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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포구 문학사> 서시, 인간문제, 광장- 만석동, 북성포구 형상화 - 죽어가는 우리의 옛 정취, 문학 속 그려진 북성포구
이한수 | 승인 2017.08.16 14:13

세곡미(稅穀米) 산더미로 쌓이던 만석(萬石)부두

미쓰이 그룹 동양방적 공순이들 눈물 바다

상륙함 포화에 불바다가 된 레드비치

난쟁이 오막살이 허물어지던 은강시 해방동

똥물을 뒤집어써도 꺼지지 않는 공장의 불빛

세창물산 깡순이들 새벽출정 나서던 뚝방길

기찻길 옆 작은학교 아이들 동네 괭이부리말

밴댕이 꼴뚜기 파시에 들썩이는 북성포구

사는 게 고달프다 응석 부리러 찾은 똥바다

쪼글쪼글 주름진 손 내미는 할망 개펄

- 이한수 <똥바다> -

시당국이 북성포구 일부를 매립할 계획을 세우고 곧 시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렇게 하나 둘 매립되면서 옛 정취가 다 사라지고 말 것 같아 안타깝다. 해망대산(현 파라다이스호텔)과 묘도(현 만석부두 입구) 사이에 ‘호두’ 모양으로 오목하게 자리 잡았던 포구가 십자굴만 남기고 다 매립되어 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데 이제 곧 그 십자굴 한 가지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러다 십자굴 전체가 다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도심까지 배가 들어오는 포구가 여기말고 또 어디 있을까. 수도 서울과 한 시간 거리에 있고 개항장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인데…….

 

일제강점기 [인간문제]

이전 세대가 살았던 북성포구 주변의 기억들을 호명(呼名)하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제물포항이 개항의 역사를 담고 있다면 북성포구는 일제강점기 이후 역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시대별 전형(典型)이라 할 만한 작품이 대부분 이곳을 배경으로 탄생했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 일제강점기 수탈을 형상화 작품으로 미곡 반출을 그린 소설은 꽤 있지만 대공장 노동 착취를 그린 작품으로는 강경애의 [인간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동방적 공장은 인천 만석동에 실재했던 동양방적(현 동일방직)을 그린 것이다. 동양방적은 북성포구에 연해 있던 대성목재와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었다. 소설은 주인공 ‘첫째’가 공장 굴뚝 짓는 공사 인부로 일하는 장면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첫째는 흙짐을 지고 낑 하고 일어나며 멀리 대동방적공장의 연돌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검은 연기가 풀풀 흘러나온다.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간 저 연돌! 그는 바라보기만 하여도 아뜩하였다. 그가 대동방적공장이 낙성할 때까지 거의 매일 인부로 채용이 되었다. 그때 그는 그 공장 건축만은 아무러한 위험을 느끼지 않았으나 저 연돌을 쌓아 올라갈 때 벽돌 나르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앞이 아찔아찔하고 핑핑 도는 듯하였다.

- 강경애 [인간문제] -

1935년 동양방적 전경 ⓒ김식만

1930년대 동양방적(현 동일방직) 전경 사진을 보면 지금 모습과 너무 달라 위치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공장 뒤 바다 쪽으로 돌출된 곶(串)은 ‘묘도’로 불렸는데 지금 만석부두 입구 부근이다. 개펄을 메우기 위해 다 깎아내어서 지금은 흔적을 찾기도 어렵다. ‘묘도’와 동양방적 사이 깊숙이 들어온 포구가 곧 매립될 계획이 세워져 있는 북성포구 위치이다.

[인간문제]는 우리나라 대공장 노동운동을 그린 최초의 소설로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1932년 만석동에 일본인 기업 동양방적 공장이 세워질 때부터 1935년 1월에 일어난 노동자 의식화 유인물 경찰조사 사건까지 실제로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황해도 고향에서 지주의 몸종으로 착취를 당하던 주인공 ‘선비’가 인천으로 와 방직공장에 입사를 하지만 공장 노동자 일도 끔찍하기는 몸종 일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기계에 말려들어가 목숨을 잃는 처참한 일도 벌어지고 감독관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일도 허다했다. ‘선비’는 이 끔직한 일을 견디어내면서 노동자 조직화 일에 가담하고 이 땅의 노동현실에 대해 눈뜨게 된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대공장에서 노동조합 운동이 일어났다는 게 놀랍고, 우리 고장이 그 산실이라는 게 뿌듯하다.

분단시대 [광장]

해방 후 북성포구에 어선부두가 형성되면서 술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개펄 위에 다락방처럼 조성된 이 술집들이 지금도 남아있다. 해방이 되고 나라가 두 쪽이 나면서 그 틈바구니에 치여 고뇌하는 모습이 북성포구를 배경으로 그려진 것이 참 의미심장하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면서 분단과 이데올로기 대립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질곡이 되어버렸는데 분단시대의 모순을 정확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최인훈의 [광장]을 손에 꼽는다. 북성포구는 이 작품에서도 결정적 장면으로 그려진다. 북성포구 다락방 술집 장면이다.

이따금 들리는 뱃고동 소리가,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산새 울음소리 같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뱃고동. 산새 울음. 소주잔을 들어서 쭉 들이켠다. 목에서 창자로 찌르르한 게 흘러간다. 이 목로술집은 인천에 와서부터 단골이다. 얼마 붐비지 않는 게 좋았고, 내다보이는 창밖이 좋다. 마룻장 밑에서는 바다가 철썩거린다. 다 탄 담배를 창밖으로 던진다.

- 최인훈 [광장] -

현재 북성포구 다락방 주점 ⓒ이희인

해방 이후 동족상잔의 와중에 황해도에서 월남한 사람들이 주로 인천으로 들어와 정착했다. 인천이 분단의 비극을 그 어느 곳보다 잘 기억하고 있는 이유이다. 분단문학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광장]이 인천의 포구를 그린 것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이명준’은 아버지가 월북하는 바람에 경찰서에 끌려가 취조를 당하면서 남한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월북을 하게 된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자주 드나들던 북성포구 술집에서 우연히 북으로 넘어갈 수 있는 뱃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드나들던, ‘마룻장 밑에서는 바다가 철썩거리는’ 술집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하며 바다를 접하고 있는 인천은 지정학적으로 분단의 아픔을 가장 많이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 비극의 정점은 인천상륙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맥아더를 전쟁 영웅으로 그린 영화가 우리 상처를 덧내기도 했는데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도 우리는 분단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맥아더처럼 함상에 앉아 멀찍이 조망하듯 불구덩이를 내려다보는 자의 감성은 너무 끔찍하다. 그 불구덩이 속에서 끔찍하게 죽어간 양민들의 고통을 이웃을 일로, 가족의 일로 아파한 이원규의 [황해]는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최인훈의 [광장]에 의해 우리 문학은 분단 이데올로기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원규의 [황해]에 의해 보통사람 민중의 분단 비극이 공감을 얻게 되었다. 이 모든 게 인천 앞바다에서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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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webam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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