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토론토의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길었고 눈이 많았으며 혹독하게 추웠습니다. 부활절로 지킨 지난 사월 첫 주가 두 주 지난 사월 중순에도 토론토를 포함한 토론토 근교에는 눈 폭풍이 왔습니다. 1,350 가구의 전기가 끊어져 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교통사고도 이틀에 천 이백 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길고 혹독했던 사월의 끝 자락에서 한반도 남북한 두 정상이 만나 함께 선언한 평화의 소식은 마치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토론토에 들려왔습니다.

토론토 사람들은 언론과 인터넷 매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로 서로를 반기며 만나는 모습, 손을 잡고 함께 남북의 경계선을 차례로 넘는 모습, 나무를 함께 심는 모습,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 나란히 서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전쟁 방지의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낭독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대부분의 토론토 사람들은 판문점 선언이 전하는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긍정적으로 반기고 그 선언의 실현을 낙관하지만 축배의 잔을 드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신중한 태도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2000년, 2007년 이미 두 번의 남북한 정상들이 만났던 기억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비핵화를 선언했던 그 환희 장면과 그 이후 이어진 약속의 파기, 계속된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남북과 북미의 관계가 더 악화되고 갈등을 빚었던 장면들을 토론토 사람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이번 세 번째 남 북한 정상들의 만남도 앞에서 본 그 장면들과 비슷하게 진행되어 또다시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또한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북미간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감마저 감돌았던 갈등 관계가 남북 정상 회담으로 급격하게 바뀐 상황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의 결과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이번 남북 정상 회담이 평창 동계 올림픽으로 시작된 남한의 조직되고 준비된 외교적 능력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한 사회의 경제적 발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열망이 만나 이루어진 결과로 보기 때문입니다.

토론토 언론들은 남북 정상회담 전에 이루어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만난 이야기, 지난 사월 초 미국 CIA 마이크 폼페이 국장이 북한을 방문한 사실을 심도 있게 보도하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앞선 두 차례의 남 북 정상 회담과 현격히 다른 온도 차이를 보인다고 전합니다. 북한에 대한 의구심을 늦출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남북 정상 회담에 이어 예정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 회담이 한반도와 세계정세를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한편, 토론토에서 남북 정상 회담을 희망과 기대보다는 복잡한 심정으로 지켜 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바로 토론토에 머물고 있는 탈북민들입니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온 후 정착과정에서 받은 차별과 지속되는 북한의 정치적 위협을 견디지 못해 결국 남한을 떠나 캐나다로 입국하여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입니다.

캐나다 정부의 이민 정책은 심사를 통해 적합한 사람들에게 난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여 캐나다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데 캐나다 정부는 작년부터 남한을 통해 캐나다에 입국해서 난민 자격 신청을 한 탈북민들에게 난민의 자격을 더이상 부여하지 않고 캐나다를 떠나라는 추방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추방의 불안을 품은 채, 목숨을 걸고 탈출한 북한으로도, 차별 받고 멸시 받고 또는 아직도 북한의 죽음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는 남한 사회로 돌아 갈 수도 없는 탈북민들의 삶에 대한 관심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지적으로 만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남북의 전쟁과 분단과 분단이후 대결이 가져온 같은 민족 공동체 내부의 혐오와 차별의 문화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한 두 정상이 만나서 이루려 하는 평화가 분단의 상황에서 고통받는 탈북 탈남민들을 포함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의 삶의 평화로 이어질 때 바로 우리 민족 분단과 대결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가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한 두 정상이 만나서 약속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도, 전쟁 방지의 선언의 이행도, 남북한 땅의 열차를 연결하고 도로를 정비하는 경제협력을 다시 하는 것도,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고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북한 사회를 탈출해서 남한을 찾아가서도 차별 받고 설움 받고 쫒김 받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평화, 남북한 두 정상이 만나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이 시점에도 국가 보안법 위법으로 남한 사회에서 자유를 빼앗기고 양심수가 되어 감옥이 있는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평화와 해방의 소식이 전해 질 때, 그 때가 바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임하는 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토론토 사람들은 한반도의 이제 다시 일기 시작한 평화의 물결이 전세계의 평화로 이어지길 지지하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성란 ad71ran@icloud.com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