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에 대한 교회의 시각’은 한미 FTA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에 대해 적절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최한 <교계 한미FTA 대응 긴급 토론회>에 60여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참여해 한미FTA문제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 이정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교계 한미FTA 대응 긴급 토론회>를 교단 실무자와 기독 활동가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8월17일(목) 오후2시 예장 여전도회관 801호에서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협상 진행 중에 있는 한미FTA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동안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온 교계의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한미FTA는 외교 안보 및 경제에서의 ‘우회적 중국포위론’

정태인 박사는 <한미FTA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발제에서 “한미FTA는 외교 안보 및 경제에서의 ‘우회적 중국포위론’”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면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및 전략적 유연성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 정태인 박사는 발제를 통해 한미FTA는 외교 안보 및 경제에서의 ‘우회적 중국포위론’이라고 주장했다. ⓒ 이정훈

정 박사는 “한미 FTA는 동북아의 지역주의화를 가로 막아 결국 세계적인 힘의 균형, 평화의 보장을 가로막고 미국의 아시아 진출을 촉진”하고, 결국 “동아시아에서 중미의 군사적, 경제적 대립을 극단화하고 한국은 아무런 카드도 없이 분쟁에 휩쓸려 들어가게 하는 미국의 장기 전략에 대한 자발적 복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미 FTA 반대투쟁의 승리를 대안적 세계화/대안적 경제사회체제를 제시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협상 결렬은 한미 FTA를 차기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만들 것”이며, 이는 “개혁/진보 세력에 새로운 기회의 부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정 박사는 “한미 FTA는 경제의 불안정성 심화,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특히 미국형 경제로의 재편을 역전시키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재경부, 외교부 등이 10년 가까이 추구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교회는 한국 사회가 벗어나본 적이 없는 경제성장신화에 근본적 이의 제기해야

최형묵 목사는 <한미 FTA에 대한 교회 시각의 분석>이라는 제목의 두 번째 발제에서 한미FTA에 대해 “교회의 초기 대응은 그다지 기민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최 목사는 교회의 이러한 반응은 “정부와 한미 FTA 지지자들이 곧잘 이야기하는 경제의 선진화 논리에 교회가 은연중 동화되어 있는 탓이라면 차제에 한미 FTA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부터 근본적으로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한미 간의 동맹관계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며, 이와 동시에 한ㆍ미ㆍ일 공조체제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하며, 이러한 사태로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소외될 때 중국은 독자적 행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동아시아 지역의 협력체제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한미 FTA는 교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평화운동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 정부는 경제적 국익을 도모한다는 명분 아래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도 생략해버리고 있다”고 하며, 그것은 “폭력적 강제와는 다를지 몰라도 박정희 시대의 개발 독재 논리와 전혀 다름없는 사태”라고 규정했다.

▲ 최형묵 목사는 “교회는 한국 사회가 아직 한 번도 벗어나본 적이 없는 경제성장의 신화에 근본적으로 이의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이정훈

최 목사는 “FTA 체결 후 자본과 시장의 자유로운 활동에 저해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는 수시로 초국적 자본으로부터 제소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며, 그 경우 “공공성을 지닌 정부의 역할은 극도로 위축되고, 정부의 선택에 관한 국민적 권리는 별 의미를 지닐 수 없게 되어 버린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교계의 대응방안에 대해 최 목사는 “우월한 자본의 독점을 보장하여 국민경제 전반을 파탄내고 사회적 공공성을 위축시키는 한편 여타의 폐해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한미 FTA의 파급효과를 염려하는 것”이며, 만일 “현재로서 그 길밖에 없다면, 그것을 저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회 안에서 FTA 문제점에 대해 공유하려는 노력과 세계 교회들과의 국제적 연대의 추구를 제시했다.

최 목사는 무엇보다도 “교회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한국 사회가 아직 한 번도 벗어나본 적이 없는 경제성장의 신화에 근본적으로 이의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며, “자본 곧 맘몬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모색은 우리가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근본적인 과제”라고 주장했다.

평택 미군기지 문제 연계와 교회 대중 고려에 대해 집중 토론

발제를 마친 후 토론 시간에서는 황필규 목사는 “한미 FTA의 문제점에 대해 성서신학적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각종 토론회를 통해 성서신학적 관점 제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광빈 목사는 “교계와 교단이 폭넓게 참여 할 수 있도록 평택 미군기지 문제는 따로 제외되는 게 옳다”고 하며, “교단의 공적인 구조를 생각할 때 평택 문제는 이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에 이것과 달리 민중 생존권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광수 목사는 “솔직하게 인정해서 FTA와 평택문제를 안고 가야 한다”고 하며, “모든 운동은 현실로부터 출발하기에 두 사건을 분리하는 것은 자신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 왼쪽부터 "기독교윤리 관점에서의 한미 FTA"에 대해 발제한 박득훈 목사와 "한미 FTA 기독교 대책활동 제안"에 대해 발제한 양재성 목사. ⓒ 이정훈

또한 “시간이 조금 더하더라도 일부 활동가 중심의 운동이 아니라, 보수적 한국 교단과 교회도 충분히 끌어안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토론회를 거쳐 차흥도, 임광빈, 구교형, 김홍식 목사 등 7명의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3차 협상이 시작되기 전, 가칭 ‘한미FTA 저지 기독교 대책위’ 창립대회를 9월4일에 가지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는 차흥도 목사(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의 사회로, 문대골 목사(KNCC 교사위원장)의 인사말과 정태인 박사(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와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와 양재성 목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의 발제와 토론회로 이어졌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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