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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명의 미수습자, 오셨습니까'사람을 기다리다', 신학생시국연석회의 목포신항서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기도회열어
김령은 | 승인 2017.04.18 17:16

세월호 3주기, 신학생들이 목포 신항을 찾았다.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와 그 안에서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미수습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있는 곳이다.  

학교, 교단이 다르지만 신학생, 기독청년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이들을 묶는 이름은 ‘신학생시국연석회의’다. 故백남기 농민의 빈소를 지키면서 형성된 모임이 교회, 학교 밖 아픔이 있는 곳에서 연대하는 단체가 됐다. 참여하는 단위만 전국적으로 70여개다. 17일(월)은 세월호 3주기를 맞아 목포신항에서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기도회를 갖고 성찬을 나눴다. 

기도회는 행진으로 시작됐다. 미수습자 9명을 기다린다는 현수막과 함께, 세월호 리본을 단 십자가가 앞서 갔다. ‘은혜와 정의’(장신대 실천기도모임)의 선창으로 떼제 찬양이 울려 퍼졌다. “평-화- 평-화- 너에게 주노라- 내 평화를 주고 가니 아무 걱정도 말라”

인양된 세월호가 보이는 곳에 마련된 미수습자 가족들의 쉼터 앞, 행진 대열이 멈춰 섰다. 미수습자 9명의 자리인 9 개 의자와 십자가가 놓인 제단 앞에 학생들이 앉았다. 목포로 오는 내내 내렸던 비가 잠시 멈췄다. 이종건 전도사(신학생시국연석회의)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 전도사는 이날 기도회의 주제인 ‘사람을 기다리다’는 ‘세월호 인양, 미수습자 수습’의 다른 말이라고 전했다. 

이종건 전도사 ⓒ에큐메니안

“오늘 우리의 구호, 우리의 기도는 단 하나로 요약됩니다. 바로 ‘미수습자 수습’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싸웠습니다. 호소했습니다. 광장에서 교회에서 가정에서 일터에서 입이 닳도록 말했던 그 말. 바로 ‘세월호 인양’, 그리고 그 세월호 인양의 다른 말, 바로 ‘미수습자 수습’입니다. 그리고 미수습자 수습의 다른 말은 바로 ‘사람을 기다리다’입니다.

...만약 ‘사람을 기다린다’ 라는 말에 무슨 수족이 붙고 다른 구호가 붙는다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말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의 실존은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을 만나는 일에 있습니다. 마치 잃어버린 양 한 마리에 달려가던 목자와 같이 이미 예수님은 세월호라는 이름의 벼랑에 매달린 미수습자들 곁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우리가 손을 내밀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곁으로 가족들 곁으로 안내해야 합니다.

여러분, 세월호에서 사람이 나올 때. 바로 그 날, 그 순간, 반드시 찾아올 그 순간에 우리가 그 앞에 없다면- 우리는 뭍으로 올라오신 예수님을 보지 못한 것과도 다름없습니다. 이와 같은 때에 미수습자 가족 곁에 머무르지 않는 다면 그동안 우리가 말했던 모든 말들은 그저 허공에 흩어진 의미 없는 단어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끝까지 기다립시다. 세월호에는 9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입니다.“

인도를 맡은 전이루 목사(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이날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예배의 부름’을 시작했다. 참석한 사람들의 이름을 끝으로 전 목사는 아직 오지 않은 9명의 미수습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인도를 맡은 전이루 목사 ⓒ에큐메니안

조은화님 오셨습니까. 
허다윤님 계십니까. 
남현철님 계신가요. 
박영인님 계십니까. 
고창석님 오셨습니까. 
양승진님 계십니까. 
권재근님 계십니까. 
권혁규님 계십니까. 
이영숙님 오셨나요.

대답이 없는 9명의 미수습자를 기다리는 예배가 시작됐다. 설교는 김희헌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가 맡았다. 창세기 32장, 야곱이 ‘미스테리한 존재’와 씨름을 한 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야기를 통해 김 목사는 “이 시대의 기독인들도 야곱처럼 돈과 권력으로 어두워진 밤의 나루터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하나님을 본사람,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믿음의 씨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9명의 미수습자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짧은 중보기도가 이어졌다. 9개 학교의 대표들이 나와 미수습자의 하나님을 찾았다. 

