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절반은 가시면류관
가시 자리에서 살지고 빛나는 잎 솟았고
가시 자리에서 붉고 빛나는 꽃 돋아났다

내게 낮은 너무 눈부셨으니
가시로라도 빛 되돌려주어야 하였느니
내겐 밤은 너무 추웠으니
가시 활처럼 구부려서라도 견뎌야 했느니

내 영혼의 태반은 헛꽃
꽃 속에 작은 꽃 숨겼느니
꽃 밖에 큰 꽃 흘렸느니

내 사랑 혹 보이지 않을까
붉은 입술 한껏 벌리어 그대가
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보드라운 길 내었느니

모래알만한 꽃이여
생략이 내겐 생존이었느니
작아지는 길이 내겐 진보였느니
스스로 그림자 되어 그늘 드리웠느니

김해자 시인  haij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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