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립화가 통일논의에서 주의 깊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만열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는 생명평화기독연대가 주최한 생명평화포럼에서 통일에 대한 방안의 하나로 이같이 제시하였다. 이 교수는 여러 가지 난점들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한반도 중립화는 국제적인 승인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한반도 중립화론이 이미 1882년에 제시되었고, 러일전쟁 이후에는 대한제국이 영세중립을 선언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으나, 미국 조야에서도 관심을 가졌던 방안이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7월 9일 저녁, 인천 간석동 소재 인천교회에서 열린 115차 생명평화포럼에서 “광복・분단 70년, 한국사회의 반성과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한 이만열 교수는 그가 어릴 때 겪었던 전쟁의 참상을 들려주면서 “철들고 나서부터 통일을 위한 기도를 그친 적이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70년 동안 이룬 경제성장에 대해 “어떻게 이런 성장이 가능했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세간에 많이 거론되고 있는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용어가 매우 신경이 쓰인다고 소개했다. 그는 민주화가 인간의 자유를 보장했기 때문에 창의성도 신장될 수 있었고, 또한 성장이 가능했다면서 "민주화 다음 산업화라는 순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역사학도로서 가지는 신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화가 사회발전을 저해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사고라고 못 박았다.

“분단 70년을 참회한다”는 문구로 이번 포럼을 소개해 달라고 주문했던 이만열 교수는 “해방 70년,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자문하며, 참회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모든 시대는 그 시대 자체의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는 독일 역사가 랑케의 말을 인용하면서, 해방 당시에 풀어야 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사안들이 결국 돌이켜 반성하며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식민지 시대의 잔재를 청산해야 했던 과제를 첫째 사안으로 꼽았고, 광복이 분단과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에 분단 해소의 책임이 있었으며, 남북이 모두 민(民)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이루어야 하는 책무가 있었다는 것이다. 식민지 잔재의 청산과 통일문제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그는 "특히 통일에 대해서 북한붕괴론의 허실을 짚어보아야 한다"며 "국제적인 승인이 가능하지 않은 ‘북한 진입’이라는 사고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오히려 휴전선상에 “개성공단”을 10개・20개 만들면 침략에 대한 불안이 없어질 것이고, 또 100개를 만든다면 그것이 실질적인 통일이 아니겠느냐고 역설했다.

“무임승차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이만열 교수는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적인 관점에서 "여전히 제국주의적인 지배 하에 있는 억압받는 이들에게 나누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대규모 지진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팔 같은 소수민족에게 가진 능력을 나누는 선용이 행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선한 뜻을 가진 이들이 연대해서 힘을 모아 양심세력을 형성하고 그 뜻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나치에 저항했던 니묄러 목사의 글 “그들이 처음 왔을 때”를 낭독하는 것으로 강연을 마감했다.

한편, 생명평화기독연대는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독교 사회단체로 분단 70년을 맞이해 민족의 큰 비극이 있었던 6월을 기억하며, 기독교인으로서 분단이라는 역사적 사실 앞에 겸허한 자세로 반성한다는 취지 아래 두 번에 걸쳐서 연속 포럼을 기획해 진행했다.

생명평화기독연대는 2004년부터 ‘생명평화포럼’을 월례로 개최해 이번에 115차를 맞았는데, 종교적인 주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현안들도 다룸으로써 지역사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종교인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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