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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408일을 넘겼다종교시민사회단체, 파인텍 문재해결 위해 희망버스 등 향후 대책 발표
윤병희 | 승인 2018.12.26 02:27

결국 408일을 넘기고 말았다. 408일 넘어 409일째 날은 성탄절이었다. 하늘 아래 굴뚝 위에서 408일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염원은 간단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준호ㆍ홍기탁 파인텍 두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25일로 사상 최장기 기록을 갖게 되었다. 하루 하루가 기록 갱신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 하고 있다.

성직자들과 의료진들, 두 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굴뚝에 오르다

성탄절 오후2시, 나승구 신부(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빈민사목위원장)와 이동환 목사(파인텍 개신교 대책위원회, 평화교회 연구소)가 굴뚝 위로 올라가 박준호·홍기탁 두 노동자와 성탄예배를 함께하는 일을 성사시켰다. 또한 두 노동자들의 건강검진을 위해 최규진 의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지민 의사(청년의사회) 그리고 심희준 한의사(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가 함께 했다. 이들 중 최규진 의사와 심희준 한의사가 긴급하게 함께 올라가 두 노동자의 건강을 확인했다.

▲ 나승권 신부와 이동환 목사, 최규진 의사와 심희준 한의사가 박준호·홍기탁 두 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굴뚝에 오르기 전 굴뚝 아래에서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종교시민사회를 대표해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나승권 신부, NCCK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 그리고 송경동 시인이 차광호 파이텍 지회장과 동조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래군 소장을 발언을 하고 있다. ⓒ윤병희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 성직자와 의료진들을 굴뚝 위에 올려보내고 75m 창공에서 위로와 연대의 굴뚝방문 성탄기도회를 진행한 것이다. 굴뚝 아래에 모인 이들은 휴대폰으로 전송된 음성을 들으며 기도회에 동참했다. 특히 나승구 신부와 이동환 목사가 두 노동자와 함께 성탄기도회를 집전했다.

현재 8일째 단식을 이어오고 있는 NCCK 인권센터 박승렬 목사와 나승구 신부가 성직자로서 굴뚝 위 고공방문단으로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박승렬 목사에 대한 건강상태를 걱정하며 만류하자 박승렬 목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박승렬 목사 대신 이동환 목사가 고공방문단 일원으로 정해져 굴뚝 위로 향한 것이다.

의료진들과 성직자들이 고공으로 오르기 전, 119 안전요원들은 이들 4명에게 헬멧과 안전의복을 착용하게 하고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굴뚝 위로 오르는 것은 예상보다 위험 수위가 높다는 것이다. 두 노동자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굴뚝 위로 오르기 전 최규진 의사는 발언을 통해 “세계 역사상 있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저 분들의 건강을 감히 예상키가 쉽지 않다.”며 “최대한 진찰을 해보고 우리들의 아픔을 의사로서 잘 나누고 내려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세주가 필요한 지금 한국사회

최규진 의사와 심희준 한의사 그리고 나승구 신부와 이동환 목사가 두 노동자를 방문하기 위해 올라가는 동안 굴뚝 아래에서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기자회견은 녹생병원 양길승 전 이사장의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양 전 이사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을 맞아야 하는 마음에 참담”하다며, “이번에 올라가시는 분들이 위에 계신 분들의 건강과 정신적 안녕을 바라고 계시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고 해 참석자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어 종교시민사회를 대표해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은 “저희는 큰 거 바라지 않고 있다.”며 “고용승계를 비롯한 2015년의 약속을 제대로 충실히 지켜라, 그 약속 하나면 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소장은 “그 약속조차 못 지킨다면 사실 어떻게 우리사회에서 노동을 이야기할 수 있고,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한국사회의 노동인권현실을 지적했다.

기자회견이 마쳐갈 즈음 두 노동자를 방문했던 성직자들과 의료진들, 굴뚝 아래에 모인 참석자들과 현장 예배가 시작되었다. 굴뚝 위에서 진행된 현장예배에서 강독을 맡은 나승구 신부는 “이 시대의 가난한 이들, 차별받는 이들, 억압받는 이들, 소수자들이 과연 제대로 대접받고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며 여전히 노동문제에 무관심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어 나 신부는 “우리 사회에 구세주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곳을, 있을 곳을 마련해준다면 그것이 바로 성탄의 진정한 의미”라고 해 참석자들에게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마지막으로 나 신부는 “이들(두 노동자)이 온전한 마음으로 무사히 땅을 밟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살아가는 그러한 세상을 위해 함께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할 것을 촉구했다.

