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5월 25일(동부 표준시)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파우더호른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페리 플로이드(George Perry Floyd)가 위조지폐를 사용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경찰이 과잉진압으로 인해 질식사당한 사건이 일어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군대까지 동원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 초기에는 상점에 불을 지르고, 물건을 약탈하는 등 폭동으로 번졌지만 다행히 지금은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비교적 평화적 시위로 전통적인 구호인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며 인종차별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세계의 경찰국가라고 자칭하는 미국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민낯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사회 속에 뿌리 깊게 내재되어 있던 혐오와 배제, 부의 재분배 문제, 지역 간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 부의 독점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인종차별이라는 문제로 표출되어 자칭 초 일류국가라는 미국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미국 사회를 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사회가 미국과의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미국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저 미국을 따라가거나 숭배하는 사대주의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묻고 싶을 뿐이다. 그러기에 최소한 친미사대주의가 얼마나 허구인지를 깨닫고 극복하자는 것이다.

▲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경찰에 의해 살해당한 후 미국 전역으로 번져 가고 있는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Getty Image

그동안 보수단체의 집회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성조기였다. 요즘은 성조기로는 부족한지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하지를 않나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백악관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는 웃지 못 할 일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의 어떤 나라도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다른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도리어 철저하게 자국의 손익을 계산하며 세계질서에 대처한다.

세계 경찰국가라고 자처하는 미국이 전 세계에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파병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그 나라를 돕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정치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최소한 그 나라가 우리 사회보다 훨씬 나아야 되지 않을까? 그런데 미국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우리보다 나은 것이라고는 군사력과 주변국가로부터 빼앗아 축적한 자본과 힘의 우의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철저하게 힘에 의한 우위뿐이다. 정치체제나 사회복지 등 사회시스템은 도리어 우리보다 못한 것이 더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국은 뭐든지 좋은 것이라는 뿌리 깊은 친미사대주의에 물들어 우리사회의 우수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세계 각 나라들은 한국을 닮아가려고 할 정도로 시민의식이나 정치체제도 미국보다 훨씬 성숙되어 있다. 우리사회가 얼마나 민주적이고 성숙된 시민의식이 있는 사회인지 세계적인 판데믹 상황에서 대부분의 나라들은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연기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확산도 없이 안정적으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러내면서 확인했다. 이 얼마나 위대한 시민의식인가?

그런데도 우리 언론은 그런 높은 시민의식과 사회시스템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권을 물어뜯거나 시민사회 운동을 폄훼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코로나19를 통해 스스로 위대한 시민의식의 소유자임을 깨달은 국민들은 그런 분탕질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주의 가치와 시민사회가 가야할 길을 확실히 인식했다.

그러니 더 이상 친미사대주의를 조장하여 우리민족의 저력을 깎아내리거나 패배주의에 빠지도록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분명 부족한 것은 아직 많이 있다. 가야할 길도 멀다. 이상적인 사회도 분명 아니다. 부족한 것은 서로 노력하여 채워 가면 된다. 이제 더 이상 열등한 국민의식이니, 서구사회보다 못한 사회이니 하는 이상한 논리로 국민을 호도하는 짓거리는 그만 했으면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미국의 흑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폭동 양상을 띄고 있다. 이는 가난하고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 그래서 도저히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의 분노의 표현이다. 단순히 백인우월주의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근원적으로 부의 독점으로 나타난 사회 양극화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가? IMF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전 세계가 폭동이 일어날 때 우리는 금모으기 운동을 펼치면서 힘을 모아 위기를 탈출하려고 했다. 그렇게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회양극화가 가속화 된다면 끝내는 우리사회도 미국사회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위기 때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그 위기를 넘기지만 끝내 길이 보이지 않으면 우리사회도 필연적으로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다. 그런 징조도 있었다. 대구지하철 참사나 묻지마 살인 등 사회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를 위해서 나눔과 배려, 공정한 부의 재분배 등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때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 시민의식이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다운 나라, 국민이 승리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원용철 목사(대전 벧엘의집)  bethelhouse52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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