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전도사’ 라는 애매한 이름의 전도사! 사례비? 페이? 아무튼 최저시급으로 계산하기에도 애매하고, 하는 시간에 비해 아주 저임금은 아니지만, 시작하면 막상 다른 일은 할 수 없기에 사실 상 수입의 전부가 되어 버리는 그 이름 ‘사역’! 목회자의 탈을 쓰고 있지만 업무는 아르바이트와 같고, 경험이라 하지만 교육전도사들 중 반 이상은 앞으로 교회사역과 관계없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허다하니 이것은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사역도 아니다. 열정페이라 부르자니 너무 야단스럽나 싶고, 헌신이라 말하기엔 너무 ‘잡일’인 신학생의 사역. 우리는 사역과 아르바이트 사이에서 어느 하나 결론내리지 못한 채 애매한 동거 중이다. 

노동이란 무엇일까?

이런저런 일로 격동의 시기를 보낸 유럽, 장원제도가 무너지고 경제가 부흥되며 산업혁명 버프로 공장이 들어서고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는 말이 통용되기 시작할 때 즈음의 이야기다. 중세장원제도에서 ‘노동’은 분업화된 사회의 부품처럼 취급받는 산업혁명 이후의 그런 노동이 아니었다. 생산과정을 직접 주관하며 직업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장인’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노동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전통적 농촌공동체가 해체 되고 도시로 유입된 인구는 ‘노동자’라 불리며 ‘제품’이 아닌 ‘부품’을 대량생산하고 작업지시를 받는 객체로 전락한다.

바야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시대의 시작이었다. 노동자는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었고 자신이 무엇을 생산하는지 결정할 수가 없었다. 지배계급은 그러한 노동자에게 장인정신을 강요하며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소명의식을 가지라 강제했다. 생산성의 증대와 함께 생긴 노동자계급의 계급의식, 불만을 잠식시키고자 함이었다. 이러한 강요는 생각보다 잘 들어맞는다. 노동자는 불필요한 노동을 하지 않는 결정보다는 ‘노동’자체에 일종의 의미가 있다고 믿으며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라는 유명한 구호와 함께 투쟁을 시작했다.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를 악이라 규정하며 구조 자체의 모순을 지적했던 사회주의자들의 구호가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라니!

분업화된 노동 또한 세상의 한 축이며, 신성한 것이라는 생각은 노동자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이만 없다면 이 구조 또한 그럭저럭 괜찮은 구조일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부르주아(생산 수단을 소유한 이들)는 중절모를 쓰고 입에는 시가를 문 배불뚝이 아저씨- 즉 노동을 하지 않고 수많은 수입을 얻는 이들로 비유되며 계급투쟁을 통해 전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절박한 구호보다 부르주아의 처세, 진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제 부르주아는 바쁘게 사업을 확장하고, 사회의 파이를 넓히는 일에 스스로를 헌신하는 ‘세련된’ 사업가로 변모한다. 게으른 부르주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비리를 통해 재산을 축적하지만 않는 다면 설사 수많은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통해 셀 수 없는 부를 차지한다 할지라도 용서 받는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노동’이 무엇인가, 이것이 실제로 신성한 위치를 가질 자격이 있는지, 또한 저들의 노동과 우리의 노동이 진정한 의미에서 같은 것인지 짚고 넘어가야 되는 때가 왔다. ‘이렇게 까지 일하지 않아도 우리는 진즉 먹고 살 수 있었어!’ 이 정도 구호면 충분할까? 문제는 내가 하는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아니라, 왜 이렇게 까지 노동을 하고 살아야 하는 가이다. 대체 노동이 뭐 길래. 

가위질 하다가 왔는데요.

학부 전도사들의 노동은 목사가 되기 전 준비 과정 중의 ‘경험’이라 불리기 십상이다. 전도사들의 페이에는 ‘생존’의 문제가 결여되어 있다. 이를 테면 전도사들의 노동은 ‘신성’한 장인의 영역이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시키신 일이다. ‘신앙’을 바탕으로 하기에 어린 전도사들 대부분 어느 정도는 그 강요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전도사 노조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아르바이트생들이 노조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와도 일면 들어맞는다. 아르바이트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나는 곧 이 굴레를 벗어나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거든. 실제로는 십 년 이상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의 근속 연수가 5년 정도라고 하는데, 십 년이면 직장을 두 번은 바꿀 시간이다. 전도사든 아르바이트든 문제는 ‘계급성’을 가지지 못한 채 ‘객체’이면서 스스로를 ‘주체’라 믿는 데에 있다.

영혼을 돌보는 일이라 착각을 한다. 진정한 의미의 ‘사역자’의 위치에서 주체적으로 사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키는 일을 밑바닥부터 하고 있으면서 스스로 장인(목사)인 줄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부르주아가 노동자에게 ‘너희는 장인이야’ 라고 말했던 것처럼, 교회는 전도사에게 ‘너희는 목자야’ 라고 거짓말을 한다. 목자를 이렇게나 하대하는 양이 있다고 나는 들어본 적도 없다. 

