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행정구역이 14개 도(Zone)와 75개 군(District)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바글릉 군은 해발 1천 미터에서 7천여 미터 분지에 산재한 산골지역이다. 바글릉은 카트만두보다 5배나 넓은 지역으로 총인구는 30여만 명이다. 초, 중, 고 학교가 합쳐서 7백여 개나 있지만, 아직도 문맹자 비율이 45%가 넘을 정도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동들이 적지 않다.

▲ 구순구개열 수술을 마치고 수술진이 어린이와 함께 ⓒ최정의팔

주민은 대부분 농축산과 가금류(닭, 오리, 거위 따위 집에서 기르는 짐승)를 기르며 살고 있다. 우리가 진료를 하는 장소는 홀리차일드 학교.  이 학교는 케이비 샤히가 1991년 유치원을 시작하였고, 이어 아이들이 자라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연달아 개설한 학교이다.

홀리차일드 학교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교훈으로 남자와 여자 공용으로 자유롭고 상호이해에 바탕을 둔 교육방식으로 가난한 가정 어린이(불가촉천민계급, 장애아, 여성)들에게 수준 높은 지적, 육체적, 영적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홀리차일드 학교는 현재 고등학교 과정까지 10학년을 운영하고 있지만,  월세로 땅을 빌려 건축했던 학교 교사는 낡고 주위 환경도 좋지 않다.

라파 선교단은 오랫동안 50여 차례나 해외진료를 하였기 때문에 차질 없이 진료를 진행할 수 있었다. 설비팀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학교 마당에 텐트를 치고 치과 진료준비를 시작했고  낡은 교실에서 의자를 빼고 한방실, 기공실, 수술실 등 진료 자리를 만들었다. 일사분란하게 학교 입구에서 접수를 받고 접수번호 대로 줄을 서서 상담을 하고 세 곳으로 분리하여 치료를 하였다. 치과 진료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한방치료나 이·미용 서비스를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게 했다.

▲ 한의사가 침을 놓고 걷기 시범을 함께 하고 있으며, 이·미용을 하고 있는 모습 ⓒ최정의팔

케이비 샤히 교장은 저녁 방송에 연계하여 홍보하고 각처에 흩어진 교회나 협동조합을 통해 무료진료를 소개했다. 지역에 많은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갖고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바글릉 로터리 클럽, 네팔 컨선 등 여러 단체들과 함께 공동으로 주관해서 바글릉 시장도 개회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오전에 예정되었던 진료 개회식이 오후로 늦추어져서 시장은 참석하지 못했으나 홍보가 잘 되어 많은 인파가 첫 날에 모여 들었다. 첫 날 진료는 예정보다 훨씬 늦게 날이 어두워서야 끝마쳤다.

무료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어 통역, 한국에서 이주노동을 했던 샤히 교장도 큰 몫을 하였고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봉사단원들과 귀국한 이주노동자들이 도와주었지만, 한국에서 20여 년 동안 거주하여 완벽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목탄 미놋 대표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미놋 대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환자 상담 통역을 맡아 이형순 단장으로부터 아낌없는 칭찬을 받았다. 한국에서 ‘수유너머’란 학술 집단에서 수없이 토론을 했던 미놋 대표가 정성기울여 한 통역은 완벽했을 것이다. 

가장 애를 먹은 것은 전기사정, 네팔은 수력발전소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으나 아직 충분하지 못했다. 전압이 약하고 때때로 전기가 끊어졌다. 전압이나 전류가 일정하게 지속되지 않으면 치과진료는 불가능했다. 치료나 수술 도중 전기가 나가면 어렵기 때문에 발전기를 새로 빌려야 했다.

다행히 전기를 잘 아는 분이 한 분 오셔서 발전기 운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틀니를 부치는 데에 필요한 용접작업은 가스와 전기 사정으로 현장에서 할 수가 없었다. 기공사들이 용접공장으로 발전기를 들고 가서 늦게까지 틀니에 용접 작업을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틀니들을 다 완성하지 못했다. 너무 무리하면 잘 못 될 것 같아 완성하지 못한 틀니는 한국에서 작업을 마쳐 네팔로 보내 네팔 치과의사들이 나머지 삽입과정을 하기로 했다.

4일에는 하루 종일 진료를 하였지만, 밀려든 인파를 다 진료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음날 5일에는 새로운 사람은 더 이상 진료상담을 받지 않기로 하고 전날 진료상담을 받은 사람만 진료하기로 하였다. 이번 치과무료진료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기공사들이 밤새 만든 틀니를 끼어주었다. 급하게 제작한 틀니들이 잘 안 맞으면 계속 수정을 해주었다.

▲ 밤늦게 전등을 켜고 진료하는 모습 ⓒ최정의팔

크라운과 브리지를 한 사람들이 연신 입을 벌려 자랑을 하고 새로 틀니를 끼게 된 네팔 사람들이 온 얼굴에 기쁜 표정을 하며 연신 “돈네밧” 감사인사를 했다. 이런 인사를 받으면서 단원들은 피로가 모두 가시게 되었다. 한국에서 만들어 보낼 틀니도 네팔 의사들이 잘 수정해서 맞추어 주어야 하는데…. 

이번 진료봉사단에는 이지호 아산병원 교수와 김항진 원장(사랑이아프니치과의원)이 참가해 구강악안면에 난이도 높은 외과적 수술을 진행했다. 소위 ‘언챙이’ 수술이라고 불리는 이 수술은 국내에서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15분 정도 걸려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마취가 제대로 되지 못해 소년은 발버둥 치면서 한 시간 반가량 비명을 질렀고 의사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소년의 비명을 들으며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내 자식이라면 저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리라. 네팔 소년이 잠시 고통을 겪었지만, 일생 동안 멋진 얼굴로 지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위로를 받고자 했다.

최정의팔  최정의팔 euip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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