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한 걸레
쓰레기통에 넣으려다 또 망설인다
이번에 버려야지, 이번에 버려야지, 하다
삶고 말리기를 되풀이하는 사이
또 한 살을 먹은 이 물건은
1980년 생,
연한 황금빛과 주황이 만나
제법 그럴싸한 타올로 팔려온 이놈은
의정부에서 조카 둘 안아주고 닦아주며
잘 살다 인천 셋방으로 이사온 이래
목욕한 딸아이 뽀송뽀송 감싸주며
수천 번 젖고 젖은 만큼 다시 마르면서
서울까지 따라와 두 토막 걸레가 되었던 
20년 생애, 더럽혀진 채로는 버릴 수 없어
거덜난 생 위에 비누칠하고 또 삶는다
화염 속에서 어느덧 화엄에 든 물건
쓰다 쓰다 놓아버릴 이 몸뚱이

*김해자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 등단. 시집으로 <무화과는 없다> <축제>, 산문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등이 있음. 전태일문학상과 백석문학상 수상.

김해자  haij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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