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인들의 두 자유의 측면의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일그러진 삶이 될 수밖에 없다. ⓒGetty Image

신자들은 거룩한 생활을 하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삶에는 어떤 경건의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살전 4:7,엡1:4). 이 경우 신자들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며 거룩과 순수함에 대한 열의를 일으키는 것은 율법이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신자들도 죽을 수밖에 없는 육에 싸여 있는 한, 여전히 죄인이며 그들의 선행은 아직도 불완전하며 육의 죄악의 냄새를 풍기는 것(III.xvii.5)이 사실입니다. 이 같이 도저히 율법을 지킬 수 없는데, 어떻게 하나님의 심판대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고, 하나님의 호의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번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칼빈은 바로 그러 할 때에 율법이 요구하는 것을 고려하며 불안해할 것이 아니라, 율법의 모든 완전성을 능가하는 그리스도만을 우리의 의로서 믿고 의지하라(III.xix.2)고 권면합니다.

자유의 두 차원

여기서 칼빈은, 두 번째, 율법의 강제로부터의 자유를 말합니다. 이것은 양심이 율법의 멍에를 벗어버릴 때, 비로소 자발적으로, 기꺼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III.xix.4). 그런데 이러한 자유함은 또한 칭의, 곧 죄의 용서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사도신경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하여 말할 때, 단지 죄의 용서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루터와 칼빈도 그와 마찬가지로 죄의 용서라는 단 하나의 진리만을 내세웠습니다. 바르트는 그들이 이렇게 그리스도인의 삶과 신앙의 모든 것을 단 하나의 사항으로 간추린 것은 정당하다고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죄의 용서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나 신앙이라고 일컬어질 수 있는 모든 것의 기초이며, 요약이고,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독교는 2세기경부터 사람들에게 새로운 법, 새로운 삶의 규칙으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기독교 저술가들은, 이교도들과 논쟁하면서, 이교와 기독교 사이에 있는 어떤 뚜렷한 차이점을 도덕에서 찾기도 하였습니다. 이점에서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요구하시는 것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사랑, 겸손, 절제와 같은 것들입니다(갈5:22, 참조).

그렇습니다. 복음은 역시 새로운 법입니다. 그러나 복음은 세상의 다른 모든 법들과 구별됩니다. 만약 복음이 더 이상 그것들과 구별되지 않을 때, 복음은 예컨대 중세 로마 가톨릭교에서 그러하였고, 현대의 개신교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변형들에서 그러한 것처럼, 또 다시 일종의 유대 율법주의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렇다면 복음은 어떤 점에서 유대적이고 이교적인 다른 모든 법이나 도덕들과 구별된다고 할 수 있습니까? 복음을 그것들과 구별되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정확히 그것은 복음의 이 새로운 법, 새로운 모든 명령은 죄의 용서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삶은 동시에 위로받고 동요되는, 해방되고 규율에 순종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1)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을 그 자신으로부터 떼어내서 신적인 생명의 원리에로 데려가는 죄의 용서 위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막 2:1-12; 눅 5:20, 24, 참조)

사실, 율법의 잣대로 측정한다면, 우리의 모든 행위는 율법의 저주 아래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아버지같이 인자하신 하나님의 부르심을 들은 자들입니다. 자유의 이 두 번째 측면은, 그리스도 안에서 값없이 은혜로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 된 우리가 그 은혜에 감사하여 자발적으로 기꺼이 하나님의 뜻을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의 구원은 “은이나 금 같이 없어질 것”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 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벧전1:19)로 된 것이라는 놀랍고 은혜로운 복음을 들을 때, 성령은 하나님의 은혜의 활동과 은혜의 말씀에 상응하는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를 일으키십니다. 주께서 시키지 않아 도 자발적으로 기꺼이 그분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고자 했던 삭개오(눅19:6-8)에게서 볼 수 있는 그러한 삶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율법에서 자유롭게 되었으니 죄를 지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자들과 달리 이 소중한 자유를 우리의 사적인 이익과 방종의 삶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활용하는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III.xix.6). 진정으로 자유한 자들은 하나님의 종들로서 자유하기 때문입니다(벧전2:16).

출애굽과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

우리는 칼빈이 말하는 자유의 이 두 차원 또는 두 단계를 성경의 핵심적인 메시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자유의 두 단계는 우선 구약성경에서는 출애굽 사건을 통해서 설명됩니다. 예컨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해방하신 출애굽은 그 해방 자체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로 인도하여 그곳에서 그들이 새로운 미래와 역사를 이루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 같이 출애굽 사건은 자유의 이 두 단계를 모두 예시해줍니다. 하나님께 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으로부터 해방시켜 새로운 미래와 역사를 위해 가나안으로 이끄셨습니다. “~로부터”(out of)의 자유가 자유의 첫 단계이고, “~에로의”(into) 자유가 두 번째 단계의 자유입니다 (Exodus out of Egypt; Exodus into Canaan).

