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복음서는 기독교가 잃어버린 비밀의 복음서이다. 흔히 이 복음서는 마가복음서보다 앞서 있었던 “최초의 복음서”(The First Gospel)로 간주된다. 이 복음서의 존재에 관해서는 신학자들 사이에 주로 거론되어 왔지만 2008년 도올 김용옥이 『큐(Q)복음서』라는 저서를 출판함으로 말미암아 기독교 신학자들을 넘어서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김용옥, 2008). Q복음서 연구는 기독교의 기원과 역사적 예수를 추적함에 있어 중요한 사료가 된다는 점에서 기독교 신학에 있어서나 서구문명사에 있어서나 지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성신학자들의 Q복음서 연구 시작

기독교의 기원을 결정하는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여성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Q복음서 연구의 역사는 200년을 훌쩍 뛰어넘지만(Q복음서 연구사에 관해서는 김명수, 1999: 35-64; 김재현, 2009: 23-61 참조) 여성들의 Q복음서 연구는 대략 1980년대를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시도되었다.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여성주의적 Q 연구가들은 남성 연구가들이 포착하지 못한 부분을 밝혀내며, 원시 기독교 여성들의 삶과 활동상에 대해서 새로운 빛을 비춰주고 있다.

아래의 글에서는 피오렌자(Fiorenza), 쇼트로프(Schottroff), 베이튼(Batten), 콜리(Corley), 레빈(Levine)이라는 다섯 명의 서구 여성주의 Q 해석자들을 중심으로 현재까지의 Q에 대한 여성주의적 해석의 주요한 쟁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Q복음서에서 소피아-하나님 및 소피아의 예언자/메신저로서의 예수에 관해서는 피오렌자를, Q복음서의 가부장제 비판과 남성중심적 언어의 문제에 관해서는 쇼트로프를, Q복음서의 평등 제자직에 관해서는 베이튼과 콜리를, 그리고 Q복음서의 전승층위에 대한 고찰에 관해서는 레빈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이 다섯 명의 여성주의 Q 연구가들 외에도 로스차일드(Rothschild)(2005)와 같은 여성 Q 연구가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로스차일드는 저서는 여성주의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기에 이 글에서는 배제되었다.

피오렌자, 하나님의 여성성과 소피아의 발견

여성들이 Q복음서의 본문을 여성신학의 시각에서 해석하면서 가장 깊은 관심을 기울인 주제 가운데 하나는 Q복음서에 등장하는 “소피아”(ἡ σοφια, 지혜)의 존재이다. Q복음서에는 소피아가 두 번 등장한다(Q7:35; Q11:49). 국제 Q 프로젝트(IQP)에 의해서 복원된 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또한 소피아(지혜)가 말씀하셨다. “내가 그들에게로 예언자들과 지혜자들을 보내겠다. 그런데 그들이 그들 중에서 몇 명을 죽이고 박해할 것이다.”(Q11:49)

피오렌자는 소피아가 Q복음서의 하나님 이해와 예수 이해에 있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녀에 따르면 Q복음서의 하나님은 소피아를 통해서만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 소피아 전통은 기독교 이전의 유대교 지혜문학과 묵시문학에서도 존재했었는데, 소피아는 그곳에서 창조 때부터 하나님 옆에서 하나님을 도왔던 존재이자 하나님과 공생하는 존재(symbiosis), 그리고 하나님의 선함의 이미지로 묘사된다(Fiorenza, 1983: 133).

▲ 여성신학자로는 처음으로 Q복음서를 연구해 선도적인 자리에 있는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 교수 ⓒGetty Image

Q복음서의 하나님은 이러한 여성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피오렌자는 Q복음서의 하나님을 의로운 자들과 죄인들에게 동일하게 햇빛과 비를 주시는 “은혜로운 선하심의 하나님”으로 이해한다(Q6:35). 하나님의 이러한 은혜롭고 선한 성품은 소피아라는 “여성의 형태”(female Gestalt)를 통해서만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Fiorenza, 1983: 131-132).

