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세미예)

어머니가 젤 바쁜 날!
아버지는 지방 쓰시고 밤을 까시는 날!
 
작은아버지, 고모, 당숙...
사촌들이 모두 모이는 날!
 
쌀가루를 반죽해
온 식구가 둘러앉아
 
송편 만드는 날!
애들은 소꾸리 들고
 
야산에 올라
솔잎을 따느라 분주한 날!
 
솔잎을 깔고 송편을 얹고
솥뚜껑을 덮고 모락모락 김이나면...
 
아이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솥뚜껑 열기만 기다린다.
 
추석날은 차례상을 정성껏 차려놓고
가족, 친척들이 모두 모여서...
 
조상님 덕분에 잘 살았으니
맛난 음식 많이 드시고
 
내년에도 잘 되기를
"비나이다!"
 
두손 모아 보름달을 향해
정한수 떠 놓고
 
간절히 소원을 비는 날!
그 날이 추석날! 
 
 
어린 시절 내가 느꼈던 추석날의 풍경을 생각하며, 글을 써 봤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너무 달라진 세상을 느낀다.

보름달에는 토끼가 살고 있어 늘 방아를 찧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 가는 세상이다. 달에는 토끼가 살지 않고, 달그림자가 그리 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은 지식이 넘쳐난다. 몰라도 되는데, 알아서 병이다. 그래도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달에는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고 있지 않은가!

때론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렇다고 손해 본 사람도, 손해 볼 사람도 없지 않은가. 나는 보름달을 향해 정한수 떠놓고 나의 친구들이 하시는 일 잘되고, 행복하시라고 간절히 두 손 모아 기원한다.

어쩌면 토속 종교는 보름달 뜨는 달밤에 정한수 떠놓고 간절히 소원을 비는 것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 세상에는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어느 종교든 믿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모두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 중요한 것은 어떤 종교를 믿는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믿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화가 조남현 -피카소갤러리관장 -서양화가(개인전15회) -전위예술가 -시인(어른들이 보는 동화책 시리즈 5권.준비중) -한국을 빛낸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수상 -창작미술발전공로대상 -전위예술발전공로대상

조남현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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