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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의 집언봉사執言奉辭 1>『논어』학이편(學而篇) 14.
이은선(세종대교수) | 승인 2015.01.13 12:44

<명구>
「學而篇」14. 子曰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자왈 군자식무구포 거무구안 민어사이신어언 취유도이정언 가위호학야이)

<해석>
공자가 말씀하셨다. 군자가 먹는데 배부른 것을 구하지 않고, 거처하는데 편안한 것을 구하지 않으며, 일을 처리하는 데 민첩하고 말하는 것에 신중하며, 도가 있으면 곧바로 나가서 자신을 바로잡는다면 그야말로 ‘배움을 좋아하는 것’(好學)이라고 말할 만하다.

<성찰>
『논어』 제1편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그의 ‘배움’과 ‘공부’에 대한 생각들이 잘 나타나있는 학이편이다. 오늘날 이렇게 배움과 공부, 학교가 보편화 되어있는 상황에서는 그의 학이편이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그러한 말을 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대략 2천5백 여 년 전이고, 오늘 인류 문명의 선진 그룹이라고 하는 서구에서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초등교육이라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겨우 2백여 년 전인 것을 생각해 보면 그의 사고가 얼마나 선진적이었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와 근거가 ‘배움’(學)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것이 곧 그의 종교가 되었고, 구도의 길이 되었다. 공자(B.C. 551-479)가 이러한 생각을 한 것이 대략 기원전 5세기경이므로 소위 서구철학자 칼 야스퍼스(K. Jaspers, 1883-1969)가 말한 인류 문명의 ‘차축시대’(die Achzenzeit, the Axial age)에 이루어진 사유이다. 그 중에서도 인도사상이나 유대기독교 사상과는 달리 오늘의 구분으로 좁은 의미의 종교라기보다는 학문과 배움, 공부와 같은 보다 보편적인 인간적 문명의 길을 제시했으니, 오늘날 제2의 차축시대를 말하면서 인류 모두를 보다 더 보편적으로 함께 묶을 수 있는 인간적인 삶의 길을 찾고 있는 중이라면 이러한 공자의 배움 이야기는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공자는 이 짧은 한 구절의 말로써 2천5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 모두의 삶에서 제일의 관건이 되는 문제들을 모두 언급하였다. 그러면서 공부와 배움이란 바로 그렇게 우리의 보편적 삶과 일상의 일과 긴밀히 연결되는 일이라는 것을 지적해주었다. 그가 여기서 말한 것을 4가지로 정리해 보면, 즉 그가 파악한 배움과 학문의 4가지 일이란, 먼저 먹고 사는 문제, 경제에 그렇게 휘둘리지 않는 인간이 되는 일이다. 먹고 사는 일이 인간 삶에서 기본이지만 배움과 학을 통해서 인간은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그래서 그에 대한 과한 욕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공부라는 것이다.

둘째 공적 삶에서 민첩하게 행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삶은 서로 함께 하는 삶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관계되는 일에서 나태하거나 책임과 역할을 방기할 수 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경계로서, 또는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공적 영역에 대한 책임과 배려를 키우는 일이며, 그 일에 있어서의 무능력과 무책임성을 깨쳐나가는 일을 말한다.

셋째는 말과 언어에 있어서의 배움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인간다움은 말과 언어에서 드러나므로 배움이 깊어갈수록 그의 언어가 신중해지고 품격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일상의 언어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말로 세상을 파악하고, 세상을 고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일까지 언어를 잘 쓰고, 그 언어로 우리 삶의 질과 향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일을 공자는 배움과 교육의 중요한 일로 파악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사람의 사람됨은 자신의 허물을 고치는 일에 지체하지 않는 일로 보았다. 우리 모두가 각자 귀하고 유일하게 고유하다는 것을 알지만 한편으로 우리 삶에는 선생이 있고, 전문가가 있으며, 우리는 실수하고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깨닫고, 그런 깨달음과 더불어 노력하고 더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호학자, 배움을 좋아하는 자, 인간성을 잃지 않는 자, 인간성 자체라는 것을 공자는 가르친다.

경제와 돈에 휘둘리지 않는 일, 공적 책임에 민첩하기, 언어를 잘 쓰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서 게으르지 않는 일, 이 네 가지의 가르침에 비추어서 오늘 온갖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공부와 배움과 학교와 교육을 돌아볼 일이다.

이은선(세종대교수)  leeus@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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