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일 충청남도 도의회(이하, 충남도의회)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해 통과시켰다. 그러나 안희정 전 충청남도 도지사가 거부권을 행사, 충남도의회에 재의결을 요청했다. 이러한 안 전 도지사의 요구에 충남도의회는 지난 4월3일 충청남도인권조례(이하,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재의결 하면서 충남인권조례를 폐지가 확실시 되고 있다.

다만 충남인권조례 지키기 소속 인권단체들은 충남도의회의 결정에 대해 대법원 제소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분위기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 뒤에는 “충청남도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전종서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 이하, 충기연)로 대변되는 보수 기독교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충기연 대표회장, 사무총장, 서기 명의로 충남기독교 15개 시군 연합회로 발송된 공문 한 통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는 부분이다.

이 공문에 따르면 충남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고 안 전 도시사에게 충남인권조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충남기독교교회협의회”와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을 제명 또는 탈퇴시킬 것을 시행해 달라는 것이었다.(지난 “제명 또는 탈퇴시킬 것을 요청합니다” 참조)

▲ 지난 3월20일, 충남기독교총연합회가 충남기독교 15개 시군 연합회로 발송한 공문. ⓒ에큐메니안

이러한 충기연의 공세적인 움직임에 대한 충남기독교교회협의회(NCC 회장 최일규 사관)실행위원회와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의장 이종명 목사)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두 단체는 3월4일 오전11시 공주 리버스컨밴션센터에서 긴급 연석회의을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목회자는 이 회의의 참석자들은 "충남기독교연합회의 몰상식하고 분열적인 결의에 강력하게 항의하기"로 하고, 이에 "입장을 담은 공문을 각 교단과 지역기독교연합회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상기 두 단체와 충기연이 오는 4월10일 만나 현안에 대해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회의를 마친 후 대전충남회회작정의평화협의회 의장인 이종명 목사(송악교회)에게 입장을 물었다. 이 목사는 기자에 질문에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우리가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같은 신앙인이라면 어떤 주제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을 다양하게 만드셨으니까. 생긴 모양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사상이나 전통도 다르지만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평화를 실현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다름을 가지고 제명이니 징계니 하면서 함부로 정죄하고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저들이 그만큼 어설프고 미성숙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저들의 잘못된 주장과 행태에 일반 사회인들의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것이 우려되어 대응하는 것이다."

이 목사의 답변으로 미루어 충기연과 상기 두 단체 간의 충돌은 불가피 하게 보인다. 특히 지방 선거를 두 달여 남은 시점에서 그 간극은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충남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회와 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가 3월4일 오전11시 공주 리버스컨밴션센터에서 긴급 연석회의을 열고 충기연의 일련의 움직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종명 목사 제공

또한 충남인권조례 폐지 재의결에 대해 교계 안팎으로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NCCK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도 4월5일 성명을 발표하고, 충남도의회의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재의결은 "200만 충남도민들의 인권을 짓밟고 후퇴시키는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인 행위이며 인권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헌법과 인권을 모독한 충남도 의회 의원들을 강력히 규탄하며 공식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와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 더하기" 등 시민사회인권단체들도 4월4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충남도의회의 충남인권조례 폐지 재의결은 "반인권적, 반민주주의적, 그리고 반헌법적 폭거"라며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움직임은 성적지향, 이주민 등 우리 사회에서 차별의 최전선에 있는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세력들의 집단적, 조직적 행태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고 "자유한국당이라는 거대 야당의 혐오 정치를 지원하고 부추긴 혐오 선동 세력들에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종교라는 거대한 우산 속에 갇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고 있는 당신들의 반인권적 행태는 잘못된 혐오에서 기인한 지극히 시대착오적 반동"이라고 규정했다.

마지막으로 이들 인권단체들은 "기본적 인권과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의 정신 아래 시민으로 권리를 누리려면 타인의 권리를 짓밟는 행태는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그것은 종교도, 사랑도, 민주주의도 아니"며, "혐오가 아닌 인간의 존엄으로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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