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심판과 재앙에 관한 말씀들이 많습니다. 정말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본문의 하나님 이해에도 더 잘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할 수 있어서 이렇게 묻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이지만, 하나님은 처음부터 사람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셨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사람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시는지 알려줍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사람이 그의 명령을 어길 수 있는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선택과 결정은 전적으로 ‘도덕적’ 의지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환경의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은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의지와 환경이 충돌하는 경우 어떤 선택이 이루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환경의 요구 내지 유혹에 기꺼이 도덕적 의지를 접지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니 사람은 처음부터 문제(?)를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님의 심판은 불합리 하게 보이기도 한다. ⓒGetty Image

이러한 문제점은 하나님과 사람의 역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하나님은 은총의 하나님이시고자 하지만 그 뜻은 늘 배반당하고, 사람은 선을 원하지만 자주 그에 어긋나는 선택을 합니다. 이 때문에 하나님과 사람은 심판과 재앙의 자리에서 만나게 되고, 성서는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심판을 선언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렇다 해도 하나님의 속내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과 생명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십니다. 자비를 베푸시기 원하십니다. 참고 또 참으십니다. 사람에게 새하늘과 새땅을 열어주고 싶어 하십니다.

사람들 가운데 그의 나라를 세우고 사랑하며 정의와 평화를 누리게 하고 싶어 하십니다. 심판선언도 이러한 세상을 꿈꾸게 하고 그 세상으로 초대하기 위한 하나님의 노력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그릇됨을 기계적으로 심판하고 징계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는 것을 아파하십니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음을 괴로워 하십니다. 그의 아들을 내줘서라도 사람과의 관계가 바로 된다면 아낌없이 내주십니다.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하나님은 온마음으로 그에게 돌아와 나눠지지 않은 마음으로 그 사랑 안에서 살라고 권고하십니다. 의지와 선택의 갈등이 있을 수 없는 마음과 삶입니다. 이 마음이 사람에게 가능할까요?

그동안 이 마음을 나눠갖던 모든 것들을 울음과 애통 속에 다 씻어버리면 가능할 것입니다. 욕심을 매개로 우리 마음을 차지하고 우리를 하나님과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던 것들을 우리 마음에서 모두 찢어내는 일입니다. 티없이 순전한 마음으로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더불어 사는 평화의 삶이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심판선언에 숨어있는 이 계획을 보고 우리 마음이  찢어지고 온 마음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이 사랑에 마음이 맑아지고 새 꿈을 품는 오늘이기를. 답답하고 분노케 하는 일들 앞에서 좌절하기 보다는 새힘을 얻고 불평하기 보다는 새마음 되어 그 일들을 당당하게 이기고 즐거워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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