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리는 나무가 자라듯 우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Getty Image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에게서 진리를 발견한 사람들입니다. 진리는 불변이지만, 시대마다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모습들을 꿰뚫고 흐르며 하나로 엮어줄 수 있어서 진리입니다.

우리를 통해 드러나는 진리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우리는 진리가 우리를 이끌어주기를 바라지만, 진리는 우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합니다. 양자는 실상 분리된 것이 아니라 결합되어 있습니다. 서로 밀고 댕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리가 우리를 이끌고 가려는 곳이 우리가 가기 원하는 곳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양자가 갈등할 때 우리는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요? 때때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진리가 이끄는 생명의 길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회개와 함께 다시 그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역사를 펼쳐가시며 이스라엘 때문에 고민도 하시고 후회도 하시며 분노로 징계의 회초리를 들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향한 사랑을 그치지시는 않습니다. 징계로 고난당하는 이스라엘에게 얼굴을 돌리시고 두려워 말라 하시며 위로하시는 하나님입니다.

형편없는 이스라엘이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지 않으시는 하나님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기대는 너무 높아서 실현할 수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만들고 싶어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은 참으로 평범하고 인간적입니다.

이웃과 서로 진실을 말하라. 진실과 정의로 평화를 위해 재판하라.
이웃을 해칠 생각을 마음에 품지 말라.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

참 소박합니다. 서로 짝을 이루고 서로 교차되는 이 말씀은 사람 사는 곳에 갈등과 시비가 있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웃 관계와 공적 차원의 재판으로 이스라엘이 구현할 사람과 사회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서로 진실을 말하고 서로 해칠 생각을 마음에 품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마찰은 피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신뢰하고 의지하는 관계가 형성될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것은 아래에서 다시 이야기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는 누구나 다 원하지만 사람의 노력 없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본래 선의 가능성과 악의 가능성을 모두 갖고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사람이 되려면 자기 속에 있는 악의 가능성을 보고 이를 억제하고 선의 가능성을 살리기 위한 끊임없는 성찰과 훈련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주 평범하고 인간적인 모습인데 실상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완벽을 추구한다면, 불가능한 일일 수 있겠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선의 가능성은 우리를 그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된 진리가 우리를 그 모습으로 이끌어 가고 그 모습에서 진리가 자기를 드러낼 것입니다.

이것이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모습이라면, 공적 차원에서는 재판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회의 모습을 담보하는 자리입니다. 사람 사는 곳에 어쩔 수 없이 다툼이 일어난다면, 그 해결 방식은 진실과 정의이고 목표는 평화여야 합니다. 그러한 목적의 재판을 왜곡하는 것은 불공정과 거짓입니다. 신분과 이해관계에 따라 악을 편드는 일이 발생하고 이를 위해 거짓증언과 증거들이 사용됩니다. 악을 꾀하는 사람들의 승소는 사람들의 관계를 훼손시키고 사회는 혼란과 폭력에 지배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가까운 예로 악을 편든 법원의 결정이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을 낳았습니다. 재판이 여기 특별히 언급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가 승리할 때 비로소 평화가 실현됩니다. 평화는 사람들의 관계를 진실하고 공의롭게 만드는 토양이 될 것입니다. 진리를 기뻐하고 진실하게 행동하는 삶이 하나님을 본받는 삶입니다. 그러한 개인과 사회는 주님께서 기뻐하시고 또한 하나님의 나라에서 멀지 않을 것입니다.

에베소서 본문은 보다 개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선과 정의와 진실이 그러한 개인의 삶을 특징짓는 빛의 열매라고 역설합니다. 이를 맺기 위해 피해야 할 어둠의 일들이 있습니다. 말해야 할 것이 진실이라면, 피해야 할 어둠의 말은 거짓 이외에도 추한 말과 어리석은 말과 저속한 말들입니다. 어둠의 말들은 차별의 언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말들의 폐해를 우리는 각종 매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보게 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같은 말들 대신 진실과 감사의 말을 할 수 있을 런지요?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배려하고 공감하는 마음과 함께 그렇게 하도록 할 것입니다. 피해야 할 것 또 하나는 탐욕입니다. 본문은 이를 우상숭배라고 일컫습니다. 탐욕은 하나님과 짝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탐욕이 사람과 관련해서는 이웃을 해치는 마음을 품게 하고 성추행과 성폭력을 낳고 갖가지 부도덕하고 불의한 일들을 부추깁니다. 탐욕이 동하면 그것은 언제나 악의 동기가 되어 우리를 괴롭히지만, 그것을 제거할 능력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그러나 제한적일지라도 다른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본문은 “그리스도께서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사랑으로 사십시오.”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 마음속에서 사랑의 샘이 되고, 그 사랑이 우리의 삶으로 흘러나올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이 흐르는 곳에는 탐욕은 그 힘을 잃고 멈출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사랑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 마음을 흔들어 사랑의 공명을 일으킬 때 우리의 작은 사랑의 능력은 확장되고 우리는 빛의 자녀로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성찰과 훈련은 곧 사랑의 성찰과 훈련입니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은 우리 속에 진실을 낳고 정의와 평화의 길을 닦을 것입니다. 사랑은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고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기 때문입니다(고전 13,5-6).

이러한 사랑으로 진리를 추구하고 악을 거부하고 정의와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미래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탐욕과 불의로 무너진 교회 대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교회가 이 땅에 세워지는 길입니다. 그 길을 가는 그리스도인으로 우리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신음하는 이 땅에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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