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의 문

박정희 유신독재시절은 정의와 평화, 통일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끌려가고 고문 받는 엄혹한 시대였다.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고한 시민들도 간첩으로 만들었으며, 체제를 반대하는 세력에게는 가혹한 탄압을 일삼았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양심수 석방운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는 양심수 일부를, 그것도 만기출소를 앞둔 사람들을 석방시키는 기만적 태도를 보였고, 이에 민가협은 양심수 전원석방을 요구하며 4차례에 걸쳐 농성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의 요구를 함께하기 위해, 9월 23일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탑골공원 앞에서 목요집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후 목요집회는 탄압받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다. 아무리 탄압이 거세져도 매주 그 자리를 지켰다. 자식을 빼앗긴 어머니, 하루아침에 가장이 옥에 갇힌 부인과 아이들, 사회적 편견과 냉대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였다. 또한  목요집회는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통일을 외치고 국민적 공감을 호소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반민주 악법 철폐를 비롯하여 부당한 감시와 연행 반대, 감옥 안의 부당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개선을 주장하였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각종 군사훈련을 반대하고 화해협력을 촉구하는 주장이 펼쳐졌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옹호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도 진행되었다. 이렇게 목요집회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당사자와 가족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지난 21년간 목요집회를 통해 구속자 석방을 외치고 반민주악법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였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양심수가 존재하고 국가보안법이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보안법은 평화통일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고 이적단체의 굴레를 씌웠으며, 최근 몇 년간은 적용범위를 더욱 확대하여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 만으로 구속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2013년에는 ‘내란’이라는 구시대 유물을 꺼내들었다가 더 이상 조작사건에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자 국가보안법으로 덮어버리는 만행도 저질렀다. 노동자들도 1970년대 외쳤던 ‘노동3권 보장’이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으며 정리해고와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으로 구속자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에겐 수 십년간 피로 쓴 민주주의의 발전 역사가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민주, 인권세상으로 가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하기에 목요집회도 고통 받는 사람들과 가족들과 함께 계속될 것이다. 한 국가 인권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양심수가 없고 반민주적 악법과 제도들이 폐지되며, 정의가 사회의 우선 가치가 되는 세상이 올 때가지 목요집회는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민가협 목요집회 21년의 역사와 가치를 계승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양심수를 전원 석방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각종 악법을 철폐시키기 위해 투쟁 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자주, 민주, 통일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 할 것을 결의한다.

2014년 10월 16일

민가협 1000회 목요집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