파인텍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나 신부의 강독에 이어 박준호·홍기탁 두 노동자의 발언이 진행되었다. 먼저 박준호 씨는 오랜 굴뚝 고공농성으로 기운이 많이 빠진듯 짧게 발언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박준호 씨는 “함께해주시는 분들 힘 받아서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고 다짐해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박준호 씨에 이어 홍기탁 씨는 “2018년이 저물고 있다.”고 인사를 전한 후 “올해의 첫 출발이 이재용이 구치소에서 나오는 순간, 절망이었다.”며 한국사회 모순적인 노동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그 출발부터 반노동이었고 그것은 곧 친재벌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홍기탁 씨는 “이재용의 삼성이 벌인 불법적인 회계조작이 언론에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은 노동악법을 만들어 재벌의 잇속을 채워주고 있다.”며 “한국사회는 노동자민중에게 절망 그 자체”라고 개탄했다. 계속해서 “저희들은 노동악법 철폐하라, 헬조선 악의 축을 해체하라, 이 요구들을 자신 있게 내걸고 힘차게 싸우겠다.”며 이들 두 노동자들의 싸움이 단순한 싸움이 아님을 강변했다.

두 노동자들의 건강은 위험 상황, 속히 내려올 수 있도록

고공성탄현장예배가 마친 후 지상으로 내려온 의료진들이 두 노동자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간략한 보고가 있었다. 최규진 의사는 먼저 “어떻게 409일을 버티셨는지 의학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건강을 검진한다는 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두 분 검진을 위해 청진기를 가슴에 대보니 뼈밖에 남아있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 차광호 파이텍 지회장과 함께 동조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송경동 시인이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윤병희

또한 “지금 활력징후가 너무 안 좋다. 혈압, 혈당도 너무 낮다. 저 상황에서 스스로 건강하다고 호소하시는 것 자체가 의료진으로서 너무 불안하고, 당장 모시고 내려와서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두 노동자의 건강상황이 위험한 상황임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규진 의사는 “저 분들이 제대로 건강검진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이 농성이 더 장기화될 경우 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이 초래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어 심희준 한의사는 “안에 올라가보니 올라간 저희 네 명 포함해서 여섯 명, 마주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안 된다.”며 “주무실 때에도 다리를 제대로 펴거나 누워서 돌아누울 수 있는 공간도 안 된다.”고 해 고공농성장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심희준 한의사는 더 많은 말들을 하고 싶었음에도 “저는 이 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라며 말을 줄여 힘든 상황을 대변하는듯 했다.

또 다시 시작되는 노동자들을 위한 희망버스

의료진들의 보고가 있은 후 종교시민사회를 대표해 동조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송경동 시인은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파인텍 투쟁이 성탄절을 기해 409일로 넘어가면서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송 시인은 성탄절 저녁7시 개신교기도회가 예정되어 있으며, 26일(수)에 금속노조 파인텍지회결의대회, 연말까지 국제공조 공문 발송, 그리고 12월29일(토)을 ‘노동인권사수의 날’로 정하고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가동할 예정임을 알렸다.

한진중공업 사태로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갔던 김진숙 위원장을 위해 마련되었던 희망버스가 노동자들을 위해 두 번째로 가동될 예정이다. 최저임금문제와 탄력근로제에 이어 한국사회에 다시 한번 노동문제가 전면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다시금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성탄절을 맞아 진행된 기자회견과 고공현장예배에 앞서 굴뚝 아래에 모인 참석들은 박준호ㆍ홍기탁 두 노동자에게 줄 선물꾸러미를 들고왔다. 선물꾸러미는 굴뚝 위에서 늘어뜨린 밧줄에 매달아 올려보냈다. 성탄절의 참 의미를 되새기는 장면이기도 했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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