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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기독교단체, 파인텍 굴뚝농성 367일차 지지기도회 가져“굴뚝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할 수는 없습니다.”
이신효 | 승인 2018.11.14 15:42

11월13일, 전태일 열사가 “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한지 48주년이 된 날이었다. 또한 이날은 박준호ㆍ홍기탁 2명의 노동자가 스타플렉스 사업주에게 “합의 사항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굴뚝 위로 올라간 지 367일째 되는 날이었다. 1970년으로부터 48년이 지났지만 시간을 뛰어넘어 이들의 외침은 토시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이를 상징이라도 하듯이 예배 강단 위에는 ‘순교자 전태일’의 이콘이 세워져 있었다.

▲ 1970년 11월13일 전태일 열사가 “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한 날이었다. 바로 이날 파이텍 노동자 2명이 “합의서를 준수하라”고 외치며 굴뚝 위로 올라간지 1년 하고 이틀이 지난 날이었다. 파이텍 노동자들을 위해 기독교 8개 단체가 모여 기도회를 진행한 이날, 강대상 위에는 조그마한 전태일 열사의 이콘이 놓여 있었다. ⓒ이신효

이렇게 1년 하고도 이틀이 지난 이날 8개 기독교 단체가 주관한 ‘파인텍 굴뚝농성 1주년 총동원 합심기도회’가 열렸다. 추운 날씨와 좁은 길가임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의지를 더했다. 이날 함께 한 8개 단체는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불.한.당, 성문밖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청.사.진, 평화누리,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등이었다.

노동자의 하나님, 우리의 기도를

먼저 인도자와 회중의 예배부름은 오늘 기도회의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노동자의 하나님, 우리의 기도를 들으소서.”
“인도자: 일자리가 없음으로, 너무 적은 수입으로 가난한 이여, 그대는 복됩니다.
회중: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들의 것이라도 약속하셨습니다. 굶주린 이여 … 내쫓김 당하여 눈물흘리는 이여 … 외면당하는 이여 … 기약없이 투쟁하는 이여 … 그대는 복됩니다. …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 땅에 강과 같이 흐르게 될 것입니다. … 아멘”

이어 대표기도를 진행한 백현빈(감리교청년회전국연합회) 씨는 담담하지만, 무직한 어조로 기도문을 읽어 내렸다.

“지난한 겨울이 지나고, 새파란 봄이 지나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다시 차가운 겨울의 초입입니다. 지난 2016년에 김세권 사장은 분명히 노동자들에게 약속했습니다. 공장을 정상화 하겠노라. 단체협약을 준수하겠노라 말입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다시 굴뚝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무리한 것도, 어려운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조합원에게 약속한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는 것입니다. 약속한 것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게 만든 저 자본의 권력에게 불을 내려 주십시오. 주님, 사람이 서기 힘든 곳에 함께 살자며 올라간 두 동지에게 힘과 용기를 내려 주십시오. 8786시간, 366일, 1년 하고 하루, 얼마나 더 버텨야 할지 모르는 동지들을 위해 그리고 48년 전, 노동해방을 위해 봄을 던진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며 이 모든 기도, 노동자의 하나님 우리의 기도를 들으소서.”

김희석(평화누리) 씨의 기도는 한결 더 비장했으며, 절박한 마음이 묻어 나왔다.

“공평과 정의가 하수처럼 이 땅에 흐르기를 원하고, 기뻐하신다는 주님. 지금 이 곳의 마음을 바라보시는 당신의 마음은 어떠하십니까? 48년 전 오늘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외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부르짖음에 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제대로 된 답변을 보이지 못하는 것입니까? 왜 아지도 이 땅의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몸을 가두고 불사르고 고공에 올라가고 무서운 트라우마에 휩싸여야만 합니까?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나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대로 이렇게 주님 앞에 나아왔습니다. 이제 정말 이들이 주님의 품, 쉴만한 물가, 푸른 초장에서 평안과 위로를 누릴 수 있게 하옵소서. 1년동안 하늘 감옥에 갇혀있는 이 파인텍 노동자들이 참된 안식, 평안가 승리를 얻게 하옵소서. 노동자의 하나님 우리의 기도를 들으소서.”

