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박현채 선생 전집·추모집 출판기념회가 7일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진은 헌정사를 읽고 있는 김낙중 대표.

“오늘의 역사적 상황에서 당위적인 역사적 삶에 충실하는 길은 ‘오늘 보상되지 않고 오늘 보상받기를 원하지 않는 삶을 지켜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의 수상을 나 자신의 경제학 연구에 대한 업적 그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그와 같은 연구결과를 평가하게 하는 ‘역사적 상황의 진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 고 박현채 선생(제2회 단재상 수상연설에서)

‘고 박현채 선생 전집·추모집 출판기념회’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정확한 이론과 실천을 강조하며 살아온 민족해방 운동가이며, 빨치산 전사, 민주화 운동가, 민족경제론자였던 고 박현채 선생과 인연을 맺었던 각계 200여명 인사들이 모여 신자유주의 시대에 그의 사상과 이론을 계승발전시킬 것을 다짐하는 자리로 되었다.

▲ 정치, 경제, 학계, 문화, 재야 등 각계 각층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박현채 전집 출판기념회가 진행됐다.

변형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개회사에서 “오늘은 ‘박현채 전집·추모집’발간을 기념하는 날이면서, 중견 경제학자들이 박현채 선생의 ‘민족경제론’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다짐을 하는 뜻 깊은 날 ”이라며 “민족경제론이 점점 발전되어 한국경제에 큰 흐름을 이루는 학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그는 젊을 때 가지고 있던 역사관과 세계관을 버리지 않고 행동한 사람이었고, 사회주의와 민족주의가 결합한 독특한 분야를 개척하고 사회과학이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도 “박현채 선생의 민족경제론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우리 경제는 나아갔지만 그의 사상이론은 지금 더욱 빛난다”며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잘사는 사람만 더 잘살게 되는 이 세상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등 정치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백낙청 교수는 6.15공동선언 4항(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을 거론하며 “남북정상이 박 선생을 추종한 것은 아니겠지만 한반도내에서 균형을 갖추고 자주성을 갖는 경제를 일컬을 때 ‘민족경제’말고 다른 이름이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백낙청 교수는 ‘악문’이며 ‘비문’이 많기로 유명한 고 박현채 선생의 문체에 대해서도 “중요한 내용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독자들에게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기 위한, 고통을 이겨내는 열정이 담긴 악문”이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절제된 표현으로 쓴 80년대 중반의 글들이 더 매력 있다”고 말했다.

김낙중 고 박현채 추모집·전집발간위원회 대표(평화통일운동가, 전 민중당 대표)는 ‘헌정사’에서 “민족경제 수립의 길이 외세에 막히고, 땅을 빼앗겨 군사기지를 건설해 주어야 하는 불행한 처지”라며 “민중의 생존권, 민족의 자주권을 지켜내는 싸움에서 당신의 지혜와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임동규(민족무예 경당 대표), 전무배(민족일보와 조용수 기념사업회 회장), 장두석(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이사장), 권오헌(양심수후원회 회장) 등이 출판기념회를 지켜보고 있다.

고 박현채 선생은 민족경제를 ▲한민족의 정칟경제 통일체 ▲민족을 위한 힘과 부를 창조하는 과정과 장으로서 민족의 생활통일체 ▲국민경제의 자주·자립을 실현할 수 있는(국민경제의 형식과 냉용이 하나로 되는) 자율 재생산구조 등으로 규정했다.

민족경제론의 기초 범주에는 민족생활 양식론, 민족자본론, 자립경제론·민족경제론, 민족주의론, 민중론, 사회구성체론·발전단계론 등이 포함되며, 한국자본주의 상황을 민족주체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족경제론은 특히 외국이론과 모델을 단순 도입 적용한 것이 아니라 실천운동과 결합되고 토착화되면서 고유의 이론체계를 갖추게 된다.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의 발전국갇동아시아 모델로 불리는 수출지향 국가주도형 발전전략을 비판하며 대안담론의 역할도 수행했다.

‘박현채 전집’(전7권, 도서출판 해밀)에는 1960년부터 1993년까지 그가 쓴 모든 저작과 논문, 대담, 토론, 육필회고록, 석사학위 논문 등 모든 글이 실렸다. 또한 부록에는 미공개 사진자료, 각종 학적부와 증명서, 1차 인혁당 사건 관련자료, 1979년 임동규 간첩사건 관련자료, 육성녹취록, 관련자 증언록 등이 포함됐다.

▲ 박현채 전집과 추모집 '아! 박현채'.

▲ 1987년 제 2회 단재학술상 수상 강연을 하고 있는 박현채 선생. ©박현채 전집.추모문집 발간위원회

고 박현채 선생 약력

1934년 11월 3일 전남 화순군 동복면 독상리에서 태어남 1947년 광주서중 입학 1950년 빨치산으로 입산, 소년돌격중대 문화부 중대장 1952년 하산 도중 체포, 석방 1954년 전주고등학교 3학년 편입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입학 1961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 대학원 졸업 1961년 결혼 1964년 제1차 인혁당 사건으로 구속 1971년 <대중경제론 100문100답> 집필 주도 1978년 <민족경제론>(한길사) 출간 1979년 ‘임동규 간첩사건’에 연루 구속 1980년 134명 지식인 선언 참여 1985년 한국 사회구성체 논쟁 주도 1987년 제2회 단재학술상 수상 1988년 한국사회연구소 설립 1989년 조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취임 1995년 8월 17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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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에 실렸습니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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