피오렌자는 Q복음서의 하나님이, 즉 Q복음서에서 예수가 섬겼던 하나님이 여성 형태인 소피아-하나님(The Sophia-G*d)이라는 사실을 계속 강조한다(Fiorenza, 1994: 139-141). 피오렌자의 G*d은 류터(R. Luether)의 God/ess처럼 기존의 정형화된 하나님 이름을 극복하기 위한 조어이다. 소피아 하나님이라고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피오렌자가 말하는 소피아 하나님은 유대-기독교 전통에 낯선 다른 존재가 아니라 “신적인 여성 지혜의 형태와 모습 속에 있는 이스라엘의 하나님”(Israel's G*d in the Gestalt and the figure of Divine Woman Wisdom)이라는 점이다(Fiorenza, 1994: 140). 예수의 하나님인 소피아가 여성적 형태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드러내는 구절이 Q13:34-35이다. 피오렌자는 Q13:34에 나타나는 예루살렘에 대한 탄식의 본문을 소피아론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Q13:34의 본문은 다음과 같다.

피오렌자는 이 말씀의 화자가 “소피아”라는 점을 강조한다(Fiorenza, 1998: 248). 이 본문은 위에서 언급한 Q11:49과 연결된다. 로빈슨(Robinson)은 Q의 본문을 복원하면서 Q13:34절이 Q11:51에 곧바로 이어져 있다고 주장했다(Robinson, 2005: 567-587). 로빈슨의 주장이 옳다면 Q13:34-35의 화자는 소피아가 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소피아-예수의 사역이 “암탉이 그 날개 아래로 제 새끼를 모으는” 행위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본문은 소피아와 예수의 사역을 암탉이라는 여성적인 은유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소피아 예수

피오렌자에 따르면 Q복음서에서 예수의 의미 역시 소피아와 관련해서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 피오렌자는 예수를 소피아의 자녀들 혹은 소피아가 파송한 메신저들 중 한 사람으로 이해한다. 예수의 삶과 죽음도 역시 소피아의 메신저들의 운명이라는 관점에서 파악된다.

그래서 피오렌자는 최초의 기독교 신학이 그리스도론(Christology)이 아니라 소피아론(Sophialogy)이라고 주장한다(Fiorenza, 1983: 134). 이 말은 원시 기독교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이해하기 이전에 소피아로 이해하려고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 예수나 Q복음서의 입장은 예수가 소피아 자신이라기 보다는 소피아의 예언자나 메신저라는 것이었다(Fiorenza, 1994: 142).

그러나 예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예수는 소피아의 메신저/예언자일 뿐 아니라 소피아 그 자신으로 높아진다. 즉 예수는 지혜 그 자신임(Weisheit selbst)과 동시에 지혜의 담지자(Träger der Weisheit)로 여겨진다(F. Christ, 1970: 73; C. M. Deutsch, 1996: 42-80 참조). 이 예수가 사람의 아들로, 그리스도로, 하나님의 아들로, 그리고 하나님 자신으로 발전해 가는 것은 그리스도론의 긴 발달과정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소피아의 자녀들과 하나님의 나라

Q복음서에서 예수가 소피아의 예언자/메신저였다는 사실은 Q복음서의 핵심을 여성신학적으로 다시 사유하도록 이끈다. 피오렌자의 제자인 존슨-드바우프러(Johnson-DeBaufre)는 Q복음서가 “소피아의 자녀들”(메신저/예언자)과 “하나님의 나라”라는 두 개의 공통적인 이미지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Johnson-DeBaufre, 2005: 1-2). 사실상 이 두 가지는 타원의 두 초점과 같이 Q복음서의 핵심이다.

▲ 스승 엘라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의 이론을 이어받아 Q복음서에서 소피아, 즉 지혜담론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 드류대학교의 존슨-드바우프러(Johnson-DeBaufre) 교수 ⓒGetty Image

존슨-드바우프러는 피오렌자의 주장이 가진 함의를 더욱 급진적인 방식으로 밀어붙인다. 존슨-드바우프러는 예수를 중심에서 주변부로 밀어낸다. 즉, “예수를 독특하고 유일하게 중요한 분이라기 보다는 소피아의 많은 자녀들 가운데 한 분”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Johnson-DeBaufre, 2005: 2).

그리고 그녀는 Q에서 중요한 것은 예수 개인이 아니라 소피아의 아이들이라는 여성들이 구성원으로 포함된 “민중의 집단적인 정체성”을 강조하고자 한다(Johnson-DeBaufre, 2). Q복음서에서 예수의 중심성을 외부로 밀어내려는 드바우프러의 시도는 남성 Q 연구가들에게는 지나치게 대범한 주장으로 여겨졌다.

