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일 장애인 교류 선교 세미나>가 지난 16일(월)부터 18일(수)까지 원주 명성수양관에서 개최되었다. 시각ㆍ청각ㆍ지체로 나누어 진행된 분과 토의, 장애인 선교에 대한 사례발표 등 다양한 토론을 거쳐 “교회 선교의 과제로서의 장애 선교”의 신학적인 근거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세미나였다.
일본 장애인 자립법, 장애인보다 대기업 이윤이 우선
 |
||
| ▲ 한일 장애인 교류 선교 세미나의 일본 JNCC 장해인 위원회 위원장으로 방한 한 나카무라 유스케 씨(좌)와 통역을 맡아준 후쿠토미 아스카 씨(우). ⓒ 이정훈 | ||
나카무라 위원장은 (예전에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한자도 잘 알 수 없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다. 주제 강연이나 분과 토의 시 그의 언변은 그가 앓고 있는 뇌병변 장애로 정확한 발음이 아니었음에도 예사롭지 않았고, 질문과 지적은 날카로웠다.
그는 최근 일본이 <장애인 자립법>을 실시하면서 일본 장애인들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를 만난 나카무라 위원장은 일본 장애인의 상황을 “세계화, 즉 초국적 자본주의의 횡포가 장애인의 삶을 버겁게 한다”는 한마디로 설명했다.
나카무라 위원장이 말하는 일본 장애인 자립법의 골자는 이렇다. 장애 정도에 따라 나누어진 장애 등급과 장애인들이 받아야 하는 세세한 서비스 항목들 중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면,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그 요금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즉 “식사, 화장실 이용, 목욕 등이 하나의 항목이 되어, 그 항목의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요금을 내야한다”고 나카무라 위원장은 설명했다.
그런데 “예전에는 이것을 정부가 제공했었는데, 이제는 민간 기업이 이것을 대행한다”며 안타까워한다. 그것도 “대기업이 이름까지 바꿔가며 지점 형식으로 운영한다”는 부분에서는 실망스러워 하는 눈치다.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가 상대편인 기업가에게는 자신들의 이익이 된다”며 한 숨을 내쉰다.
후퇴하는 일본 장애인 정책, 원인은 세계화
이런 저런 설명을 들으며 장애인의 사회복지 정책은 아시아의 최고라는 풍문으로 알고 있던 일본의 장애인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에 대해 나카무라 위원장도 동의했다. 이러한 장애인 복지 정책의 후퇴는 ‘세계화의 바람’이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며 비판하는 나카무라 위원장.
장애인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이러한 복지 정책을 후퇴시키는 원인으로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에 초점을 맞추어 말하는 나카무라 위원장의 발언은 예리했다.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과 자위대가 아닌 일본 군대를 꾸리려는 군사대국화의 움직임은 사회적 약자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결론이다.
“그 사회적 약자의 가운데 서 있는 장애인들도 더 이상 돌보아주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경제적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는 나 위원장의 사고. 이건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IMF를 거쳐 FTA까지. 사회적 약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세계화의 광풍은 한국 장애인들의 삶들을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한다.
▲ 최근 일본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 자립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
||
| ▲ 나카무라 위원장은 "일본
내에 양심적인 일본인들도 많다며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를 막는 일에 한국의 연대"를 부탁했다. ⓒ 이정훈 | ||
이제까지는 정부가 장애인들을 위해 서비스를 해준다고 해왔는데, 이제는 장애인들 스스로 어떤 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비용을 지불하라는 내용이다.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부담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장애 정도에 따라 서비스를 받았는데 이제는 경제력에 따라 서비스를 받도록 된 것입니다. 결국 장애인이 재산을 얼마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서비스를 받고 못 받고 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식사할 때, 화장실 갈 때, 목욕할 때나 그것이 다 서비스가 되는 것입니다.
▲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한국의 활동보조인과 같은 개념인가?
비슷하다. 예전에는 홈헬퍼라는 공기업 개념의 서비스 제공 회사가 있었다. 그런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도 적고 한정적이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의 숫자도 적었다. 이번 자립법이 통과되면서 민간회사가 이 부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 복지 사업도 이익에 따라 가는 것이 아닌가?
장애인 자립법이 통과되면서 새로운 회사가 많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까 이익 때문에 기업끼리 경쟁하는 것 같다. 제가 거주하는 아파트 1층에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 사업 회사가 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일본 내에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이런 쪽의 사업들이 성행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사업들에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이름을 바꿔 서비스 사업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름을 바꾸고 지점 형식으로 하고 있다. 결국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보다는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돈 있는 장애인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에서도 장애인 등급이 있다. 1~5급까지 등급을 나눠놓고 있는데, 등급을 결정하는 심사위원회가 있는데, 그 위원회는 주로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현장에 생활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잘 모른다. 그저 의학적인 기준에 근거해 등급을 결정해 그것에 맞지 않는 장애인들이 맞다.
▲ 한국에는 장애인 기초 생활보조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일본에도 있는가?
물론 일본에도 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한국에서는 금액이 등급에 따라 지방에는 차이가 없이 일괄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지방과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같은 장애 등급이라도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 오기 일주일 전 동경에서 장애인 모임이 하나 있었다. 17~18세 청소년의 어머니에 따르면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서비스 요금의 10%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비스 받을 항목이 자세하게 나누어져 있어 그 하나하나마다 요금을 내려고 하면 굉장한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 왜 이렇게 사회복지법이 후퇴한다고 생각하는가?
세계화의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세계화라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자본주의의 세계화 아니겠는가? 돈이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되고 없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특히 미국 군수 자본에 영향을 받고 있는 일본은 더욱 심하지 않겠는가?
요즘 일본의 세금 법 흐름을 보면 대기업에는 세금을 줄여주고 서민들에게는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추세이다. 금액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면, 예전에는 300만 엔 이하의 소득자들에게는 세금을 받지 않았는데, 이제는 200만 엔 이상의 소득자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300만 엔 정도면 일본에서 살기 힘들다.
전체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부담이 많아졌고, 많아지고 있다.
▲ 장애인 자립법 통과로 어려워진 장애인에 대한 대책은?
야스쿠니 문제처럼 로비활동도 하고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호의적인 국회의원들을 매주 만나 이야기도 하고 문서로 만들고 홍보도 하고 있다.
이 문제도 문제이지만 일본 상황이 많이 걱정이다. 아베 수상을 보면 잘 생긴 남자라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웃음) 그런데 위험하다.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북한 핵실험에 강경 자세를 취하면서, 자위대가 아닌 일본 군대를 가지려는 의도이다.
우리 장해자와 교회문제위원회는 JNCC 산하 선교봉사위원회에 속해져 있다. JNCC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선교봉사위원회는 평화헌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에 대해 저항하고 다른 국가를 침략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번 JNCC 주제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우리를 보내소서”이다. 바로 이러한 일본 내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가지고 더욱 우경화와 군사대국화 경향을 가속화 시키려고 하는데, 내가 볼 때 일본이 2차 대전 때 똑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았나? 더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나? 일본 자신의 반성 없이 북한만 윽박지르는 것이다.
이 인터뷰가 기사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일본 내에 양심적인 일본인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같이 연대도 부탁한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