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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름다운 무지개교회가 많이 세워지기를 희망합니다이땅의 모든 소수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기도합니다
박철 | 승인 2018.05.19 22:43
2018년 5월 19일 오후4시 부산 서면에서 있었던 아이다호 데이(IDAHOT Day,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집회에서 발언 요청을 받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늘 발언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는 개신교 목사이고 녹색당 당원입니다. 오늘은 개신교 목사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이 세상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모든 지배치제와 제도를 반대합니다. 저는 동성애자와 성소수자들도 하느님의 자녀로,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며, 그들의 모임이나 축제를 지지합니다. 저는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피부 색깔이 다르다고 해서, 또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고 해서, 여성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차별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모든 행위를 반대합니다. 저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존중하고 따르고자 노력하는 목사입니다.

▲ 박철 목사가 동성애자와 성수수자를 차별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한국교회를 대신해서 사과하다. ⓒ조종완

저는 50대에 진입하면서 동성애자와 성소자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내가 성경이라는 덫에 교리적인 감옥에 너무 갇혀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치 하느님 이야기라면 내가 전문가라도 되는 양 독점하려는 도그마에 빠져있었습니다. 일종의 집착이고 강박이었습니다. 예수님 시대 바리새인같이 육신의 눈은 멀쩡한데 역사와 사물을 그리고 자연과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소경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잘 본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바로 내가 그 꼴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 눈에서 비늘이 벗겨지는 것처럼 그 집착과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 그동안 저는 하느님을 성경이라는 텍스트로만 이해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성경이라는 텍스트로 다 담을 수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산이나 숲에 들어가면 그 찬란한 빛과 나무, 풀, 돌멩이 그 다양함에 성찬을 금할 수 없다. 발에 밟히는 돌멩이 하나의 역사가 수십만 수백만 년도 더 되었다는 것이다. 저는 돌멩이 하나에서도 하느님의 현존을 느낍니다. 무한하신 하느님을 유한한 인간이 쓴 성서로 다 표현할 수 없기에 하느님은 성서너머로 존재하신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런 차원에서 하느님의 다양성을, 성의 개방성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바른 기독교 신앙을 추구하는 신도라면, 성서의 문구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조종완

성서의 구절을 달달 외워서 절대화하는 성서우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성서무오설이라는 비합리적인 교리로부터도 벗어나야 합니다. 성서의 특정 구절이 뭐라고 말하건 보편 상식에 어긋나면 성서 구절이 아니라 상식과 합리를 따라야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성서의 기록도 오늘날에는 재해석되어야 마땅합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을, 내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미워하고 증오하고 차별하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기독교 역사가 2천년이 되었습니다.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있었습니다. 그것을 기독교 정신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오셔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모든 종교적 규례와 편견과도 맞서 싸우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삶으로 가르치셨습니다. 오직 하늘 아버지의 뜻과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신 분이십니다. 하여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고 옥죄는 성서의 모든 기록은 오늘날 인류가 도달한 과학과 이성의 빛 아래 검증되어야 합니다.

기독교신앙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2천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는 독선과 교만과 차별이 만연한 이상한 종교집단이 되었습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은 심각합니다. 최근에는 인권조례폐지 운동에 앞장서기도 합니다.

ⓒ조종완

자한당 적폐세력들과 야합하여 반 동성애 여론을 지방선거까지 몰고 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경험하고 나누어야 할 교회 안에서 성소수자들은 그 존재가 부정당하고 지워지고 죄악시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기독교신앙이 아닙니다. 기독교정신에 위배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목사들이 강단에서 잘못 가르친 결과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던 부작용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저는 기도합니다. 성소수자 혐오발언과 차별적 대우를 걱정하지 않고 다닐 수 있는, 더 나아가 성소수자들도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공동체를 이루어갈 수 있는 무지개교회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희망하고 기도합니다.

저는 이땅의 모든 소수자들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며 차별 없이 인정받는 세상,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과 남성, 어린이와 어른, 이주민과 원주민,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가 서로 동등한 세상이 세워지길 기도합니다.

여러분, ‘아이다호 데이’를 상징하는 무지개를 아시지요? 소나기가 오고 난 다음 하늘에서 이따금 무지개를 볼 수 있지요. 무지개를 보면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면 하늘은 무슨 색이에요? 무색이지요. 초등학교시절 자연시간에 선생님이 삼각프리즘을 나눠주고 그것으로 하늘을 보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하늘이 어떻게 보여요? 무지개 색으로 보입니다. (빨주노초파남보) 찬란한 그 빛깔에 감탄합니다.

ⓒ조종완

하느님이 만드신 이 세상은 다양합니다. 생명의 신비입니다. 자연을 포함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잘 어울려 살 때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집니다. 그것을 하느님나라, 또는 천국이라고 말해도 되겠지요. 그래서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감탄을 하십니다. “야 좋다!” 그런데 잘 어울리지 못하고, 파괴하고 불화하고 갈등하고 차별하고 살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요? 살벌한 세상이 됩니다. 살기 힘들어 집니다. 지옥이 따로 없지요.

‘아이다호 데이’를 기념하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10킬로 이상을 걷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마다 길을 걸으면서 세계에 대한 겸손한 경청자로 다시 태어납니다. 눈부신 햇살과 감미로운 바람. 하느님이 차려주신 생명의 성찬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오늘 같은 날,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What a wonderful world”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 省略
무지개의 색깔들이 하늘에서 아름답게 빛나며,
또한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 머물러요.
난 악수를 하며 '어떻게 지내?'라며 인사를 건네는 친구들을 보아요.
하지만 그들의 진심은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있는 거죠.
난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들이 자라는 걸 보아요.
그들은 내가 평생 알야 할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거에요.
그러면 난 스스로 생각을 하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그러면 난 스스로 생각을 하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오늘 부산 ‘아이다호 데이’를 경축하는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 살풍경한 시절,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되시길 바랍니다.

(蛇足)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화라는 화두에 열광한 나머지 사회전반에 걸쳐있는 사회적 약자, 우리가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문제들을 놓치고 있다. 오늘 오후 <국제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부산행사를 마치고 녹색당 당원들이랑 돼지국밥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 전철타고 오다 중앙시장에서 하차해서 버스 갈아타려고 기다리는데 어떤 아저씨가 술에 취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대통령 말 한 마디면 다 되는 거야. 문재인이 그렇게 인기가 많아...! XX! 서민들은 지금 굶어죽기 직전이야. 장사꾼들은 장사가 X도 안 돼서 가게 문 닫을 판이야... XX 똑바로 알란 말이얏!”
술 취한 아저씨의 천둥벼락 같은 소리는 하늘의 소리, 하느님의 음성으로 나는 들었다. 마음이 천갈래만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박철  pakcho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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