Q복음서에 나타난 소피아 연구의 한계

피오렌자와 존슨-드바우프러를 중심으로 개진된 바 Q복음서의 하나님을 하나님의 여성 형태인 소피아와 연관시키는 작업, 그리고 Q복음서의 예수를 소피아의 예언자/메신저로 해석하는 작업은 남성 Q연구가들이 발견하지 못한 여성신학적 Q복음서 해석의 커다란 공헌이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에는 아직도 여러 가지 난관이 있다. 피오렌자의 주장이 극복해야 하는 난점은 Q복음서에서 소피아가 비중있게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 소수의 소피아 본문 마저도 Q복음서의 비교적 후기 편집층위에 속한다는 것이다.

Q복음서에는 아버지, 아들, 형제와 같은 남성중심적 언어들이 소피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Q3:22; Q4:3,9; Q6:22, 35,36,41,42; Q9:59; Q10:6,21-22; Q11:211-13; Q12:6, 10, 30등). 이 점에 대해서 피오렌자는 최초의 예수 전승은 소피아를 주축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아버지-아들-로고스를 중심으로 하는 가부장적 가정과 지혜학파의 아버지/아들의 전승관계 속으로 이동했다고 변호할 것이다(Fiorenza, 1998: 253 참고).

그러나 최근의 Q복음서에 대한 층위학적 연구에 따르면 소피아 논의는 Q의 초기 층위(Q1)에 속한다기 보다는 후기 층위에 속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Q2 혹은 Q3)(Kloppenborg, 1988; Allison, 1996: 1-66). 피오렌자의 주장과 달리 Q복음서에서 소피아 담론은 후기의 편집층위에 속하는 것이다.

Q복음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변호서였다

피오렌자의 소피아론에 대한 또 다른 강력한 비판은 같은 여성주의 성서해석자인 쇼트로프에 의해 제기되었다. 쇼트로프는 피오렌자를 위시한 여성신학자들의 소피아와 지혜전통에 대해 몰입하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Q복음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을 위한 말씀들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 독일 사회사적 성서해석을 이끌고 있는 여성신학자 루이제 쇼트로프 교수. 그는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 교수의 Q복음서의 지혜론적 성격을 거부하고 가난한 자들을 위한 Q복음서의 성격을 주장했다. ⓒGetty Image

이러한 비판의 배후에는 지혜 전통이 이스라엘 남성 엘리트들의 전유물이고 아버지와 아들에 의해서 전달되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Q복음서를 해석하기 이전에도 Q복음서의 본문들을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음”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해 온(Schottroff, 1978: 39-66) 쇼트로프의 입장과 대치되는 것이다.

쇼트로프는 자신의 입장의 근거로 Q10:21을 언급한다.

이 구절에서 Q복음서의 말씀은 “지혜롭고 슬기로운 자들”이 아니라 “어린아이들”(νηπίοι)의 편을 든다. 쇼트로프는 이 말씀에서 어린아이들을 가난하며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로 해석한다. 그래서 쇼트로프는 Q복음서가 지혜롭고 슬기로운 자들을 비판하고 가난한 자들과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의 편에 서 있다고 주장한다.

쇼트로프는 “지혜성찰이 이스라엘의 엘리트남성 집단에 익숙”한 것이기 때문에 소피아의 흔적에 대한 성찰이 여성해방 신학의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혜 전승과 결합하려고 하는 여성주의 영성이 가난한 사람들과 결합하는 여성주의 영성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피오렌자는 “가난한 자의 복음”과 “여성의 복음”(Frauenevangelium)의 대립이라는 쇼트로프의 구도에 대해서 재반박한다. 그녀는 쇼트로프가 서로 얽혀 있는 지혜 담론과 묵시 담론을 지나치게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 그리고 엘리트적 지혜 뿐 아니라 ‘민속 지혜’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Fiorenza, 1998: 256-258).

Q복음서의 소피아론을 놓고 벌어진 피오렌자와 쇼트로프의 논쟁은 Q복음서를 보는 근본적인 두 관점, 즉 Q복음서를 지혜전통으로부터 출발한 문헌으로 볼 것인가 혹은 Q복음서를 예언 전통으로부터 유래한 문헌으로 볼 것인가의 결정적인 대립과 연관되어 있다.

김재현 교수(계명대)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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