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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 보시기에 좋았더라<이수호의 우리 교회> 고춧대를 세우며
이수호 | 승인 2015.06.25 16:41

   
 
오늘은 주일 아침
평소 같으면 아침산책 겸 운동하러 뒷산으로 나서는 시간
오늘은 웬일로 지리산 자락 어느 고추밭 가에 서 있다
몇 년 전 귀농한 후배가 머리도 식힐 겸 내려오라는 바람에
같은 사무실 친구들과 힘든 문제도 의논 할 겸 왔는데
주일예배도 있고 해서 어제 해거름에 올라갈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천둥번개 비바람에 소나기가 쏟아져
가뭄 끝에 오는 비라 기분도 좋은데다
핑계 삼아 잡는 바람에 엉거주춤 머물러버린 것이다
우리는 온 산을 흔들며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취해
점점 소리 높여 울어대는 계곡 물소리도 듣지 못하고
몇 년 묵혀 숨겨놓은 더덕술까지 찾아 마시며
우리 사이의 벽, 내 마음의 벽까지 허물어버린
주님을 찬양하며 신나게 밤이 맞도록 노래를 불렀다
창조주 보시기에 참 좋았더라
뭐 그런 분위기였다
그리고 날이 밝아 아침이 되니 새날
하늘은 어찌 저리도 맑고 산색은 또 어찌 저리도 고운지
물안개까지 피우며 콸콸 쏟아지는 계곡 물을 바라보며
나도 뭔가를 시원하게 쏟아내고 돌아서는데
고추밭이 눈에 들어왔다
이 가뭄에 매일 물 줘서 멋지게 가꿔놓은 고추들이
어제 밤 비바람에 대부분 쓰러져버렸다
나도 우선은 망연자실 우두커니 바라볼 밖에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의 내 할 일은 이 고춧대를 세우는 일이구나
그래서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고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로구나
이것이 작은 우리교회 나의 예배로구나
하는 것이었다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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