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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공급, 대통령이 꿈꾸고 기획재정부가 막았다민중신학자의 눈으로 세상 읽기 (32)
강원돈(길마루글방 지기/민중신학과 사회윤리) | 승인 2020.10.12 16:38
▲ 사회주택 개념도 ⓒGetty Image

요원하기만 한 주택 문제 해결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세 가지 문제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먹고 입는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다. 결식노인들과 결식아동들,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는 노숙자들의 문제가 남아 있으나,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일상의 화제가 되지는 않는다.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보리고개’와 굶어 죽은 사람들에 관한 기사가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는 것을 되새긴다면, 우리 사회가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난 것은 역사의 큰 진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주택 문제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주택 문제는 여전히 정권의 향방이 달려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폭발력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주택 문제는 여러 측면을 갖고 있다. 가장 심각한 첫째 문제는 주택이 거처가 아니라 투자 내지는 투기의 대상으로 꼽힌다는 데 있다. 주택은 한국 사람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택 거래는 큰 이익을 남기는 장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택가격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물가상승률을 몇 배 상회할 정도로 올랐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떨어지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주택가격이 폭락하기도 했으나, 이를 통해서 사람들은 오히려 가격조정 이후에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진다는 것을 학습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되었어도 자산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주택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거래에 나섰다. 그들은 금융 부실화에 대비해서 정부가 양적 완화를 방불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로 돈을 풀 것이고, 그 돈이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서 결국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는 것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래 지속된 저금리로 팽창한 유동성 효과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불과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40% 가량 올랐고, 그 기세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그러니 부동산 투기가 근절될 까닭이 있겠는가? 요즈음에는 청년층까지 나서서 “영혼을 팔아서라도 끌어모은 돈으로” 부동산 거래에 ‘올인’ 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러한 주택 투기와 밀접하게 관련된 주택 문제의 둘째 측면이 주택 소유의 양극화이다. 「2018년 주택소유 통계」에 따르면, 주택소유가구와 무주택가구의 비율은 전국적으로는 56.2% 대 43.8%이고, 서울의 경우에는 무주택가구의 비율이 더 커져서 50.1% 대 49.9%로 나타난다. 조금 더 실감 나게 말한다면, 전국적으로는 874만 가구 이상이, 서울에서는 195만 가구 이상이 무주택가구라는 뜻이다. 무주택가구의 규모가 이처럼 엄청나면,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낮다고 여기겠지만, 주택보급률은 매우 높다. 국토교통부의 「2018년 주택보급률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은 104.2%이고, 주택보급률이 전국 최하위인 서울은 95.9%에 이른다. 이러한 주택소유 현황과 주택보급 현황의 격차는 다주택자들의 주택 소유가 엄청난 규모임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2018년 11월 현재 2가구 이상 주택소유자는 주택소유자의 15.6%에 달하고, 그 수치는 2017년보다 7만 6천 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주택 소유의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주택 문제의 셋째 측면, 곧 높은 임대료 문제로 이어진다.우리나라에서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2017년 현재 전체주택의 6.7%에 불과하다는 것도 무주택자들의 처지를 궁박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무주택자들이 민간 임대업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전세보증금을 맡기거나 월세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임차료 비중은 해마다 올라가서 2019년 현재 전국 평균 16.1%에 달했고, 수도권에서는 20.0%에 이르렀다. 세금과 공과금을 뺀 월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임차료 비중은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임대인들은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를 터무니없이 올려 거의 약탈에 가까운 지대 추구 행위를 일삼는다. 그러니 집 없는 사람들의 설움과 한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최근에 임대차법 개정을 통해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상향에 연 5% 한도를 두기로 하였으나, 개정 임대차법에 여러 가지 예외 규정이 들어 있어서 임대인의 무분별한 지대 추구 행위가 억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서 생각한다면, 주택 문제의 핵심은 한 사람 혹은 그 사람과 동거인(들)이 생활하는 데 적합한 지역에서 적절한 비용을 치르며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거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놓인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주택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일터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신도시 베드타운을 여기저기 개발하여 주택을 공급한다든지,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교류를 아랑곳하지 않고 고층 밀집 아파트들만이 볼썽사납게 배치된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의 주택보급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첫째 정책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이다

