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맑음
해가 창 너머로 방안을 들여다보면서 “어? 오늘은 집에 있네?”라고 하는 듯하다. 이리저리 하도 돌아다니다 보면 마음마저도 어수선하다. 오늘은 맘 잡고 책도 보고 밀린 일도 해야지, 우선 청소부터.
누군가 그랬다.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나 안 걸렸나를 확인하는 게 청소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집안 청소를 하면 우울증이 아니다.” 그런데 내게는 집안이 늘 지저분해 보이고 먼지가 펄펄 날리는 듯하고 걸레로 바닥을 훔쳐야만 덜 우울해진다. 보스코는 내 극성 역시 우울증의 징후라면서 혀를 차지만 아마도 치유가 불가능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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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샐러드 써는 채칼에 그만 내 손가락을 다쳤다. 늙어갈수록 움직임은 둔해지고 상처는 더디게 낫는다 면서 수녀님은 읍으로 나가 꿰매야 한단다. 저녁을 서둘러 먹고 함양읍 한마음 병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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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수녀님의 말씀: 시골도 도시도 워낙 애들을 안 낳으니까 시골까지 알바 하러 온 의사 같다, 저 나이에도 밤에 알바를 뛰어야 겨우 병원을 유지하는 게 요즘 산부인과다, 전문의를 선택하면서도 요즘은 정형외과나 산부인과는 지망자가 거의 없다. “시골 야간 알바 뛰는 의사선생님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말하고 싶다.
집에 돌아와 이웃 친구와 전화를 하는데 우리 공소문제로 읍내성당에서도 말이 많은가보다. 사제가 여러모로 모자람이 많더라도 ‘하느님의 사람’이고 그런 사람을 통해서라도 하느님은 당신 일을 하시려는 것 같으니 웬만하면 봐드리자는 의견 같다.
내 생각에는 일반인도 상식이 통하는 성품을 갖추어야 하는데 성직자와 수도자에게는 더 나은 인품이 기대되고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만 아들을 사제로 둔 처지에, 우리 아들이 그런 비난을 받을 날이 오지 말란 법이 없어서 함부로는 말 못하겠다.
성탄절을 맞아 바티칸의 모든 성직자들과 평신도 직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단단히 꾸지람을 하신 조목조목이 인터넷을 누비고 있는데 로마 생활 12년에서, 더구나 바티칸 주재 대사 4년 반에 걸쳐 가까이서 목격하고 한탄하던, 특히 관료직 성직자, 고위성직자가 보이기 쉬운 결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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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일만 열심히 하는 것
③ 영적 정신적으로 경직되는 일
④ 과도한 계획을 세워 자율성을 스스로 옭죄는 일
⑤ 협업 없이 일하는 것
⑥ 하느님과의 만남을 잊는 영적 치매
⑦ 출세가 목표가 되는 일
⑧ 이중생활, 위선 등으로 인한 존재론적 정신분열
⑨ 가십에 몰두하는 것
⑩ 보스에 대한 지나친 예찬
⑪ 다른 이에게 무관심 하는 것
⑫ 겸손, 열정, 행복, 기쁨이 없는, 장례식에 간 듯한 얼굴
⑬ 과도한 물질적 욕망
⑭ 전체보다 이너서클 추종
⑮ 세속적 이익 추구하거나 으스대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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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란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아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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