제도만 고쳐서 되는 것이 아니요. 사람, 바로 그것이 달라져야 할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 것은 인간 개조는 강제로는 아니 된다. 사람이 다 성인이 아닌 이상, 민중이란 더구나 무지하고 타락된 것(정치권력, 자본권력의 압박과 유혹에 의해: 필자주)인 이상 어느 정도의 강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정치는 결국 강제 없이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간성이 달라지는 줄(인간을 개조시키는 줄: 필자주) 알아서는 아니 된다. 정치 만능을 믿는 정치가는 정치가가 아니요 도둑이다. 정치가 없을 수 없지만 정치가 전부,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것을 아는 것이 참 정치가다. 정치를 다루는 사람에게 그 겸손이 있지 않고는 안 된다. 혁명이 필요하다. 잘못이 굳어지면 혁명으로만이야 된다. 그러나 그 어떤 혁명도 반드시 철학이 그 뒤에 서지 않고는 안 된다. 새 세계관, 새 인생관이 없이는 안된다. 한 마리 강아지를 길들이려 해도 강제만으로는 아니되는데 하물며 사람에게서일까? 강제(强制)는 늘 도리(道理)의 지도를 받아서만 해야 한다. 도리라니 다른 것 아니요, 모든 사람은 한치도 다름없이 다 같은 사람으로, 다 자유(自由)를 그 본질(本質)로 삼는 것임을 아는 일이다. 거의 불가능한 것임을 강제하되 강제인 줄 알지도 못하리만큼 스스로 기뻐 복종하도록 하는 것이 종교란 것이다. 혁명가(인간을 개조하겠다는 자: 필자주)에게야 말로 종교적 스승을 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사실에는 피스톨(pistol) 하나로 민족개조를 하겠다는 열심당이 어찌 그리 많은가?”(함석헌 전집 17권 p132, 인간개조)
박정희가 ‘나는 파라오다’라고 한 적은 없었다 해도 그가 <인간개조> 운운했을 때, 그는 이미 스스로 신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신이 아니곤 인간개조는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그렇듯 피스톨을 뽑아들고 인간개조를 부르짖던(?) 박정희는 기이하게도(?) 꼭 같은 총알받이로 1979년 10월 26일 역사로부터 퇴장을 당해야 했다. 합헌 민주정부를 찬탈한 1961년 5월 16일로부터 18년 4개월 10일만이었다.
1979년 10월 26일, 처참을 극한 그의 비극은 1961년 군사폭동을 일으키기 전 이미 그 반란을 상상할 때부터 그 반란행위와 함께 배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이다. 사람갖고 장난치는 개인이거나 어떤 집단이거나 국가권력까지도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박정희가 인간개조를 말했을 때, 이미 개조된 인간이 그의 머리 속에, 상상 속에 그려져 있었다. 바로 “제도권 인간(制度圈人間)”이었다.
박정희 통치(?)에 순치(馴致)된 인간 말이다. 하늘이 낸 사람(人), 그리고 그런 ‘사람들’ 민(民)을 자신이 만든 ‘틀’에 몰아넣어 재조형(再造型)하겠다는 것이었다. 하늘이 준 ‘자유하는 혼’, 그것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정치, 교육, 종교, 문화들이 수행해야 할 절대의 과제임을 박정희와 그 주변의 사람들이 알 턱이 없었다. 특히 박정희는 그랬다. 그는 선천적으로 <힘>을 숭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힘이 곧 신이었다.
자유, 평등, 평균, 평화, 정의, 뜻, 참, 정신, 혼 하는 천부의 가치들이 그의 인생엔 깉을 수가 없었다. 이미 힘을 신으로 삼고 있는 그의 기질 때문에 그는 그의 조국이 일본의 철권 통치아래 신음하고 있을 때, 그의 조국을 압박하는 적국의 육군사관이 되었고, 그것도 일본출신 사관들보다도 더 출중, 철저한 일군사관으로 “일황폐하를 위해 일신을 바치겠습니다”라며 혈서맹세를 한 자였다. 그랬던 그가 그의 조국이 일본치하에서 해방되어 국방군을 조직하던 때, 그 일군사관 복장을 재빨리 벗어 던지고 국군에 편입, 이어 군 내부 남로당 지하조직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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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예 연습으로 '새마을'을 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우측에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 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 ||
남로당의 군대 내 비밀조직책을 자임하던 그는 군 반란을 조직하는데도 일익을 담당한다. 그랬던 그가 아주 묘하게도 이승만 정권 하의 육군 특무부대장 김창룡의 군 내부 좌익세력 색출 작전에 걸려들게 되는데, 그 또한 일제치하에선 독립운동가들을 색출하는 정보활동을 하던 자로 이승만 정권이 수립되자 철저히 변신한 자였다.
