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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을 어버이처럼 섬김 : 씨알 어뵘<박재순 칼럼> '민중은 섬김의 대상이자 자치의 주체'
박재순(씨알사상연구소 소장) | 승인 2014.09.25 14:37

   
 
씨알의 바른 표기는 왼편 그림과 같은 아래아 표기가 맞으나 웹상에서는 표기가 불가능해 '씨알'로 표기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유영모는 1956년 12월 연경반(硏經班) 강의에서 『대학(大學)』의 친민(親民)을 ‘씨알 어뵘’으로 옮겼다. 민(民)을 씨알로 보고 친(親)을 ‘어버이처럼 받들어 섬김’으로 풀이했다. 이런 풀이는 유교에서 민을 본능과 충동에 휘둘리는 어리고 어리석은 존재로 보고 지배 엘리트인 군자(君子)를 본능의 충동을 극복하고 본성을 실현하는 어른으로 본 것과 대조된다.

   
▲ 강의중인 유영모 선생. 함석헌, 김교신, 이현필 등 20세기 사상과 영성의 대가들이 스승으로 모신이가 바로 다석 유영모 선생이다.
유영모의 민중 이해는 민중을 피치자로서 돌봄과 배려의 대상으로 본 유교의 민중 이해와도 다르고 민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았던 서양 계몽철학의 민중관과도 구별된다. 유영모에게 민중은 무지몽매한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받들어 섬길 주체이자 주인이며, 다스릴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다스리는 자치(自治)의 주체이고, 가르침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배워야 할 어른이고 어버이다. 유영모에게 민은 정치교육이나 혁명의 동원 대상이 아니라 끝까지 주체이고 주인으로 남는다.

유영모는 민을 씨알이라고 함으로써 민중에게 가장 품위 있고 의미 깊은 이름을 부여했다. 씨알은 자연 생명, 인간 생명, 신적 생명을 함께 나타낸다. 민을 씨알이라고 함으로써 역사와 자연이 통합되고 인간과 신적 생명이 씨알 속에 통합된다. 씨알로서의 민은 유식하거나 도덕적으로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민은 진화하는 자연 생명의 씨눈이며 역사적 생명의 중심이고, 신적 생명의 씨앗이다. 영원한 생명의 씨앗인 민중은 자연 생명의 바닥이며 우주 생명의 중심과 꼭대기다.

씨알은 모든 사회적 특권과 인위적인 치장, 의식과 관념에서 벗어난 인간 생명의 씨알맹이, 속알맹이를 나타낸다. 민중을 씨알로 본 것은 민중을 사회적 지위나 소유, 명예나 재주와 기능, 겉모습과 주장으로 보지 말고 속 생명과 정신의 마음속 씨알맹이로 보자는 것이다.

박재순(씨알사상연구소 소장)  p994@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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