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입법을 위한 삼자협의체가 입법권 침해라는 주장이 있다. 피해당사자인 세월호 유가족이 협의체에 참여하기 때문에 중립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국민이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대의민주제를 훼손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헌법전문에는 국민이 헌법제정권자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법제정의 주체인 국민을 입법활동에서 근원적으로 배제하는 대의민주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오늘 정치의 근본문제는 직접민주주의를 배제하고 대의민주주의를 고집하는데 있다. 직접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다. 국민이 입법 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요청될 뿐 아니라 권장되어야 한다.

피해당사자인 세월호 유족의 참여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하는가? 진정한 공정성과 객관성은 고통당하는 피해자의 심정과 삶 속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오늘 고통당하는 피해자가 우리 사회의 진실과 정의에 가장 가까이 있다. 억눌리고 짓밟힌 피해자의 주체와 삶을 자유롭고 온전하게 드러내고 실현하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고 진실한 것이다.

형식적이고 법리적인 공정성과 객관성은 기득권자들의 불의를 정당화할 뿐 진실을 은폐하고 불의를 정당화하기 쉽다. 민주시대의 정의는 국민의 억눌린 주체와 삶을 자유롭게 펴는 것이다. 민주시대의 불의는 국민의 주체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순(씨알사상연구소 소장)  p994@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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