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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일 목사, 모든 방법 동원 행동할 것개발 앞에는 종교도 사람도 없다
이정훈 | 승인 2018.04.01 00:59

3월30일 오전부터 소위 단톡(여러 명이 함께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인터넷 공간) 이곳저곳이 소란스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상하다 싶어 한 곳을 확인해 보니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강남향린교회에서 강제집행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재개발 조합측이 지방법원 집행관을 앞세워 용역들을 동원해 강제집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속된 이 소식이 올라올 즈음에는 이미 교회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은 탈취 당한 상태였다. 강제집행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간 강남향린교회 한 교회 집사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교회에 도착한 오전 9시15분 경, 교회 안팎은 이미 200여 명의 인부 및 경비용역으로 들어 차 있었고 강제집행도 이미 시작된 후였다. 강남향린교회 김수산나 목사는 교회를 둘러친 담장과 용역들 때문에 교회 접근조차 불가능했다고 한다.

▲ 강제집행 용역들이 강남향린교회에 난입, 교회 물품들을 강제로 이송하고 있다. ⓒ향린교회 이성환 목사 제공

즉, 용역들에 의해 강남향린교회 내부 집기는 모두 경기도 하남·구리 등지의 물류센터로 옮겨졌다. 오전 11시15경 집기 철거가 마무리되자마자 집행관 및 인부들은 교회 주변에 철조 갈림막 판넬을 설치했고, 도착한 이병일 담임목사나 교우들의 항의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병일 목사와 용역들 사이에 험한 장면까지 연출될 뻔했다고 한다.

강남향린교회가 강제집행 당한 3월30일은 재의금요일이라고 불린다. 예수께서 로마에 항거해 혁명을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붙잡혀 갖은 고문을 당한뒤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날이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이날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문자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동참하기 위해 되도록 조용히 보내는 것이 전통이다.

이런 걸 두고 아이러니 할 것 같은데, 강남향린교회가 합법이라는 미명 하에 고난을 당한 날이 되어버렸다. 예수께서 로마법에 근거해 십자가에 못박혀 고난과 죽음을 당하신 것처럼 말이다. (명동) 향린교회, 들꽃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 그리고 강제집행 당한 강남향린교회을 통틀어 향린공동체라고 하는데, 가능한 한 교우들이 강남향린교회 앞으로 모였고 교회 접근이 봉쇄된 채 거리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침울함과 분노, 그리고 고난당함이 무엇인가를 뼈저리게 느낀 예배였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지병으로 병원생활도 했고 여전히 치료 중에 있는 이병일 담임목사의 마음은,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처참함과 분노로 가득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런 이병일 목사와 예배가 마친 후 인터뷰를 나누었다.

▲ 아침에 많이 놀라셨겠다. 먼저 강남향린교회 재개발 상황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달라.

강남향린교회는 재개발 거여2-1지구 안에 속해 있습니다. 그동안 조합측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강남향린교회는 현재 건물 ‘명도소송’(경매를 통해 부동산을 낙찰 받고 대금을 지급한 후 6개월이 지났음에도 인도명령 대상자 등이 부동산의 인도를 거절할 때 매수인이 관할법원에 부동산을 명도[건물을 비워 넘겨줌]해달라고 제기하는 소송이다. 승소 판결을 받게 되면 강제로 점유자를 내보낼 수 있다.-편집자 주) 1차에서 패소했고, 항소하여 2차 명도소송 중입니다. 또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1차 판결이 있은 후 재심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 오늘(3월30일) 용역들이 들이닥쳐 어떤 일들을 벌인 것인가?

오늘 오전 9시부터 조합측이 동원한 용역 200여명이 주변을 사수하는 가운데, 서울동부지방법원 집행1부 이의랑 집행관이 주도한 집달인들이 조합측이 내세운 증인 2인과 함께 교회 문을 강제로 열고 교회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어 차에 싣고 갔습니다. 말하자면 명도집행 즉 강제집행을 하였습니다.

▲ 강제집행 용역들이 교회 물품들을 강제로 이송할 수 있도록 교우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향린교회 이성환 목사 제공

▲ 냉정하게 말해 이 부분은 합법적인 부분이 아닌가?

그렇게 말하면 합법적입니다. 강제집행을 예고하지 않은 것도 합법적이라고 합니다. 현재 강제집행의 경우 ‘계고’(일정한 기간 안에 행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강제 집행한다는 내용을 문서로 알리는 일이다. 일종의 경고조치라고 할 수 있는 계고(戒告)는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의무자가 의무를 불이행했을 경우, 일정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동안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대집행에 들어갈 것을 알려주는 통지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집행'을 하기 위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자 주)장을 발부하거나 예고를 하는 경우가 90%인 상황에서도 법적으로만 따지면 예고하지 않은 강제집행도 합법적입니다. 그런데 강남향린교회의 경우는 조합측이 법원에 탄원서를 허위에 근거해서 냈고. 법원 집행관은 허위사실에 근거한 조합측의 말만 듣고 집행했습니다.

▲ 그리고 이야기 듣기로는 법원의 서류들을 하나도 못 받았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된 이유로 생각하는가?

일반적으로 혹은 예전의 경우에는 재개발과 관련된 모든 서류는 등기로 송달되기에 교회에 사람이 없어도 담당 우체부가 전화로 연락하든지 카톡(메신저의 일종)으로 미리 연락이 되어서 중요한 서류를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강제집행과 관련되어 법원에서 보낸 서류(법원 집행관실에서 확인한 서류)는 모두 어떠한 연락이나 고지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 이제 곧 재의금요일이고 부활절이다. 조합측에서 다른 장소에서 예배를 진행하라고 장소를 제안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

강제집행을 한 오늘은 성금요일이라 향린공동체(향린교회 들꽃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 강남향린교회)는 이미 준비하고 있던 성금요일 고난절예배를 가로막힌 강남향린교회 앞 노상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또한 강남향린교회는 오는 부활절예배도 교회 앞 노상에서 예배를 드릴 예정입니다.

