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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지구중심으로 생각하기살림컬럼
이인미 박사(살림 지도위원, <핵없는세상> 공동대표) | 승인 2020.10.10 15:29

태풍과 재난

아무리 생각해봐도 태풍은 인간에게 하등 이로울 게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그때는 그랬다. 태풍 관련 지식이 낮을 때!

​태풍, 하면 나는 대번에 수재민을 떠올렸다. 넓은 체육관 같은 데서 배당된 홑이불 한 장에 의지해 가까스로 휴식을 취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곤한 모습.

​태풍의 다른 이름 ‘허리케인, 사이클론’에게서도 나는 별로 좋은 인상을 받았던 적이 없다. 거의 매년, 허리케인이 지나간 미국 땅에 몇 명이 사망했고 몇천, 혹은 몇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재산피해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다는 기사들을 본 기억이 있다. 동남아를 휩쓰는 사이클론은 마치 지옥문을 열어젖히는 악마처럼 느껴졌다. 사이클론이 지나간 뒤 그 땅의 모습은 매우 처참했다. 지구상에 왜 있는지 모르겠는, 없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중의 하나가 태풍이었다.

태풍은 내게 그런 거였다. 태풍에 관하여 피상적, 표면적 정보만 갖고서 더 깊이 생각지 않고 살아오는 동안 태풍은 그저 백해무익한 것이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에 불과했다. 하나님께 왜 그렇게 쓸모없는 걸 만드셨는지 여쭙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태풍연구센터(typhoon.or.kr)>와 <기상청 날씨누리(weather.go.kr)>가 명백히 밝히고 있듯, 태풍은 쓸데없는 기상현상이 결코 아니다. 인간과 연결될 때면 태풍은 언제나 한결같이 재난과 피해라는 개념 안에 통으로 묶여 언급되지만, 태풍은 지구를 위하여 두 가지 큰 일을 감당해온 유익한, 그래서 엄연히 ‘소중한’ 기상현상 중 하나다.

태풍과 지구

​첫째, 태풍은 공같이 둥근 초록별 지구의 어느 한 부분이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열을 분산하는 막중한 일을 한다. <태풍연구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되어있는 ‘태풍상식’에 따르면, 태풍은 지구의 가장 뜨거운 지역인 적도에서 얻은 에너지를 고위도의 추운 곳까지 훌륭히 이동, 분산시켜준다.

​태풍은 전통적으로, 역사적으로, 예외없이, 적도 근처의 뜨거운 바다 위에서 발생한다(아래 지도 참고).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바닷물 온도가 점점 높아지는 와중에 태풍은 좀 더 빈번해진 듯하고, 좀 더 강해진 듯도 하다. 그런데, 뜨거운 바닷물 위에서 태풍이 제때 발생해 충분히 맹렬한 속도와 강도로 이동하며 ‘할 일’을 감당해주어서, 지구의 저위도와 고위도의 에너지 차이가 줄어들며, 균형이 잡혀있다. 탄소배출량을 늘리기만 하고 줄일 줄 모르는 인간이 자초한 지구의 기후위기를 어쩌면 지금 태풍이 조금쯤 돌봐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또, 태풍은 공기압력(기압)의 차이를 따라 이동하면서 많은 비를 뿌려주어 동식물이 그 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둘째, 태풍은 바닷물을 힘차게 휘저어 바다 생태계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역시 <태풍연구센터>가 제공하는 ‘태풍상식’에 따르면, 태풍은 육지에다가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주는 게 사실이지만 바다 생태계에는 커다란 도움을 안겨준다. 태풍은 엄청난 비바람을 동원해 바닷물을 아래위로 휘저어, 바닷물이 서로 섞이게 만든다. 바닷물이 용솟음칠 때마다 물결 사이사이로 산소가 풍부하게 스며든다. 그리하여 바다 생물들은 영양염류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태풍이 발생해서 바닷물 위를 이동하고 있을 때, 그 가는 길목길목마다 그곳 산소량은 풍부해지며, 적조현상이 해소된다.

​적절한 시기에 태풍이 바닷물을 갈아엎어주면 바다는 그 깊고 신비로운 생명력을 새롭게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공기 휘젓기, 물 휘젓기, 태풍이 잘하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태풍은 지구의 생명을 지속가능하게 한다. 적당한 때 벌떡(!) 일어나서 지구를 위해 일하는 충실한 일꾼이다.

ⓒPixabay&#8203;&#8203;

지구와 인간​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지구에는 인간만 살고 있는 게 아니다. 헌데, 인간은 지구상에 자기만 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인간중심으로 생각하며, 활동한다는 이야기다.

​인간에게 이익이 생길 것 같으면 식물을 함부로 채취하고, 동물을 함부로 사냥한다. 책 만들 종이와 택배포장 박스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나무를 함부로 베고 자르며 쓰러뜨린다. 따뜻한 옷에 투여될 동물 털을 더 수집하기 위해서 동물들을 죽인다. 볼거리와 교육자료로 야생동물들을 소비한다. 소리소문 없이 멸종되는 동식물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으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간다.

​또, 인간들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지 아닌지 확인할 때에 동물실험을 자행한다. 비글같이 착한 동물들이 더 많이 고통받는다. 몸에 좋다는 풀은 인간이 먼저 뜯어먹으려 하고, 몸에 좋다는 동물들의 체액은 인간이 깡그리 다 빨아먹으려 한다. 그리고 인간에게 손해가 올 것 같으면 인간은 예방 차원에서 다른 생물들을 함부로 죽인다. 조류독감이 유행일 때는 닭들을, 돼지열병이 창궐할 때는 돼지들을 즉각(!) 살처분한다.

그래놓고서, 태풍이 재난을 일으키니 어떡하느냐, 인간에게 큰 피해를 주니 큰일 났다며, 호들갑을 떤다. 앓는 소리를 한다. 심지어, 수천 년간 태풍의 발생지점과 이동경로를 보아오며 깨달았을 만도 하건만, 기상예보도 할 줄 알건만, 태풍의 이동경로 범위 안에 핵발전소를 지어놓고 요행을 바라기도 한다.

단적으로 말해, 인간은 식물에게 재난이며, 동물에게 재난일 때가 더러 있고 때로 허다하지만, 태풍은 지구 전체로 놓고 보면, 그리고 동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도 재난이 아니다. 재난은커녕 유익한 자연현상이며, 지속가능한 생명보존 활동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인간도 지속가능한 생명보존 활동에 참여하면 좋겠다. 이제까지 지구를 위해 나쁜 일을 많이 해왔으니, 회개하는 마음으로 좋은 일을 궁리, 실천하면 좋겠다. 그 첫걸음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싶다. ‘인간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지구중심으로 생각하기.’

이인미 박사(살림 지도위원, <핵없는세상> 공동대표)  ecomi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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