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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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신참이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써 ‘옛 것을 기반으로(舊本) 새 것을 받아들인다(新參)’는 이 표현은 대한제국의 개혁을 상징하던 일종의 표어였다. 조선 말기 중 고종 시대에는 서양과 일본이란 세계의 열강들이 각종 이권을 자신의 것으로 약탈했으며 고종은 명성황후를 일본의 계획적인 낭인동원으로 인해 잃은 뒤 아관파천(俄館播遷)하면서 더욱 극심해졌다. 비록 조선이 힘없는 약소국가로써 휘둘리고 있었지만 고종을 비롯한 선조들은 그저 무기력감과 패배감에 빠져있던 것은 아니었다. 독립협회 운동이 민중으로부터 나왔고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이를 기반으로 대한제국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본신참은 도리어 조선~대한제국의 종말을 가속화시키게 되었다. 국가운영에 필요한 철학인 자주(自主)가 약하였고 이로 인해 끊임없이 외세의 문물을 들여오게 되다보니 경제적 수탈로 인하여 민중들의 삶은 더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정치적으로는 결국 일본에게 수치스러운 병탄(倂呑)을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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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및 한국전쟁 이후 한국교회는 반공(反共)과 자본(資本)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분명 북한에서 더는 사역할 수 없게 된 처지의 목사들이 억압을 피해 남한으로 내려온 것은 당시는 당연했던 일이었으며 아울러 이들이 갖게 된 반공은 어찌 보면 그 시대에 겪은 아픔이었다. 허나 민중의 삶과 민족의 정체성보다 자신들의 정권유지에 급급했던 당시 정치권은 교묘하게 이를 이용하였다.

반공을 국시로 하여 종교계 중 특히 기독교계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어 그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각 지역에서 보수적 교단들의 교회가 대폭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또한 늘어나는 개척교회들의 운영과 총회의 유지 및 강화를 위해 당시대 상처를 겪었던 수많은 교인들의 각종 헌금을 통해 자본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수도권에서뿐만 아니라 지역 대도시에서도 수많은 교회들이 물적 성장을 이뤘고 교단 총회는 이렇게 자라난 교회들의 정치판이 되었다.

총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총회 앞으로 내야 했던 돈은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에 쓰이는 금액과 맞먹을 정도였고 이로 인해 총회는 자본과 권력을 가진 교회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이 두 요소에 한국교회가 물들면서 확실히 조선 말기~일제강점기 때의 교회들과 모습이 많이 달라져버렸다. 남녀노소와 빈부의 차이를 넘어 함께 하나님을 믿으며 조국의 광복을 꿈꿨던 모습은 자취를 감춰버렸고 세상에서 각종 서러움을 겪고 살아오던 서민계층은 교회에서 그 수가 점차적으로 감소해버렸으며 제국주의와 당시 사회의 모순에 맞서서 싸웠던 모습은 권력과 자본에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아첨하는 비참한 현실로 대체되었다.

이 기반을 통해 지금의 한국교회는 극우화가 보편화가 되었고 전광훈, 김삼환, 오정현, 김흥도, 김장환 등의 교계적폐가 한국교회의 ‘머리’화가 되어버렸다.

전

이러한 와중에도 끊임없이 개혁의 목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장로교의 분열사 속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민족성을 기반으로 한국교회가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헌신해야 함을 외치며 태동하였고 이를 통해 수많은 민주열사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써 조국의 미래를 바꾸어냈다. 각 교단 내 다양한 개혁세력들이 지금도 각 현장 속에서 한국교회의 부패를 막아내고 새롭게 개혁하여 시민사회와 함께 공존해야 함을 외치고 있으며 각 신학교 및 지역교회 등에서도 이러한 사조를 가진 활동단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어났다.

그러나 이런 개혁주체들의 목소리는 현장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교단에서뿐만 아니라 사회현장 속 단위들마저도 겉으로는 ‘믿음의 선조들이 그토록 외쳤던 개혁신앙을 되찾아 한국교회의 미래를 바꿔내자!’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안에는 구본신참의 진의(眞儀)는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교단 총회에서 권력을 가지게 된 총대들이 속한 교회들을 중심으로 개혁을 위하는 복음적이며 사회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안팎에서 소수자로 내몰리는 민중(청년, 여성, 노동, 농민, 성소수자, 재한 외국인 등)을 보듬기커녕 차별금지법이 전도의 문을 막는다며 보수교단들 중심으로 집단적인 반동이 정치집단과 함께 합작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서 변두리에 밀려나 극도의 착취를 당하고 있던 교계구성원들이 더 이상 이러한 체계로는 안 됨을 선언하며 개혁을 추구하는 단위들을 일으켰으나 그러한 단체들 중에서도 몇몇 곳은 그러한 운동을 시민·사회단체들과 손잡는 것이 다분히 의도적이며 급진·좌파적이라며 그들과의 연대도 정당한 절차적 논의도 없이 끊어버리는 모순까지 발생하였다. 이 참담한 개혁의 좌절 속에서 지난 광복절에 전광훈을 위시로 한 수많은 극우성향을 드러낸 교회신도 및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워 난동을 피운 참사까지 일어나 버렸다.

이로써 한국교회는 교인들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자성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을뿐만 아니라 고의적으로 이를 거부하여 더는 개신교회가 개신교회가 아님이 드러났다고 평가하게 되었다.

결

한국교회는 개혁을 위해 끊임없이 구본신참을 외쳐왔다. 그러나 그 근본이 되어야 할 옛것이 모순투성이다보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는커녕 도리어 잘못된 옛 것에 주인자리를 빼앗겨 도리어 그 모순점에 맹종하는 일종의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지게 되고 말았다. 이런 모순의 반복에 수많은 기독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조차 복음에 대한 믿음에서 등을 돌리게 되었다.

철저하게 현실을 바라보며 반성해야 할 한국교회는 자성의 지점을 놓쳐버리고 도리어 극우의 시녀로써 전락하였음을 지난 광복절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목격하였다. 이런 가시적이며 시국적인 문제들에서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는 시민사회와의 건전한 공존을 스스로 거부해왔고 변화를 위해 손을 내밀었던 시민들의 손마저 뿌리쳤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극우적 정치관념과 자본숭배에 빠져서 끊임없이 개혁하며 자라나야 할 개신교회의 역사적 정신과 사명을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한국교회가 과연 선조들이 피를 흘리며 지속적인 갱신을 외쳤던 개신교회를 계승하고 있다 할 수 있는가?

지나가던 일반 시민들조차 한국교회는 반사회집단이라 말하게 된 시대를 스스로 끌어들여 자멸하게 되었다. 실패한 구본신참이란 동아줄에 달린 한국교회는 그 썩은 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매달리다가 끊어져 시민과 역사,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무저갱과 같은 지옥으로 떨어져 평생을 수치와 고통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임석규 대표(기독청년학생실천연대)  rase21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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