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csci@naver.com)

[교회의 날] 기자회견 기사를 보고나서 교회의 날 홈페이지에 찾아가 보니 자세한 설명도 있고 게시판도 있군요.

1. 제목의 정체성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봅니다.

우선, [독일 ‘교회의 날’을 중요한 사례로 여기지만, 한국교회와 독일교회 사이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차용할 수는 없다.]라고 전제하면서 도메인 이름은 http://kirchentag.or.kr/ 라고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뭔가 앞뒤가 안맞는 것 같습니다. 내용은 달라지지만 껍데기는 그대로 차용한다는 말인가요? 내용이 다르다면서도 '교회의 날'이라든가 'kirchentag' 같은 용어들을 그대로 쓰는 것에 대해서는 어쩐지 마케팅을 위한 소도구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독일 'Kirchen Tag'은 흔히 '평신도 중심의 대회'라고 합니다. 그 정신이 다르다는 것인지, 정신은 같지만 형식과 내용은 다르다든지 아니라면,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지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의 ‘교회의 날’은 역사적으로 뜻있는 때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하나님의 뜻을 역사 속에서, 교회 안에서 거스른 죄를 식별하여 죄책 고백을 하고, 시대 징조를 분별하여(마태16,3)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마태5,13-16)이 되는 길을 모색하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이루신 하나님의 구원 활동을 나누며,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를 다양한 방식으로 감사드리며, 하나님 앞에 새롭게 결단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 특히 평신도ㆍ 여성ㆍ 청년들의 예배, 성서연구, 신학세미나, 사귐, 선교 나눔, 대화, 문화잔치의 날이다.]

이 내용과 독일 교회의 날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부분적으로 차용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편견인가요? 뉴스앤조이의 기자도 "독일교회 축제 차용"이라고 써놓았더군요.

혹시 포장이란 그냥 번지르하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모르지만, 대회의 이름이나 홍보를 위한 도메인 때문에 갖게 되는 선입견을 무시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달리 본다면, 대회의 정체성에 대한 충분한 생각이나 그에 대한 의견 나눔이 모자란 채로 대회를 위해 급박하게 이루어진 조직이란 의심까지 하게 됩니다. 보수진영에서 개최하는 성서한국대회에 대한 비판이 심지어 파쇼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는 판에, 교회의 날에 대해서는 어떤 표현으로 비판이 가해질까 기대(?)합니다.

2. 방향에 대해서..

홈페이지에 정리된 내용을 보면, 1) 과거사 청산/2) 교회의 사회적 책임/3) 기독교 문화잔치/4) 선교 나눔, 여기까지는 매우 좋습니다.

그런데, 5) 시민사회 단체와 이웃 종교의 참여라는 부분에서 [기독교만의잔치나 행사가 아닌, 다른 시민사회 단체와 이웃종교들과 일정 부분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기자회견에서는 '한기총과는 대립각을 세울 필요도 있다'고 말한 것은 뭔가요?

이 발언은 조직위원회의 공식적인 발언인지 아니면 발언자의 개인적인 입장인지 궁금합니다. 앞 부분은 홈페이지에 있는 부분이므로 분명히 정리된 공식입장이라고 이해됩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의 발언은 즉흥적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발언자나 조직위의 해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언급하자면, 6) 평신도ㆍ 여성ㆍ 청년 중심이라 하면서 <‘교회의 날’은 평신도 중심으로 하되 준비과정에는 평신도ㆍ 여성ㆍ 청년과 목회자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함은 구호뿐인 것 같습니다.

드러난 조직의 면면을 봅시다.

▲ 자문위원 : 백도웅 KNCC총무, 윤경노 한성대총장, 윤길수 기장 총무,
                          조성기 예장통합 사무총장
▲ 공동조직위원장
      곽라분이(여신학자협의회공동대표)  김동한(정의평화기독인연대공동대표)
      김경남(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문대골(NCCK 교회와 사회위원장)
      박노숙(기독여민회 회장)  박득훈(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윤석민(EYC 회장)  이근복(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공동의장)
▲ 운영위원회 : 교회의 날 참여교회와 기관 / 단체 대표자
▲ 집행위원회 : 참여 교회, 기관, 단체의 실무책임자
▲ 집행위원장 : 김종원(새민족교회)
▲ 사무국장 : 정석태

조직위원장이란 자리는 한 명이면 되는데 여덟명이라, 예우 차원인지, 자리 나눠먹기 하는지 몰라도 기존의 다른 교계대회의 조직 성분과 별다를 것 없어보입니다. 공동조직위원장 중에는 기자회견에도 안 나온 분도 계시더군요. 실무적인 봉사를 평신도들 위주로 하는 대회라서 평신도 중심인가요?

대회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못해서 미안합니다만, 좀 더 나은 대회를 위해서 심사숙고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좀 심하게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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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교회의 날' 조직위 홈페이지에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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