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센터에 어머니 한분과 초등학교 아들이 자원봉사를 하러 오셨다. 그러던 중 이주노동자가 센터를 방문했는데, 이를 본 초등학교 아이가 이주노동자를 본 순간 첫 마디가 “엄마! 알카이다!”라고 소리쳤다. 수염을 기르고 두건을 쓴 이주노동자를 보고 한 말이다. 아이에게는 이슬람 사람이 ‘알카이다’ 테러리스트로 각인되어 있었다. 우리에게도 이슬람 사람은 기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범죄적 집단인 테러리스트로 투영되어 있다.

이슬람 가정에 머문 적이 있었다. 밤에도 이슬람사원에서 기도하는 소리로 쉽게 잠들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아침에도 기도하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그 집 아이들이 한 선생님 앞에서 코란을 읽고 있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학교에 가기 전에 코란을 공부하고 간다고 했다. 선생님은 학원비처럼 일정 부분 비용을 지불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성경공부를 위해 선생님을 모시는 곳이 있을까!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중 라마단이 되면 이슬람 사람들은 금식을 한다. 해가 있는 동안 식사를 하지 않는다. 하물며 물도 침도 삼키지 않는다고 한다. 사순절에 우리도 라마단처럼 철저하게 신앙을 지키고 있는가!

경험치의 이야기이지만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사회도 이제 이주민 200만을 넘어 다양한 종교, 인종, 국가, 언어,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대한 인식은 점차적으로 변화되어 왔다.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동정주의’를 기반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정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부터 이주노동자의 인식은 ‘혐오주의’를 넘어 ‘인종차별’이라는 심각한 위험 수위로까지 치닫고 있다. 마치 이주노동자가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잠식시키는 요인으로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인식하고, 또한 이주노동자의 범죄를 부각시키며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중국동포들에 대한 차별 역시 최근 ‘청년경찰’이라는 영화 속에서도 드러나듯이 중국동포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처럼 ‘동정주의’에서 ‘혐오·인종차별’로 변화된 원인은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다문화를 포장한 ‘획일적인 동화주의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민자에게는 국가주의에 순응하는 결혼이민자만을 국민의 자격으로 동화시키고, 이주노동자는 일회성 노동인력으로 경제적 측면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이주민은 체류자격에 따라 선별적으로 ‘포섭’과 ‘배제’라는 원칙에 의해 분류하여 우리사회에 주변부에 두고 있다.

다문화사회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이주민을 사회적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우리는 꺼려한다. 내국인과 이주민으로 분리함으로써 동화되지 않는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 또는 일자리 잠식의 주범으로 굴레를 씌우고 ‘혐오·인종차별’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이주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취약계층에 놓여 있는 소수자, 약자들에게도 행해지고 있다.

▲ 이주노동자대회 참석한 이주노동자들 ⓒ이영 신부 제공

장애아동을 둔 부모가 특수학교 신설을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의식조사 중 가장 이웃하기 싫은 사람 순위로 대체적으로 1순위가 동성애자, 범죄자가 차지하고 다음으로 2순위가 장애인, 3순위가 이주노동자로 나타나고 있음도 이를 반증한다.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이주노동자가 밀린 임금을 달라고 사업장에 갔다가 사업주에게 맞아 피를 흘리고 있다고 한다. 서둘러, 현장에 가서 이주노동자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이주노동자가 말했다. “저 돈 필요 없어요. 그런데 왜 저를 때려요. 저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의 분노의 절규는 흐르는 피처럼 멈추지 않았다. “저도 사람입니다.”라는 목소리는 아직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메아리 치고 있다. 그 음성에 우리는 무엇이라 응답할 수 있을까!

이영  eotjde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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