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모양이 특이하고 재미있게 생긴 교회가 어디 한 둘이겠느냐만 본문내용과 관계없이 몇 교회 사진을 올려보았다.[필자]

가난한 개척교회라고 해서 비바람 막을 수 있는 텐트만 있다고 교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예전적인 교회라면 교회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제대와 설교대는 물론 세례 대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구와 성물들이 당연히 예쁜 것이어야 함은 부자교회의 마음과 마찬가지이다.

단지 부자교회는 비싼 것을 가난한교회가 발품을 하는 만큼의 수고 없이 다양한 가운데 편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이다. 물건 값이 비싼 이유가 재질의 종류와 디자인의 미적인 가치에 있다면 그 나마 다행이지만, 대개 싼 것이 재질도 안 좋고 예쁘지도 않다는데 있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싸고 좋은 것이 있다. 그러니 가난한 사람이 사글세 방 구하러 뛰어다니듯 발품을 파는 길 밖에 없다.

최근 이주노동자 문제와 함께 조선족에 관해 교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 국가에서 온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그렇게 많아도 그들을 위한 예배공간이나 모임공간은(조선족 포함) 성남시와 구로와 안산지역을 제외하면 많지 않다. 그나마 기존교회를 빌려 한 귀퉁이에 방을 마련했거나 아니면 한 공간에 시간차를 두고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체로 민중교회들이 이 몫까지 하고 있으니 교회도 이주 노동자 공간도 가난하고 초라할 수밖에 없다. 이 마당에 무슨 교회건축 양식을 운운 하느냐 하겠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먼저 이들을 위한 예배공간은 그들 스스로 꾸미도록 하는 것이다. 꾸며주기 보다는 그들 스스로 그들 문화와 정서에 적절하게 꾸미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옛날 미국의 한인교회 모습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교회 한 귀퉁이를 빌려 사용하면서 교회 벽에 한국적인 것 그 어느 하나 붙일 수 없었던 서글펐던 시절은 교훈이다. 형편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구하거나 고치기 전에 우선 살필 것은 그 교회가 세상을 향해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빚이 있어야 성장하는 교회, 그래서 무리한 건축?

당연 복음이겠지만 건물도 그 자체로서 미디어이며 세상을 향해 설교하고 있다. 종종 ‘한국교회***’ 라는 단체에서 “장년 50명 이상, 3년 이상 결집력 있는 교회는 전 자산 1억 이상이면 부지 없이도 자체건물 지을 수 있음” “건축비 저리융자, 건축비 절감 방안(수천, 수억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교회건축 및 교회건축미니 박람회’ 세미나를 한다. 그것도 이미 10여회가 되었으며 2박 1회 참가비가 십 만원이다. 참석해 보지 않아도 구호만으로도 무슨 내용의 세미나 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종류의 세미나가 임대교회들에게는 복음과 같은 희소식이며 새집을 갖게 될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실용적인 세미나이다. 그 세미나의 프로그램도 다양한데 특히 ‘교회건축 준비와 민원대비, 나는 이렇게 교회를 지었다, 교회 건축비 해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어쩐지 씁쓸하다. 이런 곳에서 배울 것도 많겠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구석도 엿보인다. ‘건축헌금 때문에 교회도 교인도 무리해서는 안 될 텐데’ 라는 노파심은 어느 정도 빚이 있어야만 교회가 성장한다는 이상야릇한 괴변 앞에서는 단지 우려일 뿐이다.

교회의 건물과 터는 사회와의 관계성을 표시

먼저 교회건물을 설계하기 전에 주변의 환경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교회 건물 그 자체로서 주변에 메시지를 과시하거나 강요할 것이 아니라, 거꾸로 주변의 소리를 듣고 거기에 응답하는 건물 모습이어야 한다. 장소도 그러하다. 터를 선정한다는 것은 그 터와 주변 자연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며, 이것은 곧 그 터에 대한 지형뿐만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성까지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교회가 세워지는 터도, 건물의 모양새도 모두 제각기 세상을 향해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터, 건물, 주변 환경’ 이 세부분이 서로 교송을 하며 화합할 때 비로소 건강하고 쓸모 있는 교회가 태어날 수 있다.

중세 유럽의 도시 구성은 대성당 주변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도시를 보호하는 강 안쪽 외곽에 장원이 있어 주민이 거주하고 영주가 거하는 성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주교와 영주는 서로 상부상조하면서도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교회와 성을 경쟁하듯 넓게 높게 축조해가며 도시를 발전시켜나갔다.

오늘 우리나라에서 마을 면장과 지역 목회자 혹은 동장과 목사, 신부의 관계가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우스꽝스럽게도 여전히 유럽식으로 시장 한복판에, 농촌에 고딕식으로 교회를 세우고 있는 것을 본다.

한편 옛날 평지가 많은 유럽에서 높은 첨탑의 교회는 교회의 기능 뿐만 아니라 방위와 지표의 기능까지 했던 점을 고려할 때, 신학적인 문제를 넘어 고층건물로 뒤덮인 서울에서 그 비싼 뾰족 탑은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인지.

상가교회, 비싼 장의자만 고집말고 무조건 개방하라

별 도리 없이 가난한 개척교회들은 상가를 파고든다. 한 상가에 많게는 세 개의 다른 교회가 점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술집 위에, 비디오 대여 점 옆에, 주변을 고려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옥상에 십자가 네온 세우는 경쟁을 뚫고 자기 것을 세우면 그만인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한 상가에 개척교회, 임대교회가 몇 개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 교회들이 무엇을 하느냐이다. 경쟁적으로 복음전도를 하는 것을 나무랄 수야 없겠지만 그 지역에 제발 해만  안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교회는 먼저 내 소리를 내기 전에 그 지역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 소리이다. 기쁜 소리, 신음소리를 듣지 않고 내 소리만 외치겠다는 것은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때가 찼다” 는 소리만 외치겠다는 의미와 같다. 최선의 방법은 교회공간을 상가 사람들과 손님들에게 무조건 개방하는 것이다.

비싼 교회용 장의자를 들이지 말고 간편한 의자를 놓으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도 감상하고 상황에 따라 전시회도 열고 상가 사람들과 손님들을 위한 어린이 놀이시설도 마련하는 것은 꿈같은 소리일까. 손님들이 교회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굳건한 자물쇠로 채우지 말 일이다.

내 교인만 사람이 아니다. 성경공부도 좋지만 지역주민을 위한 교양강좌도 마련해보자.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교회라면 한 상가에 다섯 개의 교회가 있은 들 누가 탓하겠는가!

이정구 (성공회신학대학교 교수)

이정구  jkl@skhu.ac.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