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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노동자들의 죽음의 일상화 방지책 마련 촉구현대제철 고 이재복 씨 사망 사건 규탄 기자회견 열어
이정훈 | 승인 2019.03.06 23:19

지난달 20일 오후 5시20분 경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원료 이송 시설에서 현장 정비 작업 중이던 외주업체 직원인 이재복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안전 개념 자체가 실종된 사회의 비극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소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근무하던 김용균 씨 사망 사건이 발생한지 2달여만에 또 다시 발생해 안전불감증을 넘어 안전 개념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3월6일 오후1시 서초구 현대제철 본사 앞에서 종교계도 안전 개념이 실종된 기업과 사회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더했다. NCCK정의평화위원회·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등 종교계가 “현대제철 故 이재복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에 대한 3개 종교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이다.

▲ NCCK정의평화위원회·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등 종교계가 “현대제철 故 이재복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에 대한 3개 종교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치 마련을 촉구했다. .ⓒNCCK 제공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유족·노동자에게 사죄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에 진상조사단을 꾸려 관련자 처벌과 함께 ‘위험의 외주화’를 끝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미산만큼 높은 과보를 어찌하려는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각 종단 노동 관련 위원들의 분노와 안타까운 목소리로 가득찼다.

먼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 부위원장 지몽 스님은 “불교에서 생명의 존귀함은 그 어떤 가치와도 비견할 수 없기에 36명의 노동자가 같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음에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 현대그룹의 과보는 수미산만큼 높을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모든 사건의 책임을 노동자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된 기업을 향해 정조준한 것이다.

이어 지몽 스님은 “비상식적인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고, 여전히 거듭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두 번째 발언을 맡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한국에서 연간 산업재해로 인해 1900명이 사망한다”며 “그 중에서도 현대제철은 2017년 노동계가 선정한 최고의 ‘살인기업’의 오명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내 형제 자매, 부모 혹은 자식, 우리의 이웃이 일하다 죽을 수도 있는 사회는 지속될 수 없다.”며 “정부와 기업은 적어도 사고의 재발과 죽음은 막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가로막는 모든 것들에 저항할 것

개신교계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목사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원-하청노동자 간 차별이 심한 사업장’이라고 지적”한 곳이라고 하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다. 사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곳임을 애둘러 표현한 것이다.

또한 최 위원장은 “한국사회에서 산업재해(는) … 매년 세월호 희생자의 여섯 배가 넘는 1,800-2,000명에 달한다”며 “매일 5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는 일터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의 죽음의 일상화를 적나라 하게 언급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고, 자신의 삶의 보람을 맛볼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그것을 가로막는 관습과 제도들을 바꾸기 위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끊임없이 기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기업이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억울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대참사가 없도록 하려면 살인기업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른바 ‘살인기업 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중한 처벌 촉구

이날 기자회견은 “생명을 집어삼켜 돈을 토해내는 죽음의 공장을 당장 멈춰라”는 호소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참석자들은 이 호소문을 통해 먼저 “우리 종교인들은 생명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비상식적인 사회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람의 목숨을 비용절감과 이윤추구의 도구로 삼고 함부로 대하는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경제질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호소문은 마지막으로 ▲ 현대제철은 유족과 노동자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죄인 된 심정으로 사고 수습과 진상규명,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 ▲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의 생명을 집어삼켜 돈을 토해내는 죽음의 공장을 멈추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차별을 단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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