어쨌든 전군의 5%에 달하는 4700여 명의 군인이 적발되어 처벌을 받았고, 그중 수백 명이 총살 또는 징역에 처해졌다. 박정희는 이때 자신과 함께 반란을 주도하던 동료들의 명단을 군특무부대에 몰수히 넘겨주는 것으로 살아남았다.
드디어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힘>의 신자(信者) 박정희는 이제는 바로 자신이 힘의 근원이 되게 된다. 비극이었다. 힘의 영(靈)에 사로 잡힌 그는 힘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쓰지 않는 힘은 퇴화한다. 힘을 숭상하는 자에게 힘의 퇴화라니? 그렇다. 필요이상으로 큰 힘, 특히 씨알을 압박함으로 확장되는 큰 힘은 반드시 역사의 철퇴를 맞게 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추한 모습으로 말이다.
필자는 종종 ‘나도 대인(大人)이 되고 싶다’는 아련한 맘을 품어 보는 때가 있다. 그러나 대인이란 대(大)통령이나 대(大)장이나, 대(大)국인을 말하는 것은 정말 아니다. 그런 것들은 다 이후 새 역사의 물결이 밀려들 때, 낙엽처럼 쓸려가 버릴 것들이다. 그것은 민중의 반의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만들어질 때의 대(大)란 그런 무가치한 것이 아니었다. 큰 대(大)자는 두 팔을 잔뜩 벌리고 ‘나는 사람이요’ 외치며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그 사람, 맨 사람만 정말 큰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주(主)이다. 그런데 박정희는 칼을 뽑아들고 달려들었다. 그 절대의 인간을 개조하겠다고 말이다.
그 결과는 공존을 지향하는 역사의 저주 아래 갇혀버린 것이다. 인간을 개조하겠다던 박정희는 비극 속에 갔다. 그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는 그렇게 가야만 했다. 인(人), 민(民)이야말로 영원히 불변하는 역사의 주(主)임을 변증하기 위해서 말이다. 박정희라는 이름이 있는 곳엔 기어이, 반드시 인(人), 민(民)이 그를 심판하는 이름으로 함께 있을 것이다.
박근혜의 <국가개조>론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국무위원들 앞에 두고 <국가개조>를 역설할 때, 역사의 정리에 간 군사쿠데타의 수괴, 그의 아버지의 얼굴이 정확하게 겹쳐 왔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겹쳐질 수 있을까? 그의 아버지의 <인간개조>와 그의 딸 박근혜의 <국가개조>란 말이, 주장이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술 더 떠 대(大)개조라니…….
박근혜가 말하는 국가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필자가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면서도 <박근혜 국가개조>론을 거부하는 것은 박근혜의 성장과정, 그의 어투, 어록들, 그의 행적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그가 한 딸로 아버지 박정희를 존경하고 공경하는 것이라면 좋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아버지가 군사반란의 수괴 박정희인 경우 그것은 결코 딸 박근혜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나와의 문제요, 역사와의 문제다.
역사와 민중 앞에 그 죄를 빌고 깊은 참회, 뜨거운 통곡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박정희 딸, 박근혜가 그 아버지의 반역사적인 측면을 그대로 빼 닮았다는데 있다. 불행하게도 박근혜는 그가 성장하는 중에 ‘민주주의’를 배워본 적이 없다. 그의 아버지가 역사가 정죄한 독재자였으니, 그리고 그가 만나는 소위 크고 작은 인사들이 하나같이 그 아버지를 신성시(?)하는 무리들이었으니 민주주의라는 말을 듣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한다는 소리가 ‘한국적 민주주의’였으니 어떻게 순(純)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었겠는가?
뿐만 아니다. 민주주의를 배울 수 없었다는 불행을 넘어 도대체 ‘민주주의’라는 소리 자체가 싫었다.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는 유사이래 부단히 진화해온 이 보편적인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파열음이었다. 박근혜는 그의 아버지 박정희의 그 비민주, 반민주의 정서를 빈틈없이 내려 받았다. 그의 아버지 박정희의 5.16을 끊임없이 예찬해온 사실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줄기차게 정치활동의 장을 확장해가면서 그의 아버지를 역사적 인물로 부추기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아버지는 내 국가관, 정치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신 분이라 할 수 있다.”고 한 것은 그의 대표적인 아버지(독재자인) 띄우기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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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은 89년 5월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5.16군사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밝혔다. (사진: <뉴스타파> 캡처) | ||
세월호 참사 후, 그는 그 참사를 “과거부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로부터 빚어진 것들이라면서, “이번에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잘못된 문제들을 바로 잡겠다.”면서 <국가개조>를 운운하므로 사실은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책임자로서 민중 앞에서 무릎을 꿇고 민주국가, 국민국가로의 대개혁을 서원해야 할 자신이 한걸음 더 나아가 국가개조를 하겠다니……. 그런데 박근혜가 말하는 그 국가라는 게 박정희에게서 받는 국가라니…….