기도가 마치며, 앉아 있거나 서있는 모든 청중들이 한 목소리로 ‘노동자의 하나님, 우리의 기도를 들으소서’를 외쳤다. 지금의 현실을 가장 잘 대변하는 기도임을 청중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느꼈다.

“김세권은 합의를 이행하라, 노동악법 철폐하라.”

김세권 사장은 합의서대로 이행하라

대표기도에 이어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이하 차광호 지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매주 기도회를 가지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또한 현재의 파인텍 지회의 사건의 전말을 소개했다. 차 지회장은 먼저 현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의 파산 이유에 대해 세 가지를 언급했다.

▲ 차광호 지회장이 그간의 파인텍 투쟁을 설명하고 있다. ⓒ이신효

첫째 경영자의 부자간 경영권 다툼, 둘째 무분별한 해외투자, 셋째 중국의 공장건립과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 지회장은 이를 계기로 파산한 기업을 공기업화 하고 일자리를 잃은 500여명의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5년 간 투쟁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김세권 사장이 3승계(고용 승계, 노동조합 승계,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하고 인수했으나, 3년 뒤 갑작스런 폐업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세권 사장이 인수하고 구미 공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익을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흩어졌고, 28명의 노동자들이 남아 투쟁을 이어 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차 지회장은 구미 공장에서의 408일간의 1차 고공농성으로 합의를 진행해 파인텍이 세워졌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사측과의 투쟁 속에서 세 번에 걸친 합의 파기 때문에 다시 2017년 고공농성을 시작한 것이라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현재 파인텍 노동자들은 서울에너지공사 내 굴뚝에서 농성한다는 이유로, 서울에너지공사가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하루 50만원의 벌금이 지금도 과징되고 있다고 분노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차 지회장은 김세권 사장이 작성한 합의서를 이행하라고 다시 한번 외쳤다.

아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차 지회장의 발언에 이어 예사랑교회 변영권 목사가 요한복음 5장 1-9절 본문을 토대로 “기독교 신앙의 출발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이라며 말씀을 전했다. 변 목사는 “기독교 신앙은 하늘에 있는 신이 인간이 되어 땅으로 내려온 것을 믿을만큼 인본주의”라며, 그가 가진 특유의 재치로 기독교 신앙을 설명했다. 그러나 “제도화되고 사변화된 기독교”가 이러한 “단순한 진리를 잊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 감리교 예사랑교회 변영권 목사가 요한복음의 본문으로 말씀을 전하고 있다. ⓒ이신효

이어 변 목사는 요한복음의 본문 등장하는 베짜다의 병자가 가지고 있었던 기대가 오히려 본문의 분위기를 더 슬프게 한다고 해석했다. 38년 간 자신을 저 연못에 데려다 줄 사람을 기다리는 그 희망, 그러나 아무도 그를 연못에 데려가주지 않았던 사실이다.

“살아있지만 살아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 손을 내밀지만 아무도 붙잡아주지 않는 세상, 말을 걸지만 아무도 대꾸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예수가 그에게 말을 겁니다.”

이 말씀을 전하며 변 목사는 지금도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이 1년 동안 굴뚝에 올라 소리를 질러도, 천막에서 몇 년 씩 농성을 해도 우리 세상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 성범죄에 여성들이 죽어가고, 그 비명소리에 남자들은 귀를 귀울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변 목사는 며칠 전, 굴뚝위에서 농성하는 두 동지들의 “잘 지내고 있느냐”는 질문에 “잘 지낼 수 없다.”고 자답하며 “아직 우리 주변에는 베짜다 연못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갈파했다. 초자연적인 기적이 아니라 “아무도 그들의 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곳 우리가 있을” 때 베짜다 연못의 기적이 일어난다며, 청중들에게 행동하기를 촉구했다.

설교에 이어 성찬식은 정유은(불.한.당) 목사의 집례로 진행되었다. 추운 날씨와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은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으며, 예수의 몸과 피를 받아 먹으며 노동자들의 예수가 되기를 다짐했다.

▲ 박준호, 홍기탁 두 노동자가 굴뚝 위에 올라 농성한지 1년을 넘기고 있다. ⓒ이신효
▲ 파인텍 고공농성이 367일째를 맞이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신효

 

 

이신효  shinhyo1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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