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씨(약간 불경스럽게 읽힐 수도 있겠다)가 구속되었다. 20여 가지가 넘는 죄목이 그에게 부과되었고, 여기에 지금까지 밝혀진 횡령액과 뇌물 수수액은 조 단위에 가깝다. 그리고 지금까지 항간에 회자되었던 전과 14범이라는 말은 기록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전과 11범으로 수정되어야 한단다.

속된 말로 태어나 처음으로 죄를 지은 초범이 그 죄과로 복역을 마치고 나와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우리네 일상에서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도시별 GDP 규모로만 봤을 때 세계에서 4번째를 차지하는 서울의 시장이었다. 이것도 모자라 국가 경제로 따져  세계 12위이니 13위이니 하는 국가의 대통령이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동부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연합뉴스

또 하나의 문제는, 그가 서울시장이었을 때부터 사회적으로 지탄이 되어 왔던, 서울의 한 대형교회 장로였다는 점이다. 물론 한 교회의 장로로 임직될 때 범죄 전과 기록이 참조사항은 아니니 충분히 가능하다. 교회 중직자는 담임목사에 대한 충성심, 헌금이나 봉사 등을 통한 교회 조직에 대한 헌신성,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과 화목할 수 있는 인품 등등의 자격 요건을 갖춘다면 가능하다는 말이다. 속이야 어찌되었던 겉으로 드러나는 면이 그러하다면 충분하다.

결국 교회라는 공간에서 통용되고 운용되는 규칙(이걸 조직 운영에 관한 것으로 규정하자)은 교회 바깥에서 돌아가는 것과는 전혀 별개라는 말이 된다. 사실 이 부분이 개신교 더 넓게는, 가톨릭을 포함한, 그리스도교의 모습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원시 혹은 초대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 하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철저히 이것이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기록은 차고 넘친다.

흔히들 Pax Romana라고 불렸던 로마 제국이 선사했던 평화가 폭력 위에 세워진 허상임을 폭로하고 거부하며 로마 제국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기에, 순교자 열전이 생겨날 만큼 초대 그리스도교 사람들은 철저히 로마 제국이 요구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살았다. 급기야 순교가 권장되는 기이 현상까지 벌어지자 초대 그리스도교 한 교부는 오히려 순교를 멈추어야 한다는 말까지 등장했겠나. 다르게 산다는 것이 영광이었고 자랑스러움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서구 그리스도교의 주류였다. 여기에 서구 제국주의와 더불어 동양과 한국으로 유입된, 가톨릭이건 개신교이건, 그리스도교도 이것을 가르쳤다. 세상을 본받지 말고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여기서 또 하나 등장하게 되는 논쟁점은 “다르다”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교회 바깥에서 통용되는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다르다는 말로 퉁 칠 수 있냐는 논쟁이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이건 분명히 과거형이다.)

원시 그리스도교를 지나 초대 그리스도교, 중세 그리스도교로 이어지는 교회 역사에서 “다르다”는 의미는 조직 운영의 규칙을 넘어 윤리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러했냐는 문제는 살짝 뒤로 밀어두고서라도 “교회는 세상과 다르다”는 이 문구 속에는 교회 바깥에서 통용되는 윤리적 수준을 넘어서는 더 고차원의 윤리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흔히들 하는 말로 “쟤들은 좀 다르네” 하는 소리는 가뿐하게 들어야 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교회는 세상과 다르다”는 말이 변질되었다. 교회라는 공간에서 통용되는 규칙과 교회 바깥에서 통용되는 규칙이 다르다는 의미가 윤리적 의미를 벗어던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윤리라는 말이 고루하게 느껴진다면 삶의 모습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러나 한 가지 웃지 못 할 현상은 세상과 다르다고는 하는데 점점 더 세상과 비슷해지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회 중직자가 될 수 있는 요건이 세상에서 고위급으로 올라가는 요건과 똑같아 지게 되었다. 한 교회의 장로가 되려면 재력은 물론이거니와 학력이나 세상에서의 지위도 무시 못 할 요건이 되었다. 고래(古來) 적에 회자되고 통용되던 ‘돈이 없어도 신앙심 좋고 사람 좋으면 장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제 좀 마무리 해야겠다. 교회는 세상과 다르다는 말이 의미했던 것이 무엇인지 조금 생각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회 바깥에서 통용되는 윤리를 넘어서는 윤리를 가질 수 있었으면 싶다. 아니 원시 그리스도교와 초대 그리스도교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자 했던 “삶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조금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쟤들은 다르네” 하는 말이 “자기들끼리 논다”는 모습을 보며 조롱 섞인 손가락질이 아니라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수준 높은 삶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어쨌든 왜 부끄러움은 늘 교회 중직자가 아닌 사람들의 몫인지 알 수 없는 교회와 세상에서 산다. 

녹차의 꿈  schottroff@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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