“내 국가관과 정치철학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것”이라면서 국가개조를 하겠다면 그건 결국 박정희의 국가, 박정희식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인류사 1500만년에 유사 이래 7000년, 나라들이 민족들이, 종족들이, 생사를 넘어들며, 명멸을 교체하며 이루어 지켜온 민주주의, 이후에 또 다른 체제가 어떻게 이루어져 올 것인지 모른다 해도 이제까지는 인류가 지키고 섬겨야 할 공존(共存)을 존재 이유로 하는 민주주의, 그것은 우리 씨알에겐 절대 아닌가? 그런데 무엄하게도 <국가개조>를 운운하고 있다.
박정희는 군사반란에 ‘성공’을 거두면서 1300여개의 신문, 잡지, 방송들을 폐간시켜 버렸다. 이유는 오직 하나, ‘딴소리 없다. 내 말을 들으라.’였다. 때로는 이상스러우리만큼 움켜드는 민중인지라 쥐 죽은 듯이 엎디어 함구하지만, 역사는 그 민중을 일깨워 다시 역사의 전면에 세운다. 민중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그 입들이 모아져 함성이 되어갔다.
박정희는 이미 타(他)의 소리에는 절대의 귀머거리였다. 박근혜는 자신이 ‘정치철학’도 박정희에게서 왔다고 했다. 박정희에게도 정치철학이 있었나? 박정희의 정치철학? 그것은 완벽한 ‘1인주의’였다. ‘나를 따르라’하는 독재자들에게서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나만 따르라’였다. 박정희가 반란에 성공(?)하자마자 모든 민주언론을 제거해 버린 이유가 있었다. ‘딴소리 말라.’는 것이었다.
사람도, 교회도, 국가도 딴소리가 있어 살아간다. 소위 언론이라는 것, 언론자유라는 것이다. 그런데 박정희는 이 날빛같은 진리를 몰랐다. 역사는 박정희를 치우기도 했다. 그래서 보낸 것이 김재규였다. 박정희는 그렇게 갔다. 그렇게 가서는 안 되는 것을! 필자는 민주국가인 내 나라를 위해서 만이 아닌 보편적 진리인 민주주의를 위해 박근혜의 회개를 간절히 요청한다.
아버지의 국가관, 아버지의 정치철학이 반역사적, 반민주적이었음을 깊이 깨닫고, 민주국가, 국민국가로 회귀할 것을 기도한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하늘역사를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첫 길이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이제까지 눌려있던, 그 정말 잘못된 그의 아버지 박정희의 혼령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런 행복을 기도해 본다.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필자에겐 ‘박정희, 박근혜와 민주주의’를 왠지 불신케 하는 직접적인 한 경험이 있다. 1976년도의 일로 기억된다. 그때 필자는 아주 조그만 기독교 한 교단의 총회장 감투(?)를 쓰고 있던 때였다. 당시 총회의 사회부장이었던 유모 목사가 필자에게 당시 박근혜를 명예 총재로 엎고, 자신은 총재 노릇을 하는 구국선교단 최태민 목사를 한번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유 목사는 바로 그 구국선교단의 사회부장이기도 했다. “좋소. 사람 만나자는 데 안 될 것 없지요.” 했다.
유 목사는 곧 이어 일정을 잡았고, 필자는 일정에 따라 소위 그 최태민을 만났다. 광화문 네거리 바로 곁에 있던 건물로 아래층은 무슨 제과점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구국선교단 총재실은 그 2층에 있었다. 유 목사를 따라 올라가 그가 소개하는 데로 최태민을 만났다. 거구에 잘 생긴 장년이었다. “감독님, 최태민 총재이십니다. 인사하시죠.” 이렇게 해서 나는 유목사의 소개로 그 유명한 최태민을 만나게 됐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제 편에서 초청해 찾아온 첫 대면의 손님에게 최태민의 하는 말이 이랬다. “문 목사, 문 목사도 반정부 운동하시오? 함석헌, 장준하, 이것들 광화문 네거리에 세워놓고 총살시켜야 할 자들이오.” 어안이 벙벙해 왔다. 참 고약한 놈이라 생각했다.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않은 터에 함석헌, 장준하를 말한 것은 유 목사를 통해서 필자가 함석헌의 제자(?)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총재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 여기서 자리를 떠야할 것 같습니다.”하고 유 목사는 최태민 곁에 버려둔 채 그 어둠의 자리를 되돌아오고 말았다. “…….” 함석헌과 장준하를 광화문 네거리에서 세워놓고 총살시켜야할 자들이라는 최태민! 그런데 박근혜는 ‘한국 민주주의의 화신’이라 하기에도 부끄럽지 않을 그 인격들을 총살시켜야할 자들이라는 그 최태민을 “내 인생의 참 귀한 멘토셨다.”고 그의 일기에 담고 있는 것이다. 필자와 박근혜 사이엔 정녕 건널 수 없는 다리가 가로놓여 있는 것일까?
▶ 문대골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에서 교회와사회위원장, 씨알의 소리 출판부장,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낸 원로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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