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6월5일 오전11시부터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한미 FTA 본 협상 개시 기자회견>을 열고 “약가상환제도의 중단, 스크린쿼터 축소 등 한미 FTA 추진을 위한 ‘4대 선결조건’을 철회하고, 한미 FTA 협상 자체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6월5일 오전11시부터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한미 FTA 본 협상 개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정훈

기자회견은 박석운 범국본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정광훈 민중연대 의장의 인사말과 각 시민단체와 민중단체 대표들의 규탄 발언들이 이어졌고,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참석한 인사들 중 정광훈 의장을 비롯한 2명의 대표들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만나 항의서를 전달했다.

민중연대 정광훈 의장은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민중들의 반대로 다자간 무역협상이 무산되자 쌍무 협상인 FTA가 추진되는 것”이라며, “민중들의 삶을 처참하게 만들 한미 FTA에 대해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범국본의 정책기획 연구단장을 맡은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FTA 협상 초안을 비교 분석해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이익의 균형을 위해 협상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미국의 FTA 초안에서도 볼 수 있듯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협상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농업의 쌀 분야에는 애매한 표현밖에 없고, 서비스 업종의 교육, 의료, 공공부분은 최악이며, 투자 부분에서는 한국 정부가 나서서 미국의 입장을 보장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정광훈 민중연대 의장(좌)과 범국본의 정책기획 연구단장을 맡은 이해영 한신대 교수. 특히 이 교수는 “한국 정부가 나서서 미국의 입장을 보장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이정훈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한국 FTA 준비는 한 마디로 부실과 졸속”이라고 지적하고, “15개 협상 분과 중에 맘 놓고 협상단을 지켜볼 것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FTA 저지 미국 원정투쟁단장을 맡았으나 미대사관에서 비자 발급을 거부해 미국에 가지 못한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주전 미국에서 만난 미 무역대표부 ‘스코트 키’로부터 ‘2004년과 2005년부터 한미 양국이 합의초안을 마련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합의 초안이 이미 마련됐다면 현재 정부에서 한국의 안으로 발표한 것은 거짓말이 가능성 높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허 부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의 4개 노총이 연대하여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모델을 기반으로 한 한미 FTA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미 무역대표부(USTR)에 낼 것이라고 밝혔다.

허 위원장의 말에 이어 사회를 맡은 박석운 범국본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양대 노동조합이 FTA에 반대하면 민주당도 이에 동조할 것이고, 이번 미국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FTA는 물 건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정권을 넘어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 사회까지 다 파탄의 지경으로 몰고 가려 하느냐”고 규탄하고, “지난 외환위기 때처럼 전국민이 앵벌로 나서게 하는 한미 FTA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도 “미국의 식민지로 종속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보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자는 투표를 하자고 제안하는 게 오히려 솔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좌)과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김 사무처장은 “전국민을 앵벌이로 나서게 하는 한미 FTA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정훈

각 단체들의 규탄 발언에 이어 서정의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장과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공동으로 낭독한 성명서를 통해 범국본은 “한국 정부가 선전하는 것처럼 한미 FTA가 이 땅의 민중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한미 FTA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급격히 진행되었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결정체이며 WTO,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를 앞세워 진행되어 온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관철하는 정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범국본은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한국과 미국에 기반을 둔 초국적 자본들에게는 국경을 넘어 노동자들을 착취할 자유가 주어질 것이고, 먹거리와 교육, 의료 , 문화는 이윤을 위한 쟁탈전에 내맡겨질 것”이라며, “물, 에너지 등 그나마 형식적으로 남아 있는 최소한의 한국사회의 공적서비스 조차도 초국적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사유화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국 정부가 농업 분야 협상에서 최선을 다 할 것이며,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지켜질 것이라는 등의 거짓말을 되풀이 해 왔지만, 협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그것은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한 “한미 양측 정부가 협상 타결 이후 3년간 한미 FTA 협상관련 문서를 비밀에 부칠 것을 합의했다”는 점은 “이 협상이 가져올 해악이 알려질 것을 한미 양측 정부가 두려워해서 밀실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서정의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장(좌)과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우)이 공동으로 낭독한 성명서를 통해 범국본은 “한국 정부가 선전하는 것처럼 한미 FTA가 이 땅의 민중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 이정훈

마지막으로 범국본은 성명서에서 “현재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 FTA 1차 본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으로 파견된 대표단은 즉각 한국으로 돌아 올 것”을 요구하고, “한미 FTA 체결을 위해 선제조건을 받아들인 약가 상환제도 중단, 배출가스 규제완화, 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쿼터 축소 등 소외 ‘4대 전제조건’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범국본은 이미 개시된 한미 FTA 본 협상에 대응하기 위한 세부 계획도 발표했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6월5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함과 동시에 ▲ 6일에는 한강공원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캠페인, ▲ 7일에는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와 한미 FTA 반대 문화한마당’, ▲ 9일에는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한미 FTA 장례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청와대에 한미 FTA 협상중단 요구 서한를 전달하러 가기 위해 이동하려 했지만 전경들이 길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실랑이와 가벼운 몸싸움이 있었지만, 곧 청와대에서 “이정호 시민사회수석이 대표 3명만 만나겠다”는 전갈을 보내와, 정광훈 민중연대 의장,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서정의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장이 시민사회수석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