문제는 신학생으로 살며 내가 ‘얼마’를 받는가가 아니다. 마치 그 옛날 ‘도제’처럼 향후 사역자를 목표로 하는 새끼목사들에게 경험을 쌓게 하고, 현장을 익히게 하는 의도 그 자체라면 아예 교회에서 붙들고 키워 주면 그만이다.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신학생을 대할 수 있다면 페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야말로 지나가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교회에서 신학생의 지위는 애매하다. 애초에 모두 사역자가 되기에는 너무 많은 신학생이 양산되고 있다. 마치 노동자처럼 양산된다. 임금을 올려 달라 말하면 인본주의자라는 명목 하에 정리해고 하고 대기 줄에 있는 다른 신학생을 쓰면 그만이다. 교육전도사는 ‘장인’ 이 아니라 ‘노동자’다. 이 노동자 중에서 장인으로 거듭나 안수를 받을 이는 극소수다. 그 소수 중에서 제 자리를 찾아 평생을 할 사람은 더 적다. 믿음 좋은 신학생들은 이 년 정도 교회에서 가위질을 하다가 다른 곳을 찾아 나선다.

아이들을 위해 하는 가위질이 어떻게 거룩한 일이 아니냐고? 가위질만 하다가 졸업하면 훌륭한 사역자로 거듭나 있더냐? 찬양을 잘하는 전도사는 ‘찬양’만 맡긴다. 방송에 관심 있는 전도사에게는 ‘방송’을 담당시킨다. 대부분의 신학생들은 그 정도도 담당하지 못한 채 ‘간사’라 불리며 잡일을 도맡아 한다. 산업혁명 이후 분업화에 무능해진 노동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분업은 장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서툴더라도 전방위 사역을 맡고 실수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 ‘사역자’로 거듭나든 ‘이직’을 하든 결정할 수 있을게 아닌가? 대학원에 가서야 ‘풀타임’이라는 걸 하게 되는데 듣는 소리야 뻔하다. ‘교육전도사 시절에 어떻게 배운거야?’ 한 마디 해주고 싶다. ‘가위질 하다가 왔는데요.’

레위인의 지위, 노동자의 삶 

예수님이 오시고 십자가의 사건으로 유대의 성전을 폐하셨으며 우리 모두를 제사장으로 세우셨다. 평신도니 사역자니 하는 것은 사실 ‘기능적’ 차원의 문제일 뿐, 실제로 우리 신앙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말씀대로 라면 성령의 감동이 오는 사람이 설교를 해야 하는 것이고, 목사니 평신도니 하는 구분에 큰 의미와 차이를 두는 것은 그리 성서적인 일이 못된다. 그러나 신앙공동체는 야성보다는 제도화 되는 길을 선택했고 교회공동체는 주체적 개인이 아닌 역할 구분으로 사역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것이 그른 일인가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는 둘째로 하고 이 글에서는 소위 사역자가 구약에서 말하는 ‘레위인’과 같다고 하는 통념을 전제로 하겠다. 레위인은 이스라엘 지파 중에서도 특별히 구별된 이들이다. ‘종교인’ 이라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레위인의 지위에 대해서 여러 번 언급한다.

“또 너희는 제사장 레위인, 성가대원, 문지기, 성전 봉사자들, 그리고 그 밖에 하나님의 성전에서 일하는 자들에게는 그 어떤 세금도 거둬들여서는 안 된다.” 에스라 7:24

“‘이스라엘 백성의 장남 대신 레위인을 내 것으로 바치고 이스라엘 백성의 처음 난 모든 가축 대신 레위인의 가축을 내 것으로 바쳐라. 레위인은 내 것이다. 나는 여호와이다.’“ 민수기 3:45       

거룩하게 구별된 이들이기에 일반 사회에서 통용되는 ‘경쟁’개념을 되도록 배제시킨 상태에서 하나님을 섬길 수 있도록 환경이 보장되었다. 이러한 구별의 본질은 ‘특별한’이들을 따로 빼낸 특별취급이라기 보다는 인간 본질의 모습, 즉 아담과 하와의 모습처럼 하나님을 경배하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삶을 보장하고자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모든 이들의 노동이 신성한 것이 되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같은 수준의 생활을 누리며 삶 자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가난, 경쟁은 우리에게 굴레처럼 드리워져 있다. 마치 인간은 원래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존재인 것처럼. 

그래서 레위인이라도 그 현실적 굴레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상황을 보장했다. ‘종교인’은 그런 자리이다. 그래서 책임이 크다. 누리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레위인의 삶과 노동자의 삶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이는 굉장히 민감한 주제일 수 있으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본질적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투쟁이 바로 이 지점을 붙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무한 경쟁의 굴레 속에 하루살이처럼 사는 것도 모자라 그 빈약한 삶의 수명을 4년으로 늘리겠다는 노동개악을 코앞에 둔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노동자의 삶이 ‘고귀’하다라는 환상, 세상을 지탱하는 것이 노동자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서 돈 백만원 더 받는다고 그 삶의 비참함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귀한 삶은 적당한 노동,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삶과 아름다운 환경에 충분히 감사하고 살 수 있는 여유다. 그 여유에서 창조적인 생각이 나오며 그러한 생각은 하나님의 새창조 활동이 오늘날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그야말로 ‘창조’의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부산지하철노동조합팀 블로그)

교회노동이 고귀하다는 환상은 ‘노동’자체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환상에 기인하고 있다. 가위질은 고귀한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그냥 노동일 뿐이다. 필요한 만큼 할 수 있으면 족하다. 수백번의 가위질이 훌륭한 사역자를 낳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에 걸 맞는 존중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실 그러한 존중은 교회노동자(사역자) 만이 아닌 이 세상의 모든 노동하는 이들에게 요구되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구호’다.  

이종건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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