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산(J. D. Crossan)은 『하나님과 제국』(J. D. Crossan, 2010)이라는 책을 쓴 후에 ‘20세기의 교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이런 칭송을 받게 된 것은 아마도 기독교 신앙의 근본적인 측면을 소개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 신앙의 근본적인 측면이란 다름 아닌 하나님과 제국의 대결이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K. R. Popper, 2006)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를 빗대어서 표현하자면 ‘하나님의 나라와 그 적들’이 있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대표적인 적들은 제국과 맘몬(돈과 재물을 뜻하는 아람어이다)이다. 그 때문에 제국 및 맘몬과 어떠한 관계를 갖는가는 하나님 및 예수를 추종하는 자들에게 근본적인 문제다. 제국과 맘몬은 오늘날에도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예수의 삶과 말씀은 극히 근본적이면서도 극히 현실적인 말씀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예수가 부여하신 사명(mission)을 따라 살아가야 하는 제자의 삶 역시 제국 및 맘몬과 갈등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근대 서구의 제국주의에서 선교는 제국 및 맘몬에 맞서기 보다는 제국의 정복을 돕는 모습을 보였었다. 제국이 군사적 정복을 하고 나면 선교사가 투입되어 정신적-문화적 정복을 수행했었다. 어떤 경우에는 선교사가 먼저 들어가서 활동을 하다가 죽게 되면 그것이 빌미가 되어 군대가 쳐들어가기도 했었다. 이것이 역사적 예수가 생각했고, 원시 기독교가 수행했던 선교의 모습이었을까? 우리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면 예수와 원시 기독교가 수행했던 선교는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아래의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Q복음서에 있는 한 단락(Q10:1-16)을 살펴봄으로써 원시 기독교 선교의 일단면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Q복음서에 있는 반제국적 활동으로서의 선교를 고찰하면서 예수가 말씀하셨던 ‘원-선교’(Ur-Mission)가 무엇이었는가를 찾아보고자 한다. 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Q10장[Q복음서는 마가복음에 없고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있는 공통본문을 의미한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중에서 누가복음이 Q복음서의 순서를 잘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Q복음서의 순서는 누가복음의 순서를 따른다. 하지만 그 내용은 마태와 누가에 대한 세밀한 연구를 통해서 재구성된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Q10:2은 눅10:2 및 그와 평행하고 있는 마9:37-38을 재구성해서 형성된 본문을 의미한다.]

Q10:1-16는 흔히 “선교담화”(Missionsrede) 혹은 파송담화(Aussendungsrede)라고 불렸다. Q복음서 연구자인 보그(L. Vaage)는 Q복음서의 이 단락을 “선교담화”(mission instruction)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그에 따르면  Q복음서의 본문에 있는 내용을 선교라는 용어로 설명하게 되면 “근대 식민지적 신학적 상상력을 기독교 기원과 고대의 사회적 실제”에 투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책에서 따옴표를 한 “선교”를 사용한다고 밝힌다(Vaage, 1994, 18).

▲ Q10장은 노동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예수님의 말씀이었지만, 편집과정에서 선교에 대한 본문으로 변경되었다.

Q10:1-16의 말씀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짧은 말씀들을 비교적 긴 담론으로 편집한 것이다. 이 편집의 과정에서 독립적인 말씀들에 특별히 파송의 의미가 부가되었다. 말씀의 단편을 살펴보면 다른 ‘삶의 자리’(Sitz im Leben)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의 자리는 근대적 의미의 선교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Q-이전(pre-Q)의 아포리즘: 선교 이전의 노동, 노동자의 권리 주장  

먼저, Q10:2을 보면 “추수할 것은 많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적다. 그러니 추수의 주인에게 그의 추수로 노동자들을 보내어 달라고 요청하여라”(Q10:2)고 말씀하고 있다. 이 말씀은 Q복음서의 말씀군에 편집되어 포함되면서 선교 파송의 의미로 이해되었다. 이 말씀은 추수꾼을 선교사로 보고 추수의 주인을 하나님으로 보아 선교사를 보내달라고 기도하라는 말씀으로 해석되곤 했었다.

그러나 독립적인 말씀의 단락에서 생각해보면(즉 Q복음서의 편집 이전 단계의 단편적 말씀의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이 말씀은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농촌 상황과 노동자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폴락(A. Polag)은 Q 10:2에 “팔레스타인의 일상생활의 행태로부터 유래한 상”(Bild aus dem palästinischen Alltagsleben handeln)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그는 “큰 규모의 추수에는 많은 수의 일용직 임금노동자들이 필요했다”(Eine große Ernte verlangt eine große Zahl von Lohnarbeitern)고 말한다(A. Polag, 1977, 71).

