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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의식신학자가 본 삶과 죽음 1
김흡영(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 | 승인 2018.08.28 20:52

“신학자가 본 삶과 죽음”(미주 1)이라는 화두에 대하여 가장 간단한 대답을 가지고 있는 분은 아마도 이 글을 쓰도록 해준 박재갑 원장일 것이다. 그의 대답은 명료하게 다음과 같을 것이다. “금연은 삶이요, 흡연은 죽음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 신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 바를 세 꼭지로 나누어 논해보고자 한다. 첫째 꼭지에서는 오늘날 과학계에서 논의되는 가장 흥미로운 기제의 하나인 “뇌와 의식”에 대해 살펴본다. 둘째 꼭지에서는 그리스도교 전통이 가지고 있던 삶과 죽음에 대한 신학적 견해를 정리한다. 셋째 꼭지에서는 생명과학과 첨단기술의 폭발적 발전과 함께 수명을 연장하고 죽음을 과학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급진적 수명 연장론(Radical Life Extension)’의 주장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삶과 죽음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몸과 나’의 관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심장과 뇌 등 몸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활동하는 것을 삶(살아있다)이라 하고 생존의 기능을 상실한 것을 죽음(죽었다)이라고 한다면, “몸이 생존의 기능을 잃은 다음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질문이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 그러므로 삶과 죽음의 문제는 “나란 무엇인가?” 하는 ‘큰 질문(Big Question)’에 이르게 된다. 그것을 인지하는 것은 몸의 일부인 뇌이므로, 이 문제는 ‘뇌와 의식’이라는 현대과학에서의 ‘어려운 문제(hard problem)’에 봉착하게 된다.

죽은 후 나는 살아 있을까?

오늘날 자연과학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한 분야는 뇌과학(Brain Science)일 것이다. 특히 관심을 끌고 활발히 움직이는 분야가 ‘뇌와 의식’의 관계에 대한 연구이다. 지난달만 해도 「사이엔틱 어메리칸(Scientific American)」과 「뉴사이언스(New Scientist)」에 두 가지의 흥미로운 기사들이 발표되었다.

「사이엔틱 어메리칸」에 게재된 글의 제목은 “우리가 죽으면 의식에 무슨 일이 발생하는가(What happens to consciousness when we die)”하는 것이었다.(미주 2) 이 글에 따르면, 혁혁한 발전을 자랑하는 현대 천문학이 우주의 극히 미미한 일부만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뇌과학도 그 질문에 대한 아직 명확한 답을 못 내리고 있는 듯하다. “보통 치매라고 하는 알쯔하이머(Alzheimer)로 뇌가 죽을 경우 그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등 여러 가지 예를 들며 물리주의(physicalist) 과학자들은 뇌가 죽으면 의식도 없다고 주장한다. 의식은 단지 뇌라는 생물학적 기계에서 생존을 위해 고안된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디팍 초프라(Deepak Chopra) 같은 의식실제주의(consciousness realism)를 신봉하는 과학자들은 세계의 자연현상은 결국 관측자의 특정한 의식에 의해 관찰되는 것이며, 오히려 우주 형성에는 의식이 물질보다 기본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물리주의자들은 의식은 뇌가 활동할 때 나타나는 부수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단정하는 반면, 의식실제론자들은 이와 정반대로 뇌라는 기관은 의식이 물질화 하는 과정에 나타난 한 부수적 결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두 입장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평행선을 그리며 논쟁하고 있다.

ⓒGetty Image

물론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는 어쩔 수 없이 현대과학의 주된 방법론인 유물론적 환원주의와 물리주의를 견지한다. 그러나 의식, 마음, 영혼과 같은 ‘큰 질문’과 ‘어려운 문제’에 들어가면 그들의 입장은 모호해 질 수 밖에 없어진다. 종교와 과학의 대화가 절실한 대목이다. 내가 만난 최고의 과학자들 중에도 그것들은 과학으로서는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자인하면서, 오히려 신학적 입장을 물어보는 이들도 적잖다.

또한 「뉴사이언티스트」에 실린 글은 “육체이탈체험이 의식 문제 해결에 빛을 비추다(Out-of-body experience highlights clues to consciousness)”라는 흥미로운 제목을 달았다.(미주 3) 육체이탈의 경험은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과 더불어 육체를 떠나서도 의식이 살아있다는 주장을 증명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을 인지한 주체는 결국 뇌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문제는 뇌를 떠나서도 그 무엇(의식)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는 논리적 공간을 상실하고 만다.

그러나 역시 이 글도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단지 육체이탈의 경험(Depersonalization disorder 또는 derealization)을 뇌생물학과 뇌인지학적으로 조사한 결과 뇌의 두 부분(ACC, AIC)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고, 이 부분이 우리의 ‘핵심적 자아(core self)’와 의식의 연속성과 개별성(주체적 인지의 내적 감정) 형성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정도의 내용이었다.

인코그니토(Incognito): 나는 누구인가?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만(David Eagleman)이 최근 발간한 「나라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흥미로운 부제를 단 저서 『인코그니토』에서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대하여 뇌과학을 비롯하여 과학의 여러 분야들이 최근 발견한 내용들을 정리해주었다.(미주 4) 처음부터 대부분의 페이지에서 그는 뇌환원주의적 입장을 견지한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의식주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뇌의 복잡한 메커니즘에 의해 조정된다는 것을 생생한 임상 실례들을 들추며 설명한다.

