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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숨어있는 가치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0.01.12 16:50
그러므로 나는 사람이 자기 일을 기뻐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알았다. 그것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 그의 뒤에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누가 그를 데려와 보여주겠는가?(전도서 3,22)

현재 코헬렛(전도서)은 의미 없다고 하는 세상에서 의미를 찾고 죽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존재의 용기와 기쁨을 찾는 책입니다. 무엇이 존재와 삶을 ‘헛되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일까요? 시간과 공간과 능력 면에서 경험하는 한계, 곧 ‘세계 안의 존재’라는 존재조건이 모든 것에서 의미를 앗아갑니다.

그럴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요? 코헬렛은 이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들을 할 때마다 아픈 일이지만 좌절을 겪습니다. 하지만 좌절이 그의 시도를 멈추게 하지 못합니다. 묻고 또 묻고 찾고 또 찾는 이 과정이 바로 사람의 길일까요?

거대한 한계의 벽 앞에서도 위축되거나 물러나지 않고 그것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 그에게 존재의 한계는 한계가 아닙니다. 질문에 답하지 않는 또는 못하는 그 '한계'는 더이상 한계일 수 없습니다. 단지 폭력적일 뿐입니다.

코헬렛은 한계와의 싸움에서 존재를 긍정케 하는 요소를 발견합니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너무나 평범한 사실에서 찾기에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마저 듭니다. 다름 아닌 ‘일하는 사람’에게서입니다. 실제에서 일은 다양하고 일의 강도가 다르고 일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보상에 차별이 있습니다. 코헬렛이 이를 모르거나 무시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사람이 일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사람의 가장 중요한 특성들 가운데 하나로 파악합니다. 그는 일이 사람에게 할당된 몫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사람의 존재이유를 일에서 찾는 창조신학이 담겨 있습니다.

창세기 2-3장에 따르면 사람의 일이 고생스럽게 된 이유는 사람 자신에게 있고, 고생과 고통이 일의 의미를  반감시켜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코헬렛은 바로 그 일에서 모든 허무와 헛됨을 넘어설 계기를 발견합니다. 일은 자기 실현의 과정이고, 고생과 고통은 그것을 더욱 값지게 만듭니다.

일은 자기 속에 숨어있는 가치를 형상화하는 행위입니다. 그 의미를 퇴락시키키 박탈하는 것은 고생과 고통 자체가 아니라  일의 결과를 수탈해가는 사회경제체제입니다. 이때문에 일하는 자가 자기 일의 결과를 온전히 누릴 때 이것이 성서가 말하는 평화 사회입니다(사 65,21-23).

일의 의미가 본래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관점에서 코헬렛의 말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기 일의 결과를 누리는 것도 본래 인간의 몫일 것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일하고 그 결과를 다 누리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자신의 먹거리를 위해 사람이 일하게 하지 않으셨습니다(창 2장).
 
이러한 일의 의미를 회복할 때 고생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존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살아 있어 빛의 찬란함을 눈에 담고 그 찬란함에 생을 내어 맡기는 즐거움입니다. 헛됨이  깃들 수 없는 충만한 생입니다.

모든 고통과 고달픔, 모든 헛됨과 허무를 넘어서는 생의 충만함을 누리는 오늘이기를. 일에 지치지 않고 일에서 자기실현의 모습을 보고 일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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