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기도와 연관지어 볼 때는 어떤가? 기도는 어떻게 괴사가 되는가? 여기서 그리스도의 혁명은 무엇인가?

답: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해야겠다. 예수의 말씀에 의하면 세 가지 형태의 기도의 변질이 있다.

기도란 하나님과의 관계의 핵심이요, 상징이다. 기도가 변질되면 언제나 종교가 하나님을 대시한다. 기도에서 이런 변질은 아주 특별하게 표현된다. 이에 따라 두 가지 유형의 기도가 있다. 즉 종교에 속한 기도와 하나님 나라에 속한 기도가 그것이다. 종교에 속한 기도란 또 다시 율법의 행위이다. 우리가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우리는 기도를 해야 한다. 기도란 경건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관심사를 위해서, 또 안팎의 모든 곤경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도 기꺼이 기도한다. 그러나 기도는 때때로 다만 의무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기도는 보여져야만 한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알려져야만 한다. 기도는 그것을 통해서 어떤 일이 “종교적”이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형식임에 틀림없다. 기도가 없다면 그 일은 “세속적”으로, 순수하게 비종교적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는다.” 기도는 심각한 외식(Veräußerlichung)으로 전락하고, 종교적 형식이 되고, 또한 예수께서 보시기에 “위선”이요, 연극인 모든 종교적 형식주의의 주된 요소가 된다.

예수에게 있어서 기도 역시 율법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코 행위나 업적이나 신학이 말하듯 은혜를 가져오는 행위(opus operatum)가 아니다. 기도는 은혜요 기쁨이며, 하나님의 산 위에서 취하는 영혼의 호흡이다. 기도는 하나님의 명령이 아니요 허락이며, 당위가 아니라 권리이며, 아버지에게 하는 자녀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자녀의 가장 소중한 특권이다.

이러한 기도는 율법의 행위와는 달리 보상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따라서 과시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가 가장 중요한 영혼의 지성소이기에 기도는 가능한 한 과시를 삼가기조차 한다. 여기에 형식적인 기도가 없다고 해서 이것이 세속화가 아니라 내적 지성소로부터 기도가 분명하게 밖으로 제시되는 것이 세속화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만으로도 우리의 전반적인 종교적 기도 성향은 예수를 통해 심판받는다. 골방에서의 기도만이 하나님께 이른다. 은밀하게 하나님께 이르는 것은 틀림없이 분명하게 갚아주신다. 즉 그 기도는 하나님께서 들어주신다. 그러나 이것 역시 자랑해서는 안 된다.

문: 그렇다면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예배드릴 때 공개적으로 공동으로 기도하는 것은 전적으로 금지된 것인가?

답: 예수는 스스로 다시 율법을 세운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형식에 지나지 않는 것은 그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것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보지 않는다. 예수는 기도를 자랑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달리말해 기도를 율법이나 업적으로 이해하는데서 비롯되는 과시로서의 기도를 경고한다.

기도가 변질되는 두 번째 과정은 이것이다. 즉 율법과 업적의 길을 치다르면서 기도는 외형적인 것으로 변했기 때문에 그것은 극히 외식적인 율법으로 되고 양적인 것으로 된다. 많이 기도해야만 한다. 많이 할수록 더욱 더 좋다. 종종 기도와 양과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시는 일이 서로 연관되기도 했다. 양적인 의미에서 기도를 많이 할수록 하나님께서 기도를 더 많이 들어주신다는 것이다. 바로 중언부언 변명하면 하나님께서 자기들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고 믿는 이방인들의 “수다”인 것이다.

기도가 이처럼 변질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리가 기도할 때 하나님과는 사실 관계가 없고, 종교와 관계가 있다는 근본적인 오류로 인해 자명해진다. 우리가 참된 하나님과 교제하고 있다면 하나님께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참된 하나님, 거룩하신 분 앞에서 살고 있다면 하나님에 대한 외경심으로 인해 많은 말들이 저절로 억제될 것이라고 응당 말해야 할 것이다. 참되신 하나님이요, 늘 존재하시며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에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상세하게 보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것을 우리보다 물론 더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문: 하지만 그렇다면 왜 또 기도하는가?

답: 모든 기도와 간구의 기도가 아니요 그 중 일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 감사와 경배가 어쩌면 간구일 수 있다는 것을 차치하고, 또 이런 간구가 올바로 행해진다면 그것은 필요한 것이고 유익한 것이라는 것을 차치하고, 기도는 그 나름의 큰 의미가 있다. 우리가 간구함으로 인해 무언가를 얻게 된다면 우리는 누구로부터 그것을 얻게 되었는지, 또 우리가 간구할 때는 당연히 우리의 간구의 전부를 말함으로 우리가 모든 것을 받았는지가 인상깊이 남게 된다. 우리는 또한 어떻게 우리가 받은 것을 올바로 이해하고 올바로 사용해야 하는지도 배우게 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간구한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반대로 우리가 하나님께 간구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시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는 그의 자녀들과 바로 이런 관계에 있고자 하시며 또 이런 관계에 있음에 틀림없다.

레온하르트 가라츠/신요섭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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