현재 강남향린교회는 강제집행으로 교회 안의 모든 물건을 집달이 당한 상태이나 조합측에 이렇게 된 것을 인정하면서 교회가 이미 예정된 이주하는 날까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일 수 있도록 요청하였으나 조합장은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거부한 이유는 자기들은 아무런 권한이 없고 모든 권한이 법원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 확인한 결과, 모든 권한이 조합측이 있으니 조합측과 잘 협의하라고 하였습니다.

조합측에서는 앞으로 예배를 조합사무실이나 주변의 빈 공간에서 드리라고 제안하였으나, 강남향린교회는 교우들의 정서상 16년 동안 정들었던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 현재 목사님은 안식년 중이시고 안식년이 끝나면 교회를 사임해야 할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앞으로 이 재개발로 인한 사건들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제가 14년 전에 강남향린교회에 부임할 때부터 재개발은 목회활동의 걸림돌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이미 30년 전에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있었습니다. 부임할 때부터 조만간 재개발이 진행된다는 것 때문에 교회건물의 보수나 리모델링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사임하기 전에 이 사건이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주체적인 강남향린교회 장로들과 교우들이 있기에 교회의 대응에 있어서는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 차후 강남향린교회의 대응 방안을 이야기해 달라.

강남향린교회는 조합측이 법원에 낸 탄원서의 내용이 허위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측의 주장만 듣고 예고도 없이 강제집행을 감행한 서울동부지방법원 집행관과의 밀접한 공조나 담합에 대하여 모든 법적 책임을 양쪽에 묻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의 개정을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강남향린교회가 조합측에 요구한 ‘예배 처소를 이전할 때까지(한 달이나 한 달 반 정도) 현재의 강남향린교회 예배처소를 사용하겠다는 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행동할 것입니다. 

▲ 강남향린교회 이병일 목사와 강제집행에 동원된 용역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향린교회 이성환 목사 제공

▲ 이전 하는 데는 문제없는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강남향린교회는 오금동에 건물을 매입하고 이전을 준비 중에 있었고 올해 4월 말이나 5월 초에 이전할 계획이었고,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사실을 조합측에서도 알고 있으면서 강제집행을 감행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심 곳곳이 이런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현재의 모든 개발과 토지강제수용은 건설자본과 조합과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법적인 요건이 갖추어져 있는데, 강남향린교회는 이를 해소하고 모든 국민들이 재산권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함께 할 것입니다. 이전에도 재개발 혹은 강제철거나 토지강제수용과 관련하여 강남향린교회는 적극적으로 연대하면서 함께 하였습니다. 이번에 직접적으로 강제집행을 당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깨닫고 앞으로 이와 관련하여 국민들이 반드시 쟁취해야 할 것이 이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병일 목사는 많이 힘들어 했고 “내 체력이 안 되네요.”라고 했다. 강제집행으로 인한 것인지 앓고 있는 병 때문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았지만 둘 다 아니겠는가 싶다. 이런 일 앞에 어느 누가 태연자약 할 수 있겠는가.

중간 중간 힘이 들어가며 강조했던 이병일 목사의 이야기는, 모르고 그랬든 알고 그랬든, ‘법원과 조합 간 담합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남향린교회 강제집행 속보를 전한 에큐메니안 페이스북 페이지 기사에 이런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도대체 정권이 바뀐 상태에서, 서울시가 강제철거를 하지 말라고 행정지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진 데에는 재개발조합과 법원 특히 집행관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중반 즈음,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였지만 현대 사회를 잘 지적해 주는 용어가 등장해 항간에 화제가 되었었다. 사전에 찾아보면 “(주택가의) 고급화”라고 풀이되어 있다. 시사용어사전을 참조해 보면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라고 한다.

▲ 강남향린교회가 강제집행을 당해 거리로 내몰리자 강남향린교회 교우들, 향린공동체 교우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윤병희

강남향린교회가 강제집행 당한 것을 두고 이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논란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자가 수년 전 2년 간격을 두고 두 번이나 강남향린교회를 방문했을 때, 그 주위는 이미 공동화되어 있었다. 교회 주변은 이미 빈 건물들이 눈에 보였었고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인적이 드문 거리처럼 보였다.

결국 수년 전부터 강남향린교회를 둘러싼 이 일대는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 용어를 알지 못해 그저 “사람들이 떠나는 모양이구나.” 했었지만, 이제는 저 용어로 이 현상을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를 위한 고급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강남향린교회를 둘러싼 이 일대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 변화가 강남향린교회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재개발 지역에 종교 시설이 위치해 있는 경우엔 강제집행 시점이 임박했더라고 후순위 집행 대상지가 되는 것이 관례이다. 이에 대해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종교 시설이라는 이유 자체라고들 하지만 이 일대 재개발 조합측에게 강남향린교회는 종교 시설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조합측에게 강남향린교회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몰려왔지만 확인할 길이 없었다. 관례마저 깨지고 직격탄을 맞은 강남향린교회 앞으로 향린공동체 교우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예배가 마친 후 에큐메니안 기자에게 강남향린교회 한 장로가 이런 말을 건넸다.

“우리는 이럴 때 함께 모일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있는데, 철거당하는 주민들에게는 아무도 (함께하는 이가) 없다.”

맞다, 개발이라는 이름 앞에는, 더욱이 고급화라는 이름 앞에는 종교도 사람도 없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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