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노래이야기 1에서 언급한 무시케(Μουσικη, Mousike)를 통해서 음악에 접근을 하게 되면 - 여기에는 '음악(音樂)'이라는 동양적 용어를 통해서 조망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것은 다음에 논하기로 하고 - 문화의 초기 단계(?)에서는 음악이라는 것이 다양하고 복잡한 음(소리)의 집합보다는 그 내용이 되는 '시'에 무게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그 내용이 되는 시에 선율과 화성, 리듬 등이 더해지면서 음악의 세계를 발달시켜가게 된 것이다. 이것이 현대에 이르러 우리가 말하는 노래에 가장 가까운 형태가 아닐까...

그레고리안 찬트(Gregorian chant, 그레고리오 성가 -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 Gregorius 의 이름을 딴 명칭, 독일의 코랄)를 보면 이 음악문화의 전통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중세에 이르러, 지금의 일반적 음악형태가 되는 교회선법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현대에서까지도 가톨릭에서는 여전히 전례음악의 가장 합당한 형태로 인정받고 있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일반적으로 반주도 없이 낭송하듯 불리워지는 헝태를 띠는데, 그러면서 입체감을 주는 것은 시와 음악이 어우러져 건네주는 근사한 멋과 신비감이 아닐까... 동양의 민요가락은 그와 뿌리를 같이 하는 다른 형태의 선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노래는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중요하다. 입고 있는 옷이 아무리 화려하고 멋드러져도, 그 내용이 되는 시가 죽어 있으면 안 된다. 굳이 여기에서 시론을 들먹이지 않는다 해도 이 말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노래는 삶의 이야기이어야 하고, 지친 일상에서 회복을 얻는 쉼의 샘물이어야 하고, 희망을 안고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지침이어야 하고, 무엇을 위해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나누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삶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으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와 우리의 존재를 확인시켜줄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야 하고, 생명세계, 영혼의 세계, 영원의 세계와 연결시켜줄 수 있는 길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당장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젠장,,, 노래가 그렇게 무겁고 어려워서야 누가 노래를 듣고 부르려 하겠어...'

과연 우리의 삶이 내가 편하고 가볍게 누리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누릴 수 있을까... 무엇을 해도 거기에는 절제와 중용과 참음의 미덕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노래를 향유하는 데 있어서도 이 공식은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가볍고 천박한 노래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 노래가 아니면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도 풀리지 않는다고 여겨 버리는 잘못 길들여진 습성이 문제가 아닐까...

이 문제는 곧바로 자본과 상업화가 만들어낸 상품에 길들이기 문화를 보게 한다. 지난 노래이야기 1에서 노래듣기로 띄웠던 밥 딜런의 '바람에 흩날리는 대답(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필자 역)'도 많은 사람들이 무겁고 어렵다는 노래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구촌에서 그 노래를 좋아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자유와 해방은 방종과 제멋대로가 아니라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상상해보라. 천상에서 들려오는 듯한 노래 소리에 취해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을... 하나님의 음성에 나를 내어맡기고 무아지경에 빠져 숨쉬는 모습을... 한데 어우러져 우리들의 신을 향해 응답하는 아우성과 몸부림의 소리를... 그것이 우리의 노래에 담겨 있다면...

노래를 향유하는 우리 사회의 소통방식이 어떤지를 잠시 돌아보자.

자본과 상업화에 물들어 있는 문화 시장은 상품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공급한다. 그 상품은 온갖 자극과 유혹의 옷을 입고 사람들을 노리고 있다. 반복해서 들려주면서 또는 보여주면서 대중들로 하여금 물들 게 한다. 그 상품의 목적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나 본질 따위엔 관심이 없다. 오직 하나의 목표로 움직이게 된다. 이익이다. 그것은 마치 대중음악이니까 그래도 되는 것 같은 속임수를 쓰기까지 한다. 도대체 대중음악이라고 하는 용어가 어떻게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짚어 가겠지만, 대중음악이라는 것은 순전히 상술의 시장이 되어 버렸다.