아마도 이  임금 노동자는 추수꾼(θεριστης)이었을 것이다. 추수꾼은 하인에게 속하지만 일일품꾼(μισθιος)이 추수꾼이 되는 경우도 있다(마20:1-16). 추수꾼을 증원해 달라는 예수의 말씀에서 추수꾼은 일일품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뵈젠(W. Bösen)은 일일품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짧은 말씀에서 예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고발하며 주인들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추수의 주인’은 대규모의 농장을 소유한 ‘지주’(οικοδεσποτης)나 추수를 관장하는 관리인(W. F. Albright and C. S. Mann, 2016, 399)이었을 것이다. 예수의 말씀에는 작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작업을 많이 주지만 노동자를 줄이는 지주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즉 이 말씀은 선교와 관련된 말씀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노동과 관련된 말씀이었던 것이다. 이 말씀은 농민의 마음으로, 농심(農心)으로 읽을 때 비로소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 

또 다른 말씀인 "왜냐하면 노동자가 그의 삯을 받을만하기 때문이다"(Q10:7)라는 말씀 역시 독립적으로 존재했었다. 이 말씀 자체는 그야말로 고대 노동자들의 권리선언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서 노동자 역시 일일품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삯(μισθος)이라는 말은 일일품꾼(μισθιος)이라는 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일용직 노동자는 일일품꾼혹은 날품팔이라고도 번역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소작농이나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단어들을 통해 원시 예수 운동의 근간이 되는 사람들의 사회적 신분을 추측할 수 있다. 그들을 바로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Die sozial Diskriminerten)이었던 것이다(Myung-Soo Kim, 1990, 363-364). 

예수는 지주나 중간 관리인의 입장에서 말씀하기 보다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의 가치를 말씀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최저임금과 관련된 논의가 뜨겁다. 예수가 누구의 편을 들었을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Q복음서: 노동에서 선교로

이처럼 노동자의 권익과 관련된 예수의 말씀은 Q복음서의 편집부로 들어오면서(즉, 선교의 말씀으로 이해되는 말씀단락에 편입되면서) 그 의미가 바뀌게 된다. 일일품군, 일용직 노동자의 입장에서 결코 달가울 수 없는 “주인”이라는 존재가 하나님의 은유로 바뀌게 된다. 노동여건을 개선해 달라고 하는 강력한 요청은 종말론적 심판의 사역자를 보내달라는 기도로 대체된다. ‘추수’의 의미는 원래는 그냥 ‘노동’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선교 사역의 의미를 띠게 된다. 하지만 이 때의 선교(즉, ‘추수’)는 ‘종말론적 심판의 사역’을 뜻하는 것이다. ‘추수’는 때때로 이스라엘에 대한 심판을 의미할 때도 있었지만, 억압적인 제국 정권에 대한 심판을 의미할 때가 더 많았다(R. A. Horsley and J. Draper, 1999, 242). 

이러한 방향전환과 상응하는 말씀이 Q10:3이다. 예수는 양들을 늑대들 가운데 보낸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전통에서 양은 이스라엘을, 늑대는 이방인들을 뜻하는 경우가 많았다(Hoffmann, 1972, 294). 예수 당시 이스라엘을 억압했던 이방세력은 로마였다. 그러므로 Q10:3은 예수의 파송의 성격이 무엇이었는지를 드러낸다. 폭력으로 무장한 제국의 늑대와 대결하라고 평화의 정신으로 무장한 양 같은 예수의 제자들을 보내는 것이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부여한 임무, 예수가 제자들에게 부여한 사명, 즉 예수의 선교는 제국주의의 정신적 측면을 구성하는 근대의 선교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근대의 선교는 “군사적 폭력과 문화적 제국주의를 사용하는 로마의 선교”(W. Carter, 2000, 232)와 유사했다. 예수의 선교는 오히려 폭력적인 제국에 맞서는 하나님 나라의 평화적 저항이었다. 예수의 “선교는 로마 세계(불의, 권력, 탐욕, 그릇된 헌신, 그리고 죽음의 세계이다)에 하나님의 자비와 정의로 맞선다”(W. Carter, 2000, 232). 이 말씀은 이 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수께서 주신 진정한 임무(mission)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반성하게 한다.

하나님 나라의 반제국적 선교의 삶

Q10:1-16에서 우리는 Q공동체가 ‘방랑하는 제자들’과 ‘정착해서 살아가는 지역 동조자들’의 이중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G. Theissen). 호슬리(R. A. Horsley)는 타이센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이며 예수 운동을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규정한다. 호슬리는 “Q자료나 마르코(마가)복음에서 예수운동을 주로 순회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무리로 볼 수 있는 증거는 거의, 아니 전혀 없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갱신은 지역공동체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R. A. Horsley, 1993, 171)말한다.