물론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1980년대 말의 제1기 신도시 개발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대통령 선거 공약대로 주택 2백만 호가 신도시에 공급된 효과는 엄청났다. 1990년대 내내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한 것은 대규모 주택공급의 효과였다. 그 이후에도 정부의 주택공급은 매우 큰 규모로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것은 정부의 공격적인 주택공급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주택공급만 갖고서는 주택 투기 문제와 이로부터 비롯된 주택 소유 양극화 문제, 약탈적 임대료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었다. 정부는 정부대로 주택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갖가지 정책 수단을 개발해 왔으나 그 효과는 거의 없었다. 주택 담보 대출 억제, 주택거래세의 급진적인 상향, 양도소득세 강화, 주택 투기 지역 선정 및 특별 관리,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갖가지 투기 억제 수단들이 활용되었으나, 그 조치들은 경기 후퇴 조짐이 보이기만 하면 철회되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정부가 시장을 이길 능력이 없다고 여기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철저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필자는 두 가지 정책을 서로 결합하여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주택의 공급을 큰 규모로 늘리는 정책이다.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방안은 아주 오래전부터 학계에서 논의되어 왔다. 그 논의의 핵심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남김없이 거두어들이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조치가 바로 실효성 있는 부동산 보유세이고, 그 틀이 마련되어야 주택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주로 땅과 토지를 대상으로 한다.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은 감가상각의 대상이기에 보유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도 무방하다. 우리나라에서 땅과 토지에 대한 보유세는 2017년 현재 GDP의 0.8% 수준이고, 그것은 OECD 평균값인 0.91%를 밑돈다. 부동산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 보유세 실효세율을 놓고 보면, OECD 평균이 0.43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156%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1%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턱없이 낮다.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율을 GDP의 1%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축에 속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의 규모가 때때로 GDP의 25%를 상회하기도 하는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로는 부동산 투기가 억제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 없는 국민경제를 운영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몇 년 안에 미국이나 캐나다 수준으로 올린다고 예고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2%까지 올려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남김없이 환수하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천명하여야 한다. 그다음에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인상 로드맵에 따라 이를 연차적으로 올리는 조치를 단호하게 실행하여야 한다. 오직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기업과 가계에 주는 엄청난 부담을 줄이고 자산 거품을 제거하면서 건전한 국민경제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둘째 정책은 사회적 주택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인상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핵심 정책이지만, 오늘 우리 사회가 직면한 주택 문제는 부동산 투기 억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 수요가 주택 소유의 양극화를 가져왔고, 약탈적인 임대료 상승을 초래하였지만,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고 해서 주택 소유의 양극화 문제와 약탈적인 임대료 수취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 억제와 결이 다른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대책이 곧 사회적 주택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정책이다.

‘사회적 주택’은 학계 일각을 제외하고는 널리 사용되지 않는 개념이지만, 필자는 그 개념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사회적 주택’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그 기관의 위임과 재정 지원을 받는 공사나 비영리 단체가 사회적 연대와 통합의 정신에 따라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소유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공급하고 관리하는 임대주택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주택은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보다는 조금 폭이 넓은 개념이다. 공공임대주택은 배타적으로 공적인 손에 의해 공급되고 관리되는 임대주택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주택의 공급과 관리 주체는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협동조합을 위시한 비영리 단체 등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도 괜찮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그 입지나 사회적 통합 측면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측면이 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 거의 격리단지처럼 공공임대주택 단지가 조성되거나 같은 아파트단지 안에 있어도 격리된 구역에 공공임대주택이 배치되곤 했기 때문이다. 사회 통합과 연대의 정신을 구현하려면, 좋은 생활 입지에 일반주택과 같은 공간에 공적인 손이나 그 위임을 받은 공사나 비영리 단체에 의해 임대주택이 공급되고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정신을 살려 나가고자 한다면, 그동안 써 왔던 공공임대주택보다는 ‘사회적 주택’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 나을 것이다.

사회적 주택이 많이 보급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영국 등지에서는 사회적 주택이 전체주택의 20%를 넘지만,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앞에서 말한 대로, 2017년 현재 전체주택의 6.7%에 불과하다. 이처럼 공공임대주택이 적은 것은 영구임대주택 혹은 50년 정도 장기간 임대하는 주택을 많이 짓지 않고, 일정 기간 (대개 10년) 임대 후 분양 조건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관리의 부담을 지지 않고, 주택단지를 개발하거나 주택을 건설한 뒤에 가급적 이를 매각하여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정책은 더 이상 시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즈음처럼 주택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무주택자의 주택 매입은 매우 어렵다. KB국민은행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중위소득 가구가 평균 가격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2020년 현재 11.7년이라고 한다. 흔히 하는 말로, 가계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오직 집을 사기 위해 11.7년 동안 돈을 모아야 평균 수준의 주택을 장만한다는 뜻이다. 2017년만 해도 그 기간이 8.8년이었으니 소득보다 집값이 엄청나게 더 빨리 오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 없는 사람이 주택을 매입하려면 은행에서 차입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그렇게 집을 사는 사람은 집을 소유하더라도 은행의 채무자로서 거의 일평생 동안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혹은 그 위임과 지원을 받는 공사나 비영리 단체가 기존 주택 재고를 매입하거나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여 이를 집 없는 사람들에게 장기적인 적정 임대 조건 아래서 공급하고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 사회적 주택의 대량 공급은 주택 임대 시장을 안정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민간주택 임대업자들은 사회적 주택의 임대료를 무시하고 터무니없는 지대 추구 행위에 나서지 못할 것이고, 좋은 입지에서 사회적 주택을 임대하는 사람들은 부채를 짊어지면서까지 민간주택을 매입하고자 하는 절실한 욕망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주택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필요한 재정과 부지를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사회적 주택을 공급하고자 한다면, 이를 위한 재정수단과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재정 당국은 이제까지의 관성에 따라 재정건전성을 앞세워 사회적 주택의 대량공급에 반대할 공산이 크고, 재정 당국이 세운 예산제약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주택 당국은 사회적 주택의 대량공급 정책을 포기하기 십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 관성은 깨져야 하고, 재정건전성 신조는 폐기되어야 한다.