이날 성찬은 김홍일 신부(성공회)가 집례 했다. 집례자는 9개의 떡을 들고 축사 했다. 9개의 떡은 미수습자들을 위해 남겨 두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먼저 떡과 잔을 받은 뒤 학생들도 성찬에 참여했다. 그리스도의 나누어진 몸과 피를 받은 학생들은 제단 앞에 놓인 9개의 의자 앞에서 미수습자를 추모하는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김홍일 신부 ⓒ에큐메니안
아홉개의 떡을 축사하며 김홍일 신부는 세월호가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려 재정사를 이어갔다 ⓒ에큐메니안

한편, 기도회에 참석한 미수습자 가족인 박은미 씨(허다윤 양 어머니), 이금희 씨(조은화 양 어머니)는 증언을 통해 신학생들에게 “기다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함께 미수습자를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고맙습니다. 어제가 3년 전의 4월 16일이었습니다. 지금 여기도 3년 전 4월 16일입니다. 그때도 다윤이를 찾아 달라 얘기했습니다. 3년이 넘도록 사람을 찾아달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여기 뒤에 배가 보입니다. 아직 저 세월호 뱃속에는 다윤이, 은화, 영인이, 현철이,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 님, 어린 혁규, 이영숙 님이 찾아주길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실은 저희가 저 배를 보면서 지금이라도 찾을 수 있도록 허락만 된다면 우리의 열 손가락으로 다 9명을 찾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허다윤, 조은화 양의 부모님들 ⓒ에큐메니안

세월호 배가 뭍으로 올라온 건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전국에 계신 많은 엄마아빠들이 기도해 주셔서 세월호 배가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바라는 것은 저기에서 9명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월호 배가 올라 온 것은 시작이지만 또 한번의 기적이 필요합니다. 제가 하나님을 믿는 분들이 오시면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하나님은 어디계시냐고. 여러분이 믿는 하나님은 어디계시냐고. 제가 믿는 하나님은 저 세월호 속에서 9명을 안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9명을 다 찾았을 때 하나님도 같이 저 9명과 함께 우리 곁으로 오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소수이긴 하지만 소수도 사람입니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9명을 다 찾아서 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정말 기도 많이 해주시고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집에 가시면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엄마 아빠한테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시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다윤 양 어머니 박은미 씨)

“우리가 삼년 전에 팽목항으로 갈 때 이렇게 오랫동안 이 지역에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저는 은화 옷 젖었으면 갈아입혀야지, 놀랬으면 안아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내려와서 3년 넘게 이곳에 있습니다...

사실은 저 밑에 가서 저 배를 바라보면서, 이 배에 우리 은화가 어디있지? 하고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 믿어지지 않습니다. 배가 보이시죠? 저 배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웃고, 떠들고, 이야기 하고, 전화하고 밥 먹던 사람입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 세월호 참사 참 아픈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세월호에서 잊어서 안되는 건 사람의 생명입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9명을 찾는 건 대한민국이 국민을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참사를 푸는 첫 단추입니다. 내 딸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참사가 났을 때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셨죠. 마지막 한사람까지 돌려보내겠다, 잊지 않겠다, 기억 하겠다, 함께 하겠다, 말씀 하셨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에 마지막 한명을 혹시 잊고 지내진 않으셨는지... 아직 9명이 찾아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날 특송을 맡은 황푸하, 시와, 김목인 씨. 얼마 전 미수습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 '집에 가자'를 발매 했다 ⓒ에큐메니안

우리 은화가 엄마한테 되게 오고 싶을 거에요. ‘엄마 나 왔는데’, 이 이야기 하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엄마인 제가 제 옆에서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 밖엔 할 수 없습니다. 은화를 찾는 건 작업자가 합니다.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 주시구요, 열명이 일할 거 스무명이 일해서 하루라도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기도해주시구요, 무엇보다도 이런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고, 이렇게 오래 끄는 일이 없이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생명에 다수가 어딨고 소수가 어딨습니까. 세월호는 생명입니다. 생명을 다 모아놨을 때 세월호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미수습자가족은 진상규명 이야기 안하냐고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304명 가족 중에서 진상규명을 먼저 이야기 한 가족은 없습니다. 사람을 찾는 게 먼저니까요. 세월호 참사가 두 번 다시 헛된 죽음이 되지 않게 이 9명이 먼저 찾아지고, 진상이 밝혀지고, 재발방지 대책을 통해서 이 세상이 바뀌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 은화가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요. 슬프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9명이 다 찾아져서 가족 품으로 갔을 때, 지금까지 함께한 많은 분들이 오셔서 너무 추운데 있게 해서 미안하다고, 너무 어두운데 있게 해서 미안하다고, 너무 지저분한데 있게 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해주셔서 9명의 마음이 녹아지고 따듯해져서 좋은데 갈 수 있게끔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

기도회는 공동 축도로 끝났다. 

“잃은 양 한 마리를 끝까지 찾으시는 예수님의 은혜와 
아들을 잃고, 우리와 함께 눈물 흘리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미수습자를 품으시고 기다리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성령님의 함께하심이,
세월호 속에 있는 9명의 미수습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
그리고 여기에 모인 우리 모두에게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아멘“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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