음반 하나를 제작하면 거기에 홍보와 선전을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살아 남기 위해서다. 대중매체에 가능한 한 많이 보이기 위해서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많이 각인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히트는 쳤는데 돈은 벌지 못했다는 말들이 나온다. 그것을 위해 사업하는 곳이 이른 바 기획사이다. 그 기획상품들에는 순수한 음악을 위한 투자보다는 그 외의 것들에 경비가 훨씬 많이 소요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과연 어떤 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거대 대중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는 신뢰감을 주고 받아들인다. 그게 일반 대중심리다. 노래가 향유되는 과정을 찬찬히 한 번 돌이켜 보면 알 수 있게 된다. 웬만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노래라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얼마나 반복되게 또 얼마나 자극적인 방식으로 다가왔느냐에 따라서 호불호와 힛트곡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많이 팔리는 노래가 된다는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한 번 면밀히 분석해보자. 음악 분야야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지 않으니 차치해 두고, 노랫말은 누구나 따져볼 수 있으니 한 번 해보자는 말이다. 제정신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들의 노랫말을 보면 무언가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그러한 노래들이 우리의 안방을 차지하고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고 각성하게 된다면 어떤 정신이 들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노래에 흥을 돋우고 함께 들썩 거리고 같이 휩쓸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헐리우드 영화를 따라갈 흥행성을 일반 영화가 있을까... 일단 흥행에 성공하려면 거대 자본이 투자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거대 자본이 들어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거대 자본을 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저 봉사하듯 쏟아부을 기획사가 있을까... 방송은 예외일까? 방송사는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공익을 위해서 움직일 수 있을까...

유럽의 경우를 보면, 자국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프랑스를 중심으로 영화건 음악이건 쿼터제를 법제화 해 놓고 있다.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나 미국 음악에 대처해 자국의 영화와 음악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예술성과 국민의 생활에 대한 숙고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영화제에서 과연 몇 개의 헐리우드 영화가 수상 대상에 오를까...

우리가 몸담고 생활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은 과연 어떨까... 현대산업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경제적 부를 조금씩 축적하면서 사치와 향락을 기조로 하는 소비문화가 번성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수입된 음악, 이른 바 팝음악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향유했을까... 지난 노래이야기 1에서 소개한 '바람에 흩날리는 대답'은 그마나 그 중 내용있는 노래로 분류할 수 있을 터인데, 그 노래마저도 그 내용을 제대로 알고 향유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됐을까... 과연 사람들은 팝음악을 들으면서 무엇을 향유하고 무엇을 공유했을까... 자신이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 팝음악이 있다고 하면, 지금 바로 그 노래의 내용이 무엇인가 잘 알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라. 혹 군데군데 자극적으로 던져지는 소리말 때문은 아닌가... 또는 한 두 마디 알아들을 수 있는 구절의 가사 때문은 아닌가...

노래는 어떡하든 내용이 중심이다. 그래서 노래이다.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지, 그래서 어떻게 향유되고 공유되는지가 생명이어야 한다. 그래야 노래가 된다. 이런 이야기를 강조해서 하는 이유는, 지구상에 있는 어떤 문화이든지 그에 대한 관심과 투자와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발전하고 확산될 수 있다는 합리적 판단 때문이다. 그런 환경 위에서 비로소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실력이 더 나아지고 그로 인해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어서이다.

무시케 이야기 속에서 나는 로고스의 언급을 좋아한다. 우리가 누리는 노래에도 이 로고스가 담겨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드러나지 않으면서, 생활과 동덜어져 있지 않으면서 은은히 울려나오는 말씀이 그 노래에 담겨 그것이 모든 사람들의 노래가 되고 생활이 되고 희망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늘 메시지가 이 땅의 노래에 담겨 울려퍼지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전인적인, 통전적인 삶이 노래에 담겨 향유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의 길이 아닌가... 우리의 삶을 신앙으로 노래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그것을 문화하고 하고, 예술이라고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차례에서 CCM에 대한 고찰과 함께 다루고자 한다.

오늘도 지친 마음과 몸들을 노래에 녹여 보내기를 바라면서 말씀이라는 단어가 담겨 있는 노래 하나 올린다. 참고로 이 노래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경수 목사님께서 쓰신 시에 곡을 입힌 노래이다.

고백

언제나 깨끗하게
지켜진 바다는
눈물 나게 아름답고
푸르다.

바다밑 깊이 우주를 숨쉬는
생명의 푸른 물결과
어디든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

말씀으로 잘 닦여진
말씀으로 잘 닦여진
믿음 소망 사랑도
이러하거늘

필자 소개      윤광호 목사 한국신학대학 입학 한신대학 신학과 졸업 일본 도쿄신학대학원 특별연구생 독일 마인츠대학 입학 일본 기후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오르간 연수 현재, 군산노회 성촌교회 목회 섬김. 성남시와 충남 당진에서 교회 개척도 해 봄. 일본 야마나시에 교회 개척 ‘노래하는 목사’로 활동 개인 음악 앨범, 음반으로도 발표 1집: 자연과 생명을 노래하는 한누리 2집: 힘겨운 날 3집: 참된 평화

윤광호 목사  mail@yuny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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