문제는 재정건전성 신조와 재정 당국의 긴축정책을 뒷받침하는 힘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는 데 있다. 그 힘은 사회적 주택의 공급보다는 주택 매입을 촉진하여 민간 부채를 늘리고 주택가격 상승을 유도해야 이익을 얻는 세력에게서 온다. 그 세력의 중추는 민간 금융기관과 거대한 자산을 쌓아놓은 부동산 소유 계급이다. 그 세력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를 하나 들겠다.

지난 8월 10일 대통령은 주택을 투기 대상이 아니라 복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할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공공임대주택의 틀에서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그것이 공익을 최대한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임이 분명하다면, 재정 당국은 그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올리는 정책을 통해 세금을 더 거둘 수도 있고, 공공임대주택 조성 기금을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도 있고, 이를 위해 큰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다. 이 모든 방안을 한꺼번에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건전성 교리를 방패로 내세우고 재정 조달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어가며 ‘질 좋은 평생주택’을 공급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것은 재정 당국이 국정 최고 책임자의 정치적 의지를 거슬러 가면서까지 부동산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하는 데 완강하게 저항하는 세력 편에 섰다는 것을 뜻한다. 거꾸로 뒤집어서 말한다면, 부동산 시장에 신용을 공급해서 민간 부채를 늘려야 이익을 보는 세력이 재정 당국을 쥐어흔들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세력의 힘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사회적 주택을 대량 공급하여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부질없는 짓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세력의 힘은 어떻게 분쇄되어야 하나? 일단 표면적으로는 그 세력의 힘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재정건전성 신조를 깨뜨리고 이를 철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 지출의 주권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재정건전성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 주택 문제 해결에 국한해서 말한다면, 재정 당국의 재정건전성 신조를 무너뜨리고 예산제약의 관성을 깨야 사회적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것은 실질적으로는 무주택자들의 권익을 구현하기 위한 사회적 투쟁과 정치적 투쟁의 과제가 된다. 재정건전성 교리가 국가 재정의 본질에 어긋나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이상,(미주 1) 정부와 집권당은 무주택자들의 힘을 끌어들여 사회적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를 확고하게 다져야 한다. 그 의지가 확고하기만 하다면, 사회적 주택을 조성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재정수단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사회적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데 필요한 공적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회수하는 방안을 어째서 강구할 수 없단 말인가?

사회적 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부지는 국유지나 공유지를 임대하거나 정부가 수용하는 부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주택을 공급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임대주택 공급비용과 관리비용을 장기적으로 충당하는 적정한 선에서 임대료를 낮게 책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지 공급 정책은 사회적 주택단지뿐만 아니라 정부가 공급하는 일반 주택단지에도 일관성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정부는 국유지나 공유지 혹은 수용 토지를 주택단지로 개발하여 이를 송두리째 매각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그것은 단지개발 비용과 분양 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차이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어리석은 정책이다.

용산의 철도기지 부지나 육군사관학교 부지를 위시해서 좋은 입지의 국·공유지를 임대하고, 재건축 단지와 재개발 지역의 용적률 상향 조정으로 확보되는 임대주택 용지 등을 활용하여 사회적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한다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문제는 획기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회적 주택단지를 확보하는 일은 서울과 수도권 바깥의 다른 지역들에서는 훨씬 더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맺음말

우리나라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부동산 보유세를 도입하고, 사회적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여야 한다. 그러나 주택이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 거주 공간이어야 한다면, 주택 문제는 조금 더 넓은 안목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 안목에서 볼 때, 사회적 주택단지는 마을 만들기에 이바지하도록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주택단지는 층마다 격리주택을 다닥다닥 이어 짓는 고층 밀집 아파트를 여러 채 배치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데 꼭 필요한 시설들, 예를 들면, 공동 화단과 텃밭, 휴식·여가 공간, 놀이터, 탁아소, 유치원, 공동식당, 공동세탁장, 회의실, 도서관, 체육관 등을 배치해서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스트리아의 한 자치구였던 빈 (Wien) 정부가 이미 100년 전부터 우리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 사회적 주택의 대량 공급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한 결과, 오늘 유럽과 세계에서 가장 거주 비용이 저렴하고 거주 여건이 안정적인 아름다운 빈을 형성하였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빈 정부가 추구한 사회적 주택보급 정책의 핵심 과제들 가운데 하나는 사람 살기에 편리한 시내 요지에 사회적 주택단지를 조성하여 마을 만들기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미주

(미주 1) 그러한 재정건정성 교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가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9월 28일 「에큐메니안」에 실린 “누구를 위한 국가 재정 운영 준칙인가?”(클릭)에서 상세하게 다루었기에 여기서 더 언급하지 않겠다.

강원돈(길마루글방 지기/민중신학과 사회윤리)  kwdth5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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