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예능이 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산 외국인들이 고국에서 자신의 친구나 가족을 초청해서 함께 한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 포인트는 외국인이 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한국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냥 지나쳤을 한국의 여러 풍경, 문화가 외국인의 눈을 통해 다시 조명될 때, “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네.”, “아 이런 문화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는 공감을 이끌어 낸다. 무엇보다도 내가 사는 나라가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프로그램의 게스트들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이다. 안정된 직장과 보장된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로 이 땅에 왔다면, 난민의 신분이라면, 국제결혼으로 폭력적인 남편과 살아야 한다면 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TV 속에 나오는 풍경과 같게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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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원주에 위치한 한 화학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나 탱크에서 본드 작업을 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당했다. 그 지역에서 일하는 분에 의하면 이 공장에서는 이미 십여 년 전에 한국인 노동자가 같은 작업 과정 중에 목숨을 잃었다고 하며 그 이후 이주 노동자들을 투입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열악한 환경 상 한국인은 기피하였을 작업에 값싸고 쉽게 부릴 수 있는 이들이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본드를 칠하며 환각을 오가다 눈앞에서 번쩍이는 섬광을 봤을 때, 그들에게도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아름다움이 동일했을까?

가끔 우리 옆집 반지하 방에서는 욕설과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한 결혼이주 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는 때이다. 이 분은 ‘잘 살게 해주고 집에 돈도 보낼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을 믿고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게 되었는데, 한국에 와 보니 다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남편은 약간의 정신 장애를 앓고 있었고, 안정된 직장도 없는 상태였다. 여성분이 일을 해서 남편도 부양해야 하고 적게나마 고향 집으로 돈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편의 부모가 그래도 아들 결혼은 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돈을 써 결혼을 시킨 것인데 남편은 술 먹은 날 폭력의 강도가 더해지기 일쑤였다. 지속되는 폭력을 가만히 볼 수만은 없어 어느 날 티 나지 않게 도울 일이 없는지 여쭤보았다. 그분은 단호하게 말했다. 모른 척 해달라고. 자신은 여기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 여성에게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말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예멘 난민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사회를 볼 기회가 있었다. 난민들의 인권을 위해서 이미 10년 넘게 활동한 변호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놀라고 절망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난민에 관한 국제 협약에 가입되어 있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잘 만들어진 법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난민 인정률이 낮은 까닭은 법과 거리가 먼 엄격한 심사 때문이다. 이들 난민들 중 상당수는 전쟁을 피해 브로커에게 돈을 내고 고국을 떠나온 이들이다. 이들이 난민 인정을 받으려면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수백만 원의 변호사비를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아랍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변호사가 없기 때문에 통역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이 또한 이들이 지불해야 한다. 대부분 1심에서 기각이 되기 때문에 2심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거기에 또 변호사 추가 비용이 든다.

그렇지만 결국 대부분 기각된다. 입국 의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란다. 어떤 경우에는 판사가 “돈 벌려고 여기 왔냐?”고 묻는 말을 통역사가 제대로 통역해 주지 않아서 “네”라고 대답하여 기각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17년 기준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1.51%에 불과하다.(참고로 전 세계 난민 인정률은 24.1%, 엄격한 이민 정책을 시행하는 미국도 40%다.) 과연 이들에게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국은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한국이겠으나 누군가는 절망의 땅으로서 한국을 경험하게 된다. 값싼 노동력을 얻기 위해 이주민들이 입국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것처럼 하면서도 그들을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인류의 한 존재로서 인정하는 것을 부정하는 태도는 너무나도 이중적이다. 정부는 난민 인정에 대한 실제적인 제도들을 정비해야 하겠고 시민들은 난민포비아, 이주민포비아에서 벗어나야 한다. 몇 년 후면 분명 이 땅에도 지금 유럽에서 부는 극우민족주의의 광풍이 몰아닥칠 터인데 그때를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기독교인인 우리는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출 22:21)

전남병 소장(평화교회연구소)  peacechurch20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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