내 머릿속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빙산과 같은 뇌가 있고, 그가 실제 주인이며 인간은 왕좌에서 물러난 허상일 뿐이고, 모든 것은 “뇌가 벌리는 은밀한 쇼”라고까지 말한다. 우리가 눈과 귀 등 오관으로 하는 경험은 진짜가 아닐 수 있고, 뇌는 우리의 마음을 마음대로 만들고 조정하는 민첩하고 정확한 초능력자란다. 의식은 회사의 CEO와 같이 서로 갈등하는 뇌의 좀비 시스템들을 성공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고 추정한다. 그리고 뇌가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고 주장하며 물리주의와 본질주의적 입장을 견지한다.

그러나 그러한 그도 뒷부분으로 갈수록 아직도 미국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그리스도인 독자들을 의식해서 인지 입장이 아리송해진다. 그것은 인간의 이타적 본성을 부정하고 초지일관 이기적 유전자론을 주창하다가, 마지막 결론에 가서는 인간의 이타적 도덕성에 희망을 거는 자기모순에 빠지는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이율배반적 태도와 유사하다.(미주 5) 마지막으로, 이글만은 말한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던 것처럼, 우리 자신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우리는 지금 대략이나마 거대한 ‘내면의 우주’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내부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이 우주는 우리에게 고유한 목표와 의무, 그리고 논리를 지시한다. 뇌는 왠지 이질적이고 기이하게 느껴지는 기관이지만, 뇌의 세세한 배열 패턴이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삶의 풍경을 조각한다.
인간의 뇌는 얼마나 복잡한 걸작인가. 그리고 뇌로 관심을 돌릴 의지와 관심을 가진 세대에 태어난 우리는 얼마나 대단한 행운아인가.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우주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 존재는 바로 ‘자신’이 아닐까.”(미주 6)

이글만이 여기 마지막에서 말한 ‘자신’이란 도대체 누구인가? 뇌인가? 이글만의 대답은 애매모호하다. 그는 뇌라는 흥미롭고 관심을 끄는 주제와 “나라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끌게 만들었고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지만, 또 다른 화두들만 제시했을 뿐 뾰쪽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

「타이타닉(Titanic)」: 인간의 사랑, 뇌화학적 환상 또는 실제?

▲ 김흡영 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 ⓒWikipedia

나는 얼마 전 「페이스북(Facebook)」에 셀론 디온(Celine Dion)이 노래한 영화 「타이타닉(Titanic)」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의 동영상을 띄우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인간의 사랑, 그것은 생식을 위해 [뇌가 제작한] 뇌화학적 판타지인가 아니면 진짜인가?(Human love: Is it a neuro-chemical fantasy for reproduction or real?)”(미주 7) 물리주의자 과학자들은 물론 「타이타닉」에 이러한 사랑은 이기적 유전자가 최대 생존 확률을 가진 복제품을 성취하기 위해 인간의 사랑을 최고 품질로 미화한 뇌의 기막힌 작품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사랑을 해봤고, 사랑을 하고 있고, 사랑을 아는 사람들은 이러한 청순한 사랑은 뇌의 존재여부를 떠나서 영원한 가치를 가진 것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유물론적 환원주의를 부정하는 이론 생물학자 슈트어트 카푸만(Stuart Kaufmann)도 유사한 말을 했다. “센 강의 둑 위를 걸어가는 연인은 그저 움직이는 입자가 아니라, 강가를 걷는 사랑하는 연인이다.”(미주 8) 이글만도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과학만이 진리에 이르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주의에 대해 묘한 여운을 남긴다.

미주

(미주 1) 이 글은 정현채, 정진홍 외, 『삶과 죽음의 인문학』(서울: 석탑출판, 2012), 150-89에 게재되었음.
(미주 2) Michael Shermer, “What happens to consciousness when we die: the death of the brain means subjective experiences are neurochemistry,” Scientific American, 2012.06.27. http://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cfm?id=what-happens-to-consciousness-when-we-die 참조.
(미주 3) Liz Else, "Out-of-body experience highlights clues to consciousness,"NewScientist, 2012.07.06. http://www.newscientist.com/blogs/shortsharpscience/2012/07/out-of-body-experience-highlig.html#.T_y0eUI1Qs8.facebook 참조.
(미주 4) 데이비드 이글만, 김소희 역, 『인코그니토』 (서울: 쌤엔파카스, 2011).
(미주 5) 리차드 도킨스, 홍영남 역, 『이기적 유전자』 (서울: 을유문화사, 1993). 김흡영, 『현대과학과 그리스도교』(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6), 107-110 참조.
(미주 6) 이글만, 인코그니토, 271.
(미주 7)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yd1uEvyzCmM.
(미주 8) 이글만, 인코그니토, 264에서 재인용.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 김흡영 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님의 “신학자가 본 삶과 죽음”이라는 제목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먼저 김흡영(Heup Young Kim, 金洽榮, 1949년~ ) 대표님은 한국 개신교 신학자이십니다. 강남대학교에서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인문대학장, 신학대학장, 신학대학원장, 교목실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또한 케임브리지 대학에 본부를 둔 세계과학종교학술원(International Society for Science and Religion)의 창립 펠로우이며, Congress of Asian Theologians의 제6차와 제7차 총회의 공동의장과 한국조직신학회 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한신대학교와 중국 복단대학교의 초빙교수이었으며, 현재 강남대학 대우교수이며, 한국과학생명포럼의 설립대표를 맡고 계십니다.

김흡영(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  heup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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