또한 신약성경도 우리를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사역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이 두 차원의 자유의 은혜를 누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자유롭게 된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죽음과 악의 세력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인 자유함을 누리게 됩니다. 그 어떤 것도 우리를 억압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죄도 죽음도 그 어떤 것도 우리를 속박하지 못합니다(롬8:38-39).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한 자들이 되었고, 자유로운 자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노예상태에서 해방시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약속의 땅에로 인도하셨듯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에게 속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명하셨습니다. 이것은 중풍병자에게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고 선언하신 주께서 그에게 “일어나 네 침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고 명하신 것과 같은 것입니다(막2:1-12, 눅5:20, 24).

분명히 애굽에서부터의 해방, 죽음과 악의 권세로부터의 해방은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의 새로운 백성이 누리는 자유함의 첫 단계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는 이 첫 단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와 동시에 주께서는 우리에게 두 번째 단계의 자유함, 곧 ‘~을 위한’ 혹은 ‘~에로의’ 자유를 누리도록 하십니다. 다시 말하면 세계와 이웃을 향한 책임과 의무를 감당하는 삶입니다.

그런데 타자를 위한 자유함, 곧 성화된 삶은 첫 단계의 자유함을 제대로 맛보고 경험한 자들만이 누리게 되는 자유함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일에서 이 첫 단계의 자유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단지 율법적, 당위적인 이유로 마지못해서 섬김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섬김은 마치 자갈밭이나 가시밭에 뿌려진 씨앗과 같이 오래가지 못하고 쉽게 시들고 말 것입니다.

그에 반하여 첫 번째 자유함을, 달리 말하여 값없이, 아무런 조건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우리를 받아주시고, 자녀로 삼아주시는 우리를 의롭다고 인정하시는 복음의 맛을 제대로 맛본 사람은 자연스럽게, 기꺼이 자발적으로 두 번째 단계의 자유함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크신 은혜 가운데서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만끽하며 이 험난한 세상 을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의 자유함은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흔히 칭의를 강조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문제는 성화, 곧 세상에서의 인간의 책임적인 삶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성화, 즉 세상에서 인간의 책임적인 삶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너무 쉽게 율법적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자유는 의롭다는 인정을 받는 것과 세상에서 세상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거룩한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 두 차원을 포함합니다. 먼저 하나님의 은혜로 의롭다는 인정을 받은 사람은 같은 하나님의 은혜로 거룩한 사랑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사도 바울의 더 많이 수고하는 자유

그리스도의 위대한 사도 바울은 바로 이러한 삶을 살았던 분입니다. 고린도전서 15장 10절은 우리의 주제와 관련하여 매우 깊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바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이 바울의 말씀은 종교개혁 당시, 개혁자 칼빈과 로마 가톨릭 진영 신학자들 간에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대표적인 성구였습니다. 칼빈은 전적으로 사도 바울의 말을 있는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 신학자들은 바울이 다른 사도들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데, 교만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우회적으로 저렇게 표현했다고 주장했습니다(II.iii.12).

정말 바울은 다른 많은 사도들보다 참으로 열정적으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가 기록한 신약성경의 서신들은 17편이나 됩니다. 그러나 그는 저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거저 받은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바울의 이 고백 가운데서, 우리는 자유의 두 차원이 서로 융합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고백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흔히 성화는 우리가 짊어지는 어떤 책임성으로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의롭다는 인정을 받은 우리가 그 은혜에 감사하여 우리가 해야 하는 어떤 의무, 책임적인 행위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바울의 고백을 보면, 거룩한 사랑의 삶조차도 마치 의롭다는 인정을 받는 것처럼 선물로 주어지며, 그 은혜의 능력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 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사실 우리의 삶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것이 무엇입니까?

칼빈이 말하는 자유의 세 번째 양상은 “중요치 않은 것들로부터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자유의 이 세 번째 양상은 그렇다고 결코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자유를 모를 경우, 우리의 양심은 결코 평안히 쉴 수 없고, 미신도 끊임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의식주와 관련된 자유입니다. 이러한 것들로부터의 자유를 논하는 것은 결코 무익한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러 한 문제들은 한 번 빠지면, 빠져 나오기 어려운 미로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칼빈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딤전4:4)라는 바울의 말씀대로 하나님의 선물을 그가 우리에게 주신 목적에 따라 양심의 거리낌이나 마음에 불안을 느끼지 않고 확신을 갖고 사용할 때, 우리의 마음은 하나님 앞에 서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III.xix.8). 그는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대한 가르침을 다음과 같은 바울의 권면과 함께 마무리 합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고전10:23-24). 무엇보다도 명백한 규칙은, 이웃의 덕을 세우는 결과가 될 때에는 우리의 자유를 행사하고, 이웃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에는 자유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III.xix.12).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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