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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아무나 될 수 없다?[인터뷰] 시사평론가 김용민, "민중의 편에서서 희생하는 목사 될 것"
김령은 | 승인 2015.12.28 14:51

   
 
<나는 꼼수다>, <쇼! 개불릭>, <빨간펜 목사님>, <관훈나이트쇼> 등 팟캐스트 제작자이자 진행자인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지식라디오 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기장 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입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현재 김 대표는 ‘목사아들돼지’라는 애칭(?)으로 일부 진보적인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개념 있는’ 기독교인으로 인지도를 얻고 있는 터라 이번 소식은 그를 지켜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벙커1’교회에서 이미 실제로 목회를 하고 있기도 한 그가 왜 ‘기장 목사’가 되려고 하는지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김 대표의 대학 전공은 신학이었다. 강남대 신학과 시절 배운 민중 신학은 그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간이 됐다. 보수적인 신앙을 유지해 오던 그에게 대학에서 접한 새로운 신학적 풍토는 낯설기도 했지만 김 대표는 그 시절을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으로 표현한다. 그 후로 그는 보수적인 개신교의 두 매체(극동방송, CTS)를 경험하며 밑바탕이 없는 근본주의 신학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경도된 신학이 곧 진리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던 것이 한국교회를 왜곡시킨 주범인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는 팟캐스트의 시작이 됐다. 김 대표는 “종교 팟캐스트를 통해 변화되길 바라는 것은 목사가 아닌 평신도”라며 “평신도들이 반사적, 관성적으로 ‘아멘, 아멘’ 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목적은 ‘똑똑한 평신도’를 만드는 것. 은혜롭다는 이유로 평신도들이 목사들의 설교와 가르침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는 평신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성찰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토대로 설교를 비평적으로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그가 동참하고 있는 ‘벙커1’교회는 기존 교회의 틀을 과감히 깬다. ‘벙커1’교회에서 설교는 목사의 역할이 아니다. 신학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설교할 수 있다. 설교의 주 내용은 평등, 약자에 대한 배려, 현실 속에서의 사도됨을 강조한다. 헌금은 교회에 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곳에 스스로 기부한다.

김 대표는 ‘벙커1’교회에서 어떠한 직분이나 특권도 없다. 그는 지금까지 ‘벙커1’교회의 1/n 로서 예배에 참여해 왔다. 이는 민주적 공동체를 지향하는 ‘벙커1’교회의 지침이기도 하다. 그러나 목사가 된다는 그의 결심은 그가 지향했던 교회 안의 1/n로서의 자리에서 떠나겠다는 것은 아닐까?

‘저 녀석까지도 목회를 해?’

   
▲ 김 대표가 반문했다. "목사는 특정 계층만 향유할 수 있는 직분입니까?" ⓒ에큐메니안

김 대표가 목사가 되려 한다는 소식에 달린 200개가 넘는 댓글들의 대부분은 응원과 축하의 내용이었지만 더러는 ‘너도 목사하냐’는 식의 비난, 비판도 뒤따랐다. 그러나 바로 그것에 그가 목사가 되려는 근본 목적이 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목사는 소수의 특정계층에게만 향유되어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급적, 특권적 지위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나 같은 사람도 목사가 되어 목사는 본래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직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와 신학이 특정집단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목사라는 직분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미 한국 사회는 몇몇 소수의 목사들만이 한국 교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 있어 한국 교회의 진정한 아이콘은 거리에서 싸우고 단식하고 잡혀가는 목사들이다. 그것은 또한 김 대표가 되고자 하는 목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현장에서 고난과 고초를 피하지 않고 민중 편에 서서 희생할 수 있는 목사가 되어 ‘목사가 저런 일을 하네’ 또는 ‘그래, 목사가 저런 일을 해야지’ 하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약자들의 피난처가 되는 교회

그런 그가 목사가 되기 위해 선택한 학교는 ‘통일과 민주주의의 아이콘’ 문익환 목사가 교수로 재직했던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이다. 또한 그는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거쳐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최부옥 목사, 이하 기장) 교단에 소속된 목사가 되기로 했다. 김 대표가 바라보는 기장은 어떤 곳일까? 

그는 기장에 대해 “과거 선교사들이 이식해 놓았던 근본주의 신학과 거리를 두고 민족적 관점에서 교회의 역사, 신앙을 주체적으로 정립하려 했던 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바라본 기장은 비록 친일의 역사도 있지만 여타 교단에 비해 역사 속에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왔던 곳이다. 그러면서 그는 기장이 가진 한계로 ‘현학성의 과잉’을 들었다. 기장의 신학은 민중의 편에 서 있지만 정작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민중들의 실존적인 문제에 잘 대답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전반적인 기장의 정체성과 신학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만들고 싶은 교회, 하고 싶은 목회의 방향성은 기장이 추구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꿈꾸는 교회에 대해 말한다.

“교회가 사회와 밀접하게 닿을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봤을 때 이 사회에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은 피난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찰의 공권력에 의해 침탈당하고 쫓겨 다니는 사람뿐만 아니라 고통 받는 수많은 이웃들이 있어요. 이들을 보호하고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되는 교회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기자회견장, 농성장, 응급 의료시설도 갖춘 공간으로 교회를 짓고 싶어요.”

   
▲ 김 대표는 "목사가 되어 ‘목사가 저런 일을 하네’ 또는 ‘그래, 목사가 저런 일을 해야지’ 하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에큐메니안

극단의 시대, 극단의 신앙

이를 위해 그는 미디어와 교회를 접목해 약자들의 외침이 이 사회 곳곳에 더욱 잘 들리도록 그 소리를 더 증폭시키고 선포할 계획이다. 아무리 단식투쟁을 해도 그 외침과 요구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지금의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필요한 것이 그 뿐일까. 김 대표는 지금 이 시대를 ‘극단이 필요한 시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교회가 말이나 사변에 그치지 않고 ‘극단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에게 있어서 ‘복음’이기도 하다. 복음이란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억압받고 가난한 사람들, 삶에서 헤어 나올 길이 없는 헬조선의 백성들이 억압과 가난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어떻게 목사가 되는 코스를 밟을까 보다는 극단이 필요한 이 시대에 복음을 어떻게 심을 것인지가 더 고민”이라고 전했다. 지금껏 강한 사람들, 가진 사람들을 향해 죽비를 내려치는 일은 해왔지만 가난한 이웃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주님처럼 섬길 수 있는 자세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 나에게 2년 동안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김 대표에게는 2년 동안의 신학대학원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마침 박근혜 정권도 2년이면 끝난다. 그도 마침 2년 동안 바쁘지 않다며 “이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님이 허락하신 타이밍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극단의 시대, 극단이 필요한 시대. 그가 실천할 극단의 신앙, 목회가 이 사회를 헬조선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교회들에게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 더불어 ‘아무나 될 수 없는 거룩한 목사’가 아닌 ‘누구나 되어야만 하는 예수를 닮은 목사’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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