그러나 호슬리의 이러한 주장과 달리 Q복음서에서 방랑하는 제자들과 정착해서 살아가는 지역 동조자들의 이원 구조는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슬리는 예수운동의 진정한 특성 중 하나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예수 운동이 이스라엘의 갱신을 지역공동체의 상황에서 풀어가려는 지역공동체 운동이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두 사람의 주장을 종합하여 Q복음서의 예수 운동은 방랑 제자와 지역 동조자들이 협력하여 지역의 갱신과 이스라엘의 갱신을 추구했던 운동이라는 주장을 개진하려고 한다. 

반제국적 예수 운동은 지역을 초월한 전임 활동가와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Q복음서가 말하는 원-선교는 복음을 세계화(global)하여 타민족과 타종교를 정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지배하려는 제국주의적 확장에 맞서 지역(local) 공동체를 재활성화하고 살리려는 것이었다. 이 사명을 위해 전임 활동가와 재가 동조자들은 네트워크를 이루었다. 

방랑하는 제자들(전임 활동가)에게 주어진 기초적인 임무는 제국(과 그 수하들)의 포획에 걸리지 않게 이동하고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들은 방랑의 삶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방랑의 삶은 무소유의 삶, 소유포기, 가족포기, 보호의 포기의 삶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곧 금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네트워크가 있었다. 지역 동조자들이 그들을 후원했던 것이다. 

방랑하는 제자들의 활동은 식탁교제, 병자치유, 하나님의 나라의 선포였다. 식탁교제는 ‘밥상공동체’(빵)이면서 ‘술상공동체’(포도주)인 개방된 평등의 식탁을 형성했다. 이 식탁은 개방된 평등의 식탁이었기에 전복적이었다. 예수의 반제국적 활동은 소모임으로 이루어졌다. 그 작은 모임들은 그야말로 제국의 ‘잡초’이자 제국의 ‘누룩’으로 기능했다. 병자의 치유는 예수와 Q복음서의 선교사들이 행했던 중요한 사역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병자의 치유의 기적이 일어났기에 예수 운동은 민중들 가운데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또 역사적으로 존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핵심 사역은 식탁과 치유와 더불어 행해졌던 하나님 나라의 선포(Q복음서의 하나님 나라에 관해서는 다음에 다룰 것이다)다. 식탁도 치유도 선포도 모두 종교-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Q복음서에서 등장하는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여 길을 가는 도중에 아무에게도 인사를 하지 말아야 했다. 이러한 인사금지는 예언자적 사명의 긴급함(왕상13:9-10; 왕하 4:29등)을 의미할수 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러한 인사금지는 팽팽한 위기감을 의미는 것일 수도 있다. 예수와 제자들이 로마를 (혹은 로마의 수족인 헤롯 가문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Q복음서에는 체포와 처형, 그리고 십자가(로마의 정치범이 받았던 형벌이다)에 관한 말씀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와 제자들의 선교가 반-로마적 특징을 가졌으며, 그들의 임무는 낯선 사람과의 인사를 피해야 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것이었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추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늘날 로마 사회가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은 사회라는 사실을 안다. 황제숭배가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가운데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행위는 종교적 행위일 뿐 아니라 동시에 심각한 정치적인 행위였다. 파송담화에서도 Q복음서가 보존하고 있는 예수 운동이 제국 내에서 또 다른 나라(βασιλεια)를 꿈꾸었던 평화적 대안적 사회운동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Q 공동체 가운데는 방랑하는 제자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정착하며 살았던 지역 동조자들이 있었다. 예수가 정착공동체의 구성원을 ‘평화의 아들들’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평화의 아들들은 곧 ‘샬롬’(שלום)의 아들들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랑하는 제자들은 정착 공동체에 접선할 때 평화(샬롬)이라는 말을 통해 유대식으로 인사한다. 김명수는 평화의 아들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화의 아들들이라는 말을 해석하면서 ‘반-젤롯’의 길을 떠올리는 학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Q복음서에 있는 평화의 아들들이 지향하는 평화는 거짓된 평화라고 할 수 있는 ‘로마의 평화’(pax Romana)에 대한 순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이 지향하는 평화는 로마의 거짓 평화(일종의 잘못된 힘에 굴복한 안정이다)에 저항하여 하나님 나라의 사랑과 정의가 실현되는 참된 샬롬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